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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그냥 잔잔한 이야기
작성자 clipboard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2322 작성일 2010-02-06 20:42 조회수 1735
어제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가을여행기 마지막 편을 써서 올렸습니다. 라오스와 미얀마 국경마을 이야기였는데 별로 좋은 사진이 없어서 편집하는데 애를 좀 먹었죠.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적절치 않은 비난을 했다고 해서 누군가의 글이 삭제된 모양입니다. 공교롭게도 그 비슷한 시간에 그 분과는 정 반대로 저는 다른 곳에 올린 그 여행기에서 또 다른 전직 대통령 칭찬을 늘어 놓고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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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물이나 개념이 등장했을 때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예들 들어 명성황후 하면 청나라와 일본을 번갈아 가지고 놀았던 이이제이 외교를 떠 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을미사변의 여우사냥꾼 칼잡이들을 떠 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상상력의 폭이 좁아서 그런지 명성황후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게 고작 이미연이다 (여기서 고작이란 나 스스로의 폭이 좁은 상상력을 겨냥하는 단어이지 탤런트 이미연 선생을 비하하는 말이 절대 아님을 밝혀둔다).

그러면 미얀마 하면 떠 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 군사독재, 88 년 8 월 8 일, 아웅 산 수지 선생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미얀마 하면 떠 오르는 게 별로 신통한 게 없다. 다만 그 나라의 옛날 이름 버마는 좀 다르다. 버마를 생각하면 즉시 떠 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다름아닌  ‘한글날’이다.

1983 년 그 날 “DDD 아저씨가 버마에서 돌아가셨다”는 성급한 소식을 전해 준 후배의 전화를 받고 TV를 켜며 잠시나마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던 그 환희의 순간, 그 해프닝이 벌어진 날이 바로 한글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DDD 아저씨만큼 인복이 좋아 명줄 또한 긴 분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 아저씨에게는 남다른 장점이 하나 있는데 어느 분야에서 자기가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배울 줄 아는 일종의 지적 솔직함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런 그가 스승으로 모셨다는 서석준 (경제부총리) 과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의 그 날 죽음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언젠가도 한 말이지만 좋은 분이건 나쁜 분이건 조직의 보스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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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아냥이라느니 경망스러운 글로 교민들을 우롱한다느니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칭찬 맞습니다.  미얀마 땅을 보고 있노라니 그 날이 생각났던 모양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아저씨께서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죽음을 며칠 앞두고 기력이 남아 있을 때 밤중에 아무도 몰래 망월동 국립묘지를 찾아가 소리 없이 회한과 자책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 정도의 maturity를 확보할 때 까지는요.  

올해는 혁명의 대지 중국을 돌아볼까 생각했다가 마음을 바꿨습니다. 태국열전 삼부작을 찍기로 했습니다. 왠지 태국에 갈 때마다 오래 전에 살던 곳에 다시 돌아온 듯한 생각이 들거든요.

스미즈 타카시 감독의 ‘환생’에서 어느 대학강사가 이야기한 은재기억이 작동하고 있어선지도 모르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대한민국으로 되돌아가 버린듯한 추억여행이라고나 할까요.

패키지로 가서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스튜디오나 기웃거리다 와서는 그런 경험을 하기가 어렵고 저처럼 혼자 현지인들의 적나라한 생활모습이 드러나 있는 뒷골목과 시장통을 누비고 다녀야 조금 생동감 있게 경험할 수 있지요.

저는 열차여행을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외국에서 열차를 타 본 기억이 없어요. 올해는 방콕을 출발해 쿠알라룸프르를 거쳐 싱가포르까지 가는 국제열차를 타고 말레이반도를 종단해 볼 계획입니다. 일주일 잡고 있는데 ‘간첩신고’덕분에 대한민국 입국이 거절될 경우 2주일로 늘릴 수도 있습니다.

씨엔드림의 우파 논객들과 그런 기차 객실에 마주 앉아 잔잔하게 이야기하면서 여행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 스타논객이신 P 선생 같은 분과 말이죠. 저는 작년 여름엔가 이미 그런 비슷한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두 번 제안은 안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이야기 했는데 저와 씨엔드림 간의 친분관계 운운하는 분이 있군요. 그래서 마치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취급을 당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요.  

그런 개인적인 사실관계를 수 백 명이 보는 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 상식 아닌가요? 그런데도 편견과 추측을 엮어서 마치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비윤리적인 커넥션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는 거…… 페어플레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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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by  |  2010-02-06 22:57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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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싱가포르 기차여행 강추!! 동양의 오리엔트 특급이지요. 객실에서 시국담 하기엔 너무 아깝고 아가사 크리스티 오리엔트 특급살인 읽는게 헐 나을겁니다.

clipboard  |  2010-02-07 19:19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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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그 날 저녁 베트남 아이스 커피가 너무 독했던 것 같습니다. 새벽이 속이 다 쓰리더군요.

저는 탈 것에서 무엇을 읽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지요. 단 바로 옆 자리 사람에게는 또 말을 먼저 걸지 않는 요상한 습관이 있습니다. 그 대신 비행기 갈라나 비상구 옆에 죽치고 있다가 거기서 같이 죽치고 있거나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과 주로 이야기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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