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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인 Gayle이 보내준 글
작성자 어진이     게시물번호 17548 작성일 2023-11-30 15:38 조회수 1150

사부인 Gayle이 보내준 글   2005-8-8

둘째 아들이 장가를 갔습니다. 파란 눈의 아가씨와 결혼을 했습니다. 마음씨 착하고 구김살이 없는 아가씨입니다. 둘째 며누리 시내를 처음 보는 순간해맑은 미소가 참 좋구나!’하고 느꼈습니다. 시내는 제가 지어준 한국이름입니다. 서로의 문화와 전통과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지만 제가 알지 못하던 것들을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부인 Gayle 30년간 초등학교 선생을 한 사람입니다. 30년중 마지막 10년을 초등학교 교장으로 지내다가 3년전에 조기 은퇴하고 교육대학에서 Part-time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참 좋은 분입니다. 더우기 저하고는 친하게(?) 지내는 사이이고 가끔 E-mail을 주고 받기도 합니다. Gayle이 어느 날 글을 하나 보내주었습니다. 그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나비가 고치속에서 나오는 것을 관찰하고 있었답니다. 고치에 조그마한 구멍이 생기더니 나비가 그 구멍속으로 나오려고 몇 시간 동안을 애쓰고 있었습니다. 나비는 무던히 애를 썻지만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 것을 보고 있던 사람은 안타까워졌습니다.
제발 빨리 좀 나오렴!”
아무리 기다려도 나비는 애만 쓸뿐 고치 속에서 나오지 못 했습니다.
이러다가 여기서 끝나는게 아닌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궁리 끝에
내가 구멍을 크게 만들어 주면 되겠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가위를 가지고 고치 귀퉁이를 짤라서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비는 아주 쉽게 고치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고치에서 나온 나비는 좀 이상해 보였습니다. 몸뚱이도 작았고 시들한 날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계속해서 나비를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비가 튼튼하고 찬란한 색갈의 날개를 활짝 펴고 푸른 하늘로 날아 오르길 기대하면서……  그 사람은 매일 나비를 관찰했지만 그 나비는 그의 일생에 단 한번도 날아 보지 못하고 계속 기어다니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답니다. 그 사람의 친절과 도움이 결국은 나비의 일생을 망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저는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습니다. 지난 날에 제가 아들들에게 했던 일들이 영상처럼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아들들을 기르면서 제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아버지라고 생각하면서 고치에다 무수히 많은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곤 빨리 나오라고 소리지르고, 꾸물거리고 나오지 않으면 제 손으로 끄집어 낸 적도 한두번이 아니였습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그 때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어야 했는데…… 후회막급이었습니다! 저의 아들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 때문에 일생을 날지 못하는 나비가 되진 않았는지…… 천만다행입니다! 아들들에게 고맙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런대로 날아다니면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꽃(?)을 찾았으니까요. 그리고 푸른 하늘을 나는 날개를 가졌으니까요.

오래 전에 어느 기독교 신문에서 본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기사가 생각납니다. 그 교회의 여름성경학교 Program에 어린이들에게전도폭발을 강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마음이 착찹했습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전도폭발은 고치에 커다란 구멍을 내서 나비를 끄집어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다워야 하는데…… “전도폭발보다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예수님의 이웃 사랑을 배우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냄을 배우고, 학교에서 잘 적응을 못해서 어려움을 격는 친구들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는게 더 중요할텐데……  

저희들은 가끔 고치에다 커다란 구멍을 만들기도 하고, 화초가 자라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위로 잡아 땡기도 합니다. 잡아 땡기면 뿌리가 뽑히고, 뿌리가 뽑히면 결국 화초는 시드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나비가 제 힘으로 고치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화초가 자라지 않는다고 잡아 땡기기 보다는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보살펴 주어서 제 스스로 자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게 해 주어야겠습니다.

사부인 Gayle이 보내 준 글을 읽고 제가 아들들을 기른 일을 되돌아 보니, 저는 낙제 점수에 가까운 애비였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아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아들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었기에 이만큼이나마 된 것 같습니다.
아들들에게 고마워 해야겠습니다.
아내에게 고마워 해야겠습니다.
두번 실수는 있을 수 없고……
손자 손녀들이 생기면 한~ 번 잘~ 해 볼텐데……
녀석들은 언제나 고물고물하는 놈들을 내 품에 안겨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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