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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윤석열이다. 하, 이렇게나 일차원적 인간들이라니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8607 작성일 2025-01-12 13:46 조회수 551

 

책장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직업을 알 수 있고 취미를 알 수 있고 관심 분야를 알 수 있다. 서울에서 내 책장을 본 사람이라면 쉽게 내 밥벌이를 유추할 수 있었을거다. 하지만 그 외엔 ‘참 잡다한 걸 읽는구나’ 하고 생각했을거다. 인문학하고는 담을 쌓았고 그저 흥미 위주의 독서만 했다.

 

비슷한 이유로 타인의 집에 들를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이 책장을 훔쳐보는 걸 좋아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그녀의 관심 분야에 대한 책을 찾아 읽어 보기도 했다.

 

세상에 참 많은 책들이 있다. 도서관에 가면 그 엄청난 장서 속에서 얼이 빠져 버린다. 그리고 스스로 참 무식하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

 

살아오면서 모아 왔던 책들을 몽땅 버리고 캐나다로 넘어왔다. 난 더 이상 책장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타인에게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실마리 하나를 잃었다.

 

그렇다고 내가 독서를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전자책을 읽고 있다. 아마존 킨들 화이트 페이퍼에서 돌아가는 영어책들이다. 여전히 흥미 위주의 독서를 한다.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의 라이브러리에 내가 읽었던 책들과 읽을 책들의 목록이 쭉 있다. 타인이 이 목록을 볼 방법이 없다. 누구나 볼 수 있었던 3차원 속의 나의 책장이 아마존 킨들의 2차원적 규모의 자그마한 화면 속으로 감춰진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의 등장과 함께 활자의 시대가 가고 영상의 시대가 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독서는 점차 매니악한 취미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엔, 그 사람의 책장 대신, 모바일 폰 유튜브 첫 화면이 그 사람을 웅변한다.

 

이게 무슨 궤변인지 설명하겠다.

 

현대는 알고리즘의 시대다. 저커버그가 말했던가?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여러 가지 포스트에 ‘좋아요’를 천 번 정도 눌렀다면,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의 알고리즘은 그 사람 본인보다 더 그/그녀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주장을 신뢰한다. 또한 이런 알고리즘은 참으로 편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 알고리즘을 아무 저항 없이, 오히려 행복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아마존에서 책을 한 권 구입하면 똘똘한 아마존은 그 후 내게 비슷한 책을 계속 추천해 준다. 나는 더 이상 골치 아프게 이것저것 따져 가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아마존이 추천해 주는 책은 나의 입맛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유튜브에서 몇 개의 동영상을 보면 알고리즘은 계속해서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제의 동영상을 추천해 준다. 결국 내가 유튜브 화면을 처음 켜면 메인 화면에는 내가 관심을 끌 만한 썸네일을 가진 동영상 목록들로 가득 찬다. 너무나 편리하고 행복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당신의 유튜브 첫 메인 화면은 당신의 관심사를 알려 주는 축소판이다. 따라서 현대는 당신의 책장 대신 유튜브 첫 화면이 당신을 대변한다.

 

윤석열의 계엄 사태 이전 나의 유튜브 첫 화면은 그저 걸그룹들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영상으로 가득 찼었다. 그렇다. 나는 크리피한 늙은이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국내 정치 관련 뉴스로 도배돼 있다. 누가 보면 늙은 정치병자로 생각할게 틀림없다. 빨리 윤석열이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가야 다시 내 첫 화면이 예쁜 걸그룹들로 가득 찰 텐데 말이다.

 

계엄 사태 이후로, 윤석열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알아보기 위해 뉴스를 뒤적거리다가 몇 가지 용어와 사회 현상을 배웠다.

 

틀딱이라는 말이 있다. 틀니를 딱딱거린다는, 일종의 노년층을 비하하는 단어다. 여기서 유래된 ‘틀튜브’라는 명칭을 가진 유튜브 채널들도 있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극우 유튜브 채널을 말한다. 극우의 특징인 소수자나 외국인에 대한 차별, 배척, 증오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설파하는 채널들이다. 그리고 우리 윤석열 대통령께서 이 틀튜브의 열렬한 애청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바닥을 기는 지지율 속에서 그나마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말들을 해 주는 유일한 창구였을 게다. 그런데 대통령이나 돼 가지고 이렇게나 1차원적인 인간이라니!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는 고시에 아홉번 만에 합격하고 검사가 되었다. 아마 고시 합격 이후로 책과는 담을 쌓은 것 같다. 그의 언행이나 행동거지를 보면 도저히 차분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폭탄주를 말아 마시며 아무에게나 반말을 찍찍 거리고 거침없이 욕설을 퍼붓는 모습이 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그의 직업은 검사다. 범죄자를 상대하는게 그의 일이다. 사실 대화와 타협이 필요 없는 직업이다. 프레임을 짜고 윽박지르고 기소장을 만들어 법원에 회부하는게 그의 일이다. 소통은 주로 일방통행이다. 그는 항상 상대에게 갑, 그것도 엄청나게 큰 갑이다. 그의 상대는 을이라는 명칭조차 아깝다. 그저 조속히 감옥에 쳐 넣어야 할 범죄자일 뿐이다. 자주 폭탄주를 말아 먹는 그에게 책을 읽을 시간은 없었을 것이고, 직업 특성상 그의 일차원적인 성격은 굳어만 갔을 것이다. “일반인도 검찰 수사를 받으면 패가망신 한다” 라는 취지 비슷한 말을 그가 한 적이 있다. 그는 일반인이라는 약자의 편은 아닌 것 같다.

 

검찰총장까지 올라간 그는 그의 권력에 심취했다. 박근혜를 수사하고 감옥에 쳐 놓은 전적까지 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감히 “겨우 5년짜리 권력” 이라고 일갈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검찰 수사를 통해 여러 사람을 패가망신시켰다. 조국이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 개혁을 시도하자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은 조국의 집안을 그야말로 “멸문지화” 시켰다. 또한 정적인 이재명에 대해서 같은 시도를 했으며 법원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검사는 기소권을 독점하는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윤석열은 이를 악용해 왔다. 그래서 그 자신도 검찰 수사를 안 믿는다. 검찰총장 씩이나 했던 인간이 계엄사태 이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엉터리라고 부인하는 것이다. 에라이~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검사처럼 행동했다. 극히 일차원적인 인간이었다는 뜻이다. 나의 상대는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윽박지르고 굴복시켜야 할 적이다. 따라서 윤석열을 반대하는 집단은 언제부턴가 사전에도 없었던, 하지만 틀튜브에서 계속 떠들어대던, “반국가세력” 이 되었다. 명태균에게 보고 받기로는 나의 지지율이 높아야 되는데 선거 결과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역시 틀튜브가 주장하는 선관위의 부정 선거가 틀림없다. 이렇게 윤석열의 세계는 좁아져만 갔을 것이다.

 

세계는 양극화 되고 있다. 그리고 과거보다 현저하게 반지성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 현상은 위에 설명한 알고리즘과 관련이 있다.

 

사실 나의 유튜브 첫 화면이 전부일 수 없다. 이것은 그저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내용들이 나열일 뿐이다. 계속 이런 것만 보고 듣는다면 나의 세상은, 마치 윤석열처럼, 1차원 속에 갇혀 버리게 될 것이다. 틀튜브 속에 갇혀 무지성적으로, 아직도 윤석열을 지지하는 틀딱이 되지 않으려면,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사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휴, 어렵다.

 

최소한 정치인은 1차원에 갇히면 안 될 것 같다. 나의 상대는 나쁜놈이나 반국가세력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라는 이차원적인 인간이 정치를 해야 한다. 앞과 뒤가 아니라 전후좌우를 살펴야 된다는 말이다. 최소한 자기의 안위 보다는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한 적이 있는가를 살펴보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우파 계열의 대통령들은 뭔가 대의를 위해서 약자들을 위해 활동한 이력들이 있다. 김대중은 목숨을 걸고 민주화 운동을 했다. 노무현은 인권과 노동 변호사로 활동했고 투옥되기도 했다. 문재인은 학생 운동을 하다가 붙잡혀 녹화 사업의 대상이 됐으며 노무현과 함께 노동 변호사 생활을 했다.

 

다시, 수구 꼴통 계열의 대통령들을 보니 좀 한심스럽네. 박정희는 골수 친일파였고, 빨갱이였다가, 공산당 동지를 팔아넘기고 전향한 철저한 기회주의자로서, 419 이후 혼란을 틈타, 천재적인 감각으로 기회를 낚아채어 군사 반란을 일으키고 독재자가 됐다. 전두환, 노태우는 직업 군인이고 역시 반란을 일으켰으며 감옥에 갔다. 김영삼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3당 야합으로 오점을 찍었다. 이명박은 기업가 출신인데 장사꾼처럼 나라를 운영하며 사익을 채우다가 결국 감옥에 갔다. 박근혜는 정체를 모르겠는데 하여튼 윤석열이 감옥으로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윤석열이다. 하, 이렇게나 일차원적 인간들이라니.

 

내가 글을 쓰면서 일부러 차원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1차원과 2차원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차원에서 반국가세력이 이차원에서는 협치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이차원을 필요로 한다. 일차원적인 인간이 이차원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하면, 지금 보듯이, 나라 전체가 요동을 친다.

 

차원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계속)

 

삼체 The Three Body Problem

 

목차

 

1) 모택동 때문에 외계인이 쳐들어오는 이야기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1.html

2)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2.html

3) 총균쇠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3.html

4) 개미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4.html

5) 폰 노이만과 어둠의 숲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4/5.html

6) 나는 무엇인가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blog-post.html

7) 1년은 365일이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09/7-1-365.html

8) 속초 앞바다에서 시원하게 오줌을 싸면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8.html

9) 색즉시공 色卽是空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0/9.html

10) 엘러건트 유니버스

https://nonsense-delusion.blogspot.com/2024/11/10.html

외전 1) 마지막으로 윤석열이다. 하, 이렇게나 일차원적 인간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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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board  |  2025-01-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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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의 문제를 떠나,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윤석열 처럼 막돼먹은 개자식은 본 적이 없습니다.
윤기중인가 뭔가하는 죽은 지 아비의 자식에 대한 상습적인 가정폭력이 그를 저렇게 삐뚤어지고 의존적인 인간으로 만들었을 거라는 프로파일러들의 진단도 있습니다만,
그런 막돼먹은 인간이 교활하기 짝이 없는 도둑년과 결혼까지 해서 한 나라를 이렇게 오랫동안 망가뜨려왔다는 생각을 하면 밥맛도 떨어지고 밤에 잠도 오지 않을 정도이지요.
그 나라에 사는 국민들은 오죽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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