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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인도받을 정도로 대박이 난 신형(YF) 쏘나타를 보면 입이 한 열개 쯤 있어야 제말을 할 듯 합니다. 할 이야기는 넘 많은 데 잘못 현대차 영업맨이나 알바들의 비위를 거슬리면 거의 공포에 가까운 댓글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할 일을 해야죠.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제 의무이니까요. 다행히 제가 이런 제목의 글을 쓸수 있는 것은 독자분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입니다.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죠.
쏘나타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최근 일주일간 다시 시승을 했습니다. 지난번 일주일 동안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죠. 솔직히 미국 자동차 담당 기자들처럼 한 두 달이나 아니면 6개월 이상 장기시승을 하면서 이것저것 비교 시승도 해보면서 쓰고 싶은 데 국내 여건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쏘나타는 한국 중산층을 대표하는 차인 만큼 YF도 예상수준을 넘을 만큼 잘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이 차의 진입장벽이 된 가격이죠.
우선 쏘나타의 옥의 티는 크게 세 가집니다, 첫째는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오른 가격(이건 철저히 응징해야 합니다), 둘째는 가장 중요한 2300∼2500RPM(1분당 엔진회전수)에서 핸들과 엑셀 페달을 중심으로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진동입니다(요 부분은 확실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개선이 안돼면 가장 파워가 있는 동호회가 나서야지요.) 잠깐 더 언급해보면 이렇습니다. 제가 아는 용감한 친구가 쏘나타를 타보지도 않고 ‘그냥 좋다’는 언론의 시승기에 서둘러 계약을 하고 지난달 중순 차를 받았지요.
이달 초 저에게 살짝 다가와 ‘(내) 차에 문제가 있으니 한번 타 봐 달라’는 겁니다. 타봤더니 문제가 바로 이 진동이더군요. 가장 많이 사용하는 2300∼2500RPM에서 차체가 떤다는 것이죠. 4500RPM이 넘어 이런 현상이 나오면 ‘평생 잘 쓰지 않는 RPM이니 그냥 넘길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요건 좀 심각합니다. 이 친구는 자기 차에만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차를 사기전에 상담을 해 줄때 ‘신차가 나오면 6개월 이후에 사라’고 충고했지만 그 친구는 노후차 혜택에 혹해 그만 타보지도 않고 계약을 하고 차를 인도 받았더군요. 문제는 자주 사용하는 엔진 회전수에서 동일한 현상(그냥 넘기기에는 꽤나 신경쓰이는 떨림-20년 전 나온 초대 쏘나타에도 없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뭐라고 할까 ‘찡’하는 진동이 핸들에 느껴지지요. 동승석에서도 진동이 똑같이 느껴집니다. 판매점에서 차를 타보지도 않고 출고를 서둔 사람들은 이 현상에 시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는 신형 투싼을 능가하는 파노라마 썬루프의 굉음입니다. (다행히도 파노라마 썬루프 차량은 전체의 20% 이하라고 합니다) 지난번 투싼 옥의 티에 이 점을 지적했는 데 어떤 분들(대충 알바나 영맨인 듯)은 ”썬루프를 열고 타니까 그런 굉음이 들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합니다만 썬루프를 열고 달리면 벤츠 할아버지라도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긴 마찬가집니다. 투싼은 확실히 썬루프를 닫았는데도 시속 100㎞를 넘어서면 참기 어려운 굉음이 들린다는 게 문제였죠. 쏘나타의 썬루프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더군요.
위의 세 가지는 옥의 티가 아니라 당장 개선해야 할 엄청난 상처지요. 진짜 옥의 티는 3000만원 가까히 하는 최고급 사양인데도 전혀 개선된 것이 없는 짜증나는 오디오 음감이었지만 말입니다. 엊그제 언급했지만 4400만원 하는 포드의 토러스 소니 오디오 시스템과 쏘나타의 JBL 오디오를 한번 비교해 보십시요!
<열 받는 쏘나타 가격>
지난번에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파노라마 썬루프를 제외한 최고급 옵션을 단 시승차의 가격은 무려 2985만원이나 합니다. 거의 달지 않는 모젠 내비게이션(약 200만원)을 빼더라도 2700만원이나 됩니다. 그랜저2.7 기본형과 가격이 비슷한 것이죠.
현대차는 올해 1∼3분기 내수판매에서 15%의 놀라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일본이나 미국,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서 적자를 낸 게 보통 일인데 현대차는 숫자만 보면 대단히 영업을 잘 한 것이죠. 2000년 이후 거의 최고 수준입니다. 이는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시작한 노후차 세제 감면(이건 너무 문제가 많아 또 한번 짚어야 합니다)의 혜택을 그대로 받은 것이죠. 마케팅 비용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대기자들이 줄을 서 차를 뽑고 있습니다. 여기에 통상 경쟁체제에선 수십만에서 수백만원까지 깎아주는 차종별 할인 혜택도 거의 사라졌지요. 거기에 빈사상태인 GM대우와 쌍용차 덕분에 내수 점유율이 사상 최고치인 80%(기아차 포함)를 넘어섰습니다. 말 그대로 알 먹고 꿩 먹는 겁니다.
필자는 현대차가 올해 내수에서만 최소 약 1조5000억∼2조원의 영업이익을 볼 것으로 추정합니다. 영업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문제삼자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처럼 파이를 늘리는 것보다 나눠 먹고 규제하는 식이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파트 가격을 잡는다고 공급을 줄이고 세금 폭탄을 때려 오히려 강남 아파트 가격만 올려 놓아 서민들이 내집장만에 더 고초를 겪게 한 것이 대표적이죠.
현대차가 내수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을 했는데도- 쉽게 말해 원가절감을 잘해서, 또 설계를 잘 해 생산원가가 싸져서-엄청난 이익을 냈다면 이는 하버드 MBA 교과서에 등재할 만큼 칭찬을 해줘야 하는 것이죠. 문제는 시장 독점에 따른 독점이윤을 그대로 취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2,3차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올려줘 전체적인 국내 소비를 진작한 것도 아닙니다.
독점 시장에서 가격을 올려 이윤을 취하는 것을 잘하는 경영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지 않고 생산방식에서 원가를 절감해 이익을 내는 회사를 우리는 훌륭한 회사라고 칭찬합니다.
적어도 일본에서 도요타ㆍ혼다가 존경은 아니더라도 인정받는 기업이 된 것은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거의 이익을 내지 못할만큼 가격인상에 소극적인데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이들 회사가 10%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모두 해외(수출이나 현지생산)에서 벌어온 것이죠. 일본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자동차가 쌉니다. 쏘나타급의 200만엔 정도 하는 차를 사려면 20여 개 차종을 놓고 고민할 정도지요.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편익이 올라가는 겁니다. 미국은 경쟁이 더 치열해 현대차가 신차를 내놓으면서 YF쏘나타처럼 15%가 아니라 3%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ESP가 기본으로 달리고 4단에서 6단 자동이 됐으니 그만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논리죠. 천만의 말씀입니다. 현대차뿐 아니라 세계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새로 개발된 변속기나 옵션을 달면서 15%씩 가격을 올리지는 않죠.대부분 기존 차량을 팔면서 개발비를 이미 뽑아 3% 정도 가격을 올리는 게 통상입니다. 도요타가 4단에서 6단으로 변속기를 바꾸면서 10% 넘게 가격을 올렸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에어백이 4개에서 8개로 늘어나도 수십만원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참고로 최근 10년간 OECD 국가의 신차 가격 인상률은 3∼5%입니다. 미국만 따져보면 3% 미만이죠. 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10여개 차종만 놓고 계산해본 결과 10%가 넘습니다.
현대차의 가장 큰 문제는 독점에 따른 이익 편취에만 취해 있을 뿐 ‘진짜 큰 숲은 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재경본부는 목표 이익을 정하고 여론이나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떤지 간에 목표 영업이익률에 맞춰 쏘나타 판매가격을 정합니다. 엄청난 이익을 내고 칭찬을 받으면 그만인 것이죠. 국내영업본부도 마찬가집니다. 현대차 가격 인상에 대해 저항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경영회의에서 입도 못 꺼냅니다. 오로지 판매 대수만 채우면 되는 것이죠.
현대차에서 ‘전략’이라는 것을 잘못 입에 올리면 화를 입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 자기 해당 본부의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회사 전체적인 장기 발전이나 브랜드 전략, 이미지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에 대해선 서로 못 본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보 전략도 마찬가집니다. 이런 가격 올리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를 막으면 잘하는 것이고 이런 내용이 언론에 소개되면 홍보실은 말 그대로 초죽음이 됩니다. 점점 가격 인상에 저항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여론을 경영회의에 보고해 논의를 하고 현대차의 따뜻한 안방 역할을 해주는 국내 소비자들의 등을 어루만지는 홍보전략은 찾아 보기 어렵지요. 오로지 ‘국민기업인 현대차가 잘 돼야 한다’는 90년대 기아차의 논리를 폅니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는 당장 잘 나가지만 장기적인 생존 전략이나 지속발전이라는 명제 앞에선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합니다. 다음번에는 옥의 티 두 가지를 상세히 짚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