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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정총리의 자세 _ 김동렬 칼럼
작성자 운영팀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1942 작성일 2009-11-23 10:33 조회수 1135
한국과 미국 양국의 지도자가 여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두 나라 지도자는 공교롭게 일본을 상대로 비춰진 모습이 양국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아직 두 지도자의 모습이 정당했느냐, 아니냐는 시간이 좀 지나야 판단이 설 것 같다.

오바마의 90도 저자세 인사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폭스 TV의 공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기회를 잡은 듯 포문을 열었다.
미국 보수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송으로 제 역할 때문인지 오바마에 대한 비평이 아주 매섭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아키히토 천왕 부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여 인사한 것과 관련해 미국 내에선 ‘지나진 저자세’였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폭스TV는 2년 전 당시 체니 부통령이 일왕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고 악수하는 장면과 비교해 보도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행동이 “대통령으로서 적절치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새로이 들어선 노무현 스타일의 일본정부가 대등외교를 국민들에서 약속한 점을 상기 하면서 아마도 새 일본정부는 오바마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는 평이다.
왜냐하면 자기집 앞 마당에서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모습을 보이므로 국민들로부터 줏대 있는 새 정부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길 원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천왕을 만나 저자세 인사를 함으로써 일본국민의 환심을 선점해 새 정부는 제대로 게임도 해보지 못한 체 타켓을 놓쳤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결국 오바마의 저자세 인사가 새 정부의 예봉을 교묘히 꺾었다는 뜻이다.
오바마의 저자세가 작전이든 아니든 현실적으로 방문국의 국민들로부터 또 다른 미국의 이미지를 심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

정운찬 총리의 무릎 꿇은 자세
지난 14일에 발생한 부산 실내사격장 참사와 관련 본국 정부의 태도에 한국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일본인 관광객 7명이 사망한 이번 사건에 대해 ‘백배 사죄’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정운찬 총리의 태도에 일부 국민들의 심기가 거슬린 것이다.
정총리는 15일 유족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20분 동안 사죄한 것에 대한 시비가 일어났다.
용상참사와 같은 자국민이 희생된 피해자 유가족 앞에선 양반자세로 앉아 이야기 하더니 일본 피해자 가족 앞에선 무릎까지 끓어 가면서 사과하는 모습이 너무나 이중적이고 대조적이었다는 것이 시비의 핵심이다.
일부 국민들은 정총리의 자세를 문제 삼아 “도대체 어느 나라 관료인가, 일본인가 한국인가”라며 비난 했다.
총리가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자랑거리는 못되지만 이역 땅에서 개죽음을 당한 피해 유족들에게는 분명히 위로가 되었고, 사죄가 되었을 것이다.
더구나 부산은 일본 관광객이 뿌린 돈으로 시가 굴러간다고 할 만큼 일본 관광객 의존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화재 사건은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총리인들 이런 시급한 상황에서 오열하는 유가족에서 사과의 진정성을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분류되는 한국과 일본의 국민 감정은 매우 사소한 사건이라도 대형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언제나 잠재돼 있다.
총리의 자세가 굴욕적이라는 일부 네티즌의 댓글을 보면서 한국은 아직도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 피해에 대한 적개심이 존재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총리의 자세가 아니라 국민들의 감정이 더욱 글로벌 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아버지나 형제가 이웃 나라에 관광을 갔다가 불에 타 죽었다면 어떻게 그런 나라를 용서 하겠나.
이미 사건은 발생했고 보다 사건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진정으로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사과도 시간과 장소를 놓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외교관계에선 더욱 타이밍이 중요하다.

두 지도자의 자세
이번 두 사건을 보면서 두 지도자의 자세는 매우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절을 중요시 하는 일본들에게 표시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과거 뻣뻣한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불식했다.
미국인이 외국에서 미움 받는 이유 중에 하나가 뻣뻣한 모습 때문이다.
미국에서 보면 당연한 모습이지만 일부 국가에선 그런 미국인의 자세를 도발적인 태도로 받아들인다.
특히 모슬림 국가에서 그런 모습에 분노까지 한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사우디 왕을 만났을 때 90도 가까이 숙여 인사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 있었다.
당시 오바마의 모습을 본 모슬림들은 그의 모습에 존경과 최고의 예우를 표시하기도 했다.
오바마가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참 모습을 보인 것은 고도의 제스처로 보인다.
한편 정운찬 총리의 자세도 그렇게 시비거리가 될 것 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 이라는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이웃나라 사이가 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할 수 있는 제스처였던 것이다.
더욱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 앞에서 최고의 사과를 표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생각보다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일본 언론의 공격적인 태도가 상당히 순화되었다.
결국 원망과 분노에 꽉 차 있는 상대방의 마음을 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무릎을 꿇었던 것을 자꾸 민족주의 감정으로 보면 끝이 없다.
망자 앞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예의를 표한 것을 놓고 아직도 시비가 계속 되는 것은 결국 한국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부산 사격장 화재 사건을 보면서 한국이 세계 11위 경제 대국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가면 항상 문 입구에 앉아야 한다는 한 지인이 말이 다시 떠오른다.
사고 불감증인 나라가 바로 한국인 것이다. 경제대국 이라고 외치기 전에 불안하지 않은 나라라는 소리를 더욱 듣고 싶은 것은 기자만의 바램이 아닐 것이다.
<dyk47@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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