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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色卽是空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8420 작성일 2024-10-31 19:30 조회수 550

 

주의 : 잘못 이해된 지식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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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딥 필드 사진이 찍혔을 때 전 세계 천문학계는 깜짝 놀라 뒤집어졌다. 방금 막 쏘아 올린 수십조 원짜리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찍어 보자는 엉뚱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는데, 그 자그마한 빈 공간에서 엄청나게 많은 은하가 찍혔기 때문이다.

 

허블 딥 필드 사진을 보면 우주가 은하들로 꽉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3차원 공간을 2차원의 사진으로 찍었기 때문에 꽉 차 보일 뿐이다. 실제 우주는 99.999…% 이상 빈 공간이다. 우주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 중에 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가 있는데 실제 우주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빈 공간을 뜻하는 Space 다. 일례로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가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도저히 갈 방도가 없다.

 

추정 4,000억 개 이상의 별들로 반짝이는 우리 은하도 사실상 본질은 99.999…% 텅 빈 허공이다. 보이저 1호가 인간이 만든 비행체 중에서 가장 멀리 나가 있고, 연구비가 아쉬운 나사 관계자들이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지만, 태양계 최외각의 오르트 구름을 벗어나려면 앞으로 3만 년이 더 걸린다.

 

또 다른 예로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4광년 떨어져 있는 알파센타우리 시스템을 간다고 해 보자. 현재 인류의 기술로 여기에 가려면 7만 년에서 10만 년 정도가 걸린다. 백년도 못 사는 인간으로서는 엄두도 안 나는 거리다. 따라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항성 간 여행은 언감생심이다.

 

우리 태양계도 사실 99.999…% 이상 빈 공간이다. 현재 인류의 기술로 화성에 가려면 가장 최적의 상태에서도 7개월이 걸린다.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고 계획 중인데, 여행자들은 우선 7개월간 좁디좁은 우주선에 꼼짝없이 갇히는 시련을 견뎌야만 한다.

 

1, 2주 후에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한 클리퍼 프로브가 발사된다. 클리퍼는 5년 반 동안 우주를 여행한 후 2030년이 지나서야 겨우 목적지 궤도에 도착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 태양계 내에서의 이동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태양계의 99.999…%의 빈 공간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빈 공간이 아닌 것들은 태양과 그 주위를 도는 지구와 같은 행성들, 그리고 행성을 도는 달과 같은 위성들, 그리고 소행성들이다. 이들은 모두 원자로 만들어졌다. 지구에는 많은 생명이 있다. 생명 또한 모두 원자로 구성된다. 전자기파와 반응하는 바리온, 즉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원자들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실상 원자도 99.999…%가 빈 공간이다. 원자 하나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크기라고 가정할 때, 원자핵은 경기장 정 가운데 놓인 탁구공 정도이고, 원자핵 주변에 있는 전자는 경기장 관중석에서 날아다니는 초파리 정도라고 한다. 즉 원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완전 텅텅 비어 있다.

 

체중 70kg인 성인 남성을 상정해 보자. 그의 몸은 모두 원자로 이루어졌다. 그의 몸을 이루는 원자의 모든 빈 공간을 없앤다고 가정해 보자. 즉 위에 예를 든 탁구공과 초파리를 합쳐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그 즉시 이 성인 남성은 미세먼지 티끌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어 눈 앞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여전히 그 무게는 70kg 이다. 만약 지구 전체를 이루는 모든 원자의 빈 공간을 없애면 지구는 그 즉시 야구공만해진다.

 

놀랍게도 이런 천체가 우주에 아주 많다. 바로 중성자별 neutron star 이다. 온 세상이 99.999…%로 공하고 공하고 공한데 중성자별만은 빈틈없이 꽉 차 있다.

 

태양은 수십억 년 후에 적색 거성이 됐다가 행성상 성운을 남기며 자그마한 백색왜성 white dwarf star 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태양이 만약 1.5 배 정도 현재 크기보다 크다면 전혀 다른 최후를 맞이한다. 태양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그 후에 중성자별이 된다. 초신성 폭발 이후 남은 물질들이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수축되어 전자와 원자핵이 합쳐져서 지름 십수 km 크기의 중성자가 되는 것이다. 중성자별의 밀도는 너무나도 커서, 만약 중성자별의 물질을 티스푼만큼 뜰 수 있다면, 그 무게는 10억 톤에 달한다고 한다.

 

마블 시리즈의 토르가 무기로 사용하는 망치가 바로 중성자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엄청나게 무거워 토르 이외에는 들지도 못하고 이 망치로 부수지 못하는 물건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 원자핵의 구성요소인 중성자로만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획기적인 물건이 나온다. 고밀도의 이 물질은 현존하는 어떤 것으로도 부술 수 없다. 또 이 물질로 만들어진 무기는 현존하는 모든 것을 두부처럼 부술 수 있다.

 

삼체인들의 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원작에서 중성자만으로 감싸여진 Droplet 이라는 무기가 나온다. 단 한 개의 Droplet 으로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빈틈없이 꽉 찬 중성자로 만들어진 물체를 99.999…% 이상 빈 공간인 원자로 만든 지구인의 무기로 어떻게 대적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엄청난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삼체인들은 지구인을 엄청나게 두려워하고 있다. 왜냐하면 400년이라는 시간 때문이다. 알파센타우리에서 출발한 삼체인들의 함대는 광속의 1%라는 엄청난 속도로 지구에 접근 중이다. 불과 400년이면 도착한다. 그런데 그 불과 400년이 문제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이라면 대략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사이다. 막 인조가 즉위한 시기다. 비록 막 화약 무기가 발전하던 시기이긴 했지만 과학 기술적으로는 과거 1만 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던 시절이다. 일만 년 전 석기 시대 사람 한 명을 납치하여 400년 전에 갖다 놔도 그는 잘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400년 전 과거 시험에 장원 급제한 천재를 현대에 갖다 놓으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400년 전 천재는 현대에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모든 문물과 지식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 천재는 현대 도시를 안전하게 걸어 다니는 방법부터 새로 배워야 한다. 이처럼 인류의 과학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903년 최초의 비행기가 라이트 형제에 의해 12초간 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60여 년 후에 인류는 달에 갔다.

 

양자역학이 20세기 초에 정립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인류가 실리콘이나 게르마늄 원자 안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수 세 대만에 인류는 인터넷과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됐다.

 

전자의 제어를 넘어서 인류는 또 다른 원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입자 가속기를 사용하여 원자의 내부를 탐구 중이다. 400년 후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가능해질 것인가? 바로 이 부분이 삼체인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삼체인들의 계산으로는 400년 후 지구에 도착했을 때, 지구인의 과학 기술은 삼체인들을 아득하게 뛰어넘게 된다. 따라서 이를 막아야만 했다.

 

이에 삼체인들은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리소스를 끌어모아 최종 병기 소폰 Sophon 을 만들어 지구에 급파한다. 소폰은 삼체인들의 함대가 지구에 도착하기 전 400년 동안 지구인들의 과학 기술 발전을 저지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소폰이 무엇인가? 이를 논하기 위해선 양자역학과 끈 이론,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다차원의 세상에 들어가야 한다.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1.html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

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7-1-365.html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8.html

9) 색즉시공 色卽是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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