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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아 간 은퇴자의 꿈
작성자 운영팀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1702 작성일 2009-08-21 11:55 조회수 1477
글) 김동렬 (미주 주간현대, 샌프란시스코)
dyk47@yahoo.com


“경기가 나쁘다”는 말을 들은 지 퍽 오래된다.
적어도 1년 반 이상 들었다.
지금 돌아보니  “불경기가 1년이면 지나가겠지.” 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스스로 진단하고, 스스로 처방을 내렸던 결론이다.
그러나 실제 불경기는 금년 말이면 만 2년을 꼬박 채우게 된다.
우리 모두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불경기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무풍지대에 살고 있는 행운아들도 있지만 이번 불경기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꿈을 앗아갔다.
특히 은퇴를 수년 앞둔 사람들에게는 그 충격이 더욱 크다.
보통 은퇴를 수년 앞 두면 집과 비즈니스를 정리하면 얼마쯤 손에 쥘 수 있다는 수치가 나온다.
거기다가 정부 연금이나 은퇴 연금까지 합치면 보람도 있어 보인다.
지금 수중에 있는 돈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미국에 이민 와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시집 장가 보내고도 이 정도 남으면 남은 생애 그런대로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겠다는 안도의 마음까지 가질 수 있다.
누구에게나 숨겨 둔 가계부였던 것이다.
이런 소박한 꿈을 사람들이 이번 불경기를 겪으면서 집도 비즈니스도 가진 자산이 반토막으로 절단 나면서 그때 생각했던 꿈이 이제 그림 속의 떡이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망가지는 사회 안전 망 불경기가 수치상으로 끝나간다고 하지만 실제 그 끝이 어디에 와 있는지 알기 힘들다.
또한 사람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서뿔리 결론을 말하기도 어렵다.
언젠가 불경기가 끝나는 것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불경기가 끝나도 날아간 집값이나 비즈니스의 원상회복은 힘들어 보인다. 이미 가치를 상실한 집과 비즈니스가 되돌아 오기엔 이번 불경기의 상처가 너무 깊고, 만회 하기엔 나이가 많다.
결국 그 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둔 미국의 꿈이 그저 일장춘몽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이젠 은퇴를 앞두어도 은퇴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어 지고 있다.
지금 같은 불경기가 1년 더 지속되면 그야말로 보따리 쌀 수 밖에 없는 사람도 더 생겨날 것이다.
미국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실업문제이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숫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불안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사흘 동안 굶으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그야말로 생계 형 범죄가 터져 나올 것은 뻔한 이치 아닌가.
특히 총을 집안의 숟가락 정도로 생각하는 미국인들에게 겪어 보지 못한 배고픔은 엄청난 재난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정부로선 더 말 할 수 없는 고민인 것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안전 망(safety net)이 그런대로 잘 깔려있었는데 연방 및 주 정부의 세수가 형편없이 줄어들면서 이젠 엄두도 못 내게 되었다.
특히 주정부에서 먹여 살리던 극빈자 예산이 곧 고갈 상태에 빠지거나 대상을 대폭 축소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예산은 이미 걸레처럼 찢어져 주정부가 다시 사회 안전 망의 기능을 발휘하기엔 힘들어졌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젠 은퇴를 앞둔 사람들의 꿈이 사라진 것처럼 정부의 도움으로 살아온 사람들도 꿈 없이 거리에 나서게 되었다.  불경기는 끝나겠지만 불경기가 검은 터널 밖으로 빠져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신문에선 지난 몇 주 전부터 올라만 가는 주가를 예를 들면서 이제 불경기는 마침내 끝났다는 선언만 남겨 두고 있다고 보도한다.
신문의 불경기 끝과 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회복과는 약 6개월 정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결국 내년 봄이 지나야 체감적으로 불경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은퇴를 앞 둔 사람들이 은퇴를 미룰 수 밖에 없어 보인다.
66세 은퇴가  아니라 70살까지 일해야 겨우 지금의 생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불경기는 끝나지만 3~4년 전의 호황으로는 돌아가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의 미덕인 소비만능주의도 이젠 고물상에서나 찾아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소비가 아닌 절약 모드가 ‘미래의 미국’이라는 뜻이다.
소비 없는 미국 생활은 더 없이 삭막할 것 같다.
특히 쇼핑에 취미를 두고 사는 여인들에게는 더 없이 가혹한 시련일 수도 있다.
불경기가 끝나 기쁘지만 원상복귀는 힘들지 않겠나.
그래도 재 출발해야
적지 않은 동포들이 해마다 한국을 방문한다.
고향친구도 보고 학교친구도 만난다.
그저 친구라고 생각해서 만났는데 친구가 너무 점잖고 할아버지스러워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생각도 많이 다르고, 걱정거리도 다르다.
일을 손에서 놓은 지가 족히 십 년은 넘어 보인다.
사고도 크게 변해 있다.
도전과 도약은 고사하고 불평만이라도 적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토해내는 불평과 불만은 가히 글로벌이다.
크게는 국가에, 적게는 가정에 대한 불만이 특히 많다.
결국 일을 하지 않으니 불평과 불만만 남는 것 같다.
그래도 미국에선 어느 정도 늦게까지 일할 수 있고 사회분위기도 일을 권장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다행이다.

아이러니하게 젊은이들은 일자리 찾기가 어렵지만 은퇴자들에게 다소 가능성이 더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인건비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 아닐까.
젊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금액 중 50~60%만 요구하면 어렵지 않게 일거리를 찾는다고 한다. 그 대신 건강해야 한다. 나이를 이길 순 없겠지만 그래도 지연 시킬 수는 있다고 한다.
그 첫 방법은 아마도 단순한 생활 습관일 것이다.
Simple life가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불경기에서 다시 출발하는 방법도 또 같은 해답이다.
앗아버린 꿈이 아쉬워도 내 생활이 더욱 단조로워지면 재출발하는데 그렇게 복잡하고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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