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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신앙이 층돌할 땐 어떡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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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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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번호 2343 |
작성일 2010-02-11 16:51 |
조회수 2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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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잠시 짬이 나서 보게 된 인도영화 Water를 보고 느낀 점을 몇 자 적습니다. 토론토 영화제에 출품할 때는 이 영화의 국적이 캐나다였습니다. 아마 감독이 인도 출신이지만 캐나다 시민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인도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인도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저는 이 영화를 인도 영화라고 부르겠습니다.
Deepa Mahta 감독의 Water는 그 플롯이나 메시지도 훌륭하지만 몇 대사가 던지는 비수 같은 문제제기가 가슴에 와 닫는 영화입니다. 한 10 년 전쯤 이 감독의 또 다른 작품 Fire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인도사회에서는 어느 종교커뮤니티에서건 철저한 금기인 동성애를 다루고 있는데 올케와 시누이가 벌이는 멋진 베드신이 통쾌하고도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Water는 1938 년의 인도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남편을 잃고 홀로된 여자들이 겪는, 분노가 치밀 정도의 잔혹한 속박과 굴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여자들에게 잔혹한 굴레와 속박을 강요하고 있는 주체는 물론 그 사회를 지배하는 종교와 사회관습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이른바 ‘남편 잡아먹은 여인들’이 신의 명령에 따라 가야 하는 수용소입니다. 어떤 종교에 소속된 하나님이 그 따위 명령을 내렸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하나님을 그 수용소에 처박아 넣고 싶을 정도의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수용소에 강제로 끌려들어 온 여인들의 수입원은 구걸과 매춘입니다.
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두 명이라고 봅니다. 한 명은 결혼하자마자 늙은 남편이 죽는 바람에 첫날 밤도 치르지 못하고 친정 아버지 손에 이끌려 이 수용소에 끌려 온 여덟 살짜리 꼬마 과부 Chuyia 이고, 또 한 명은 아홉 살 때 비슷한 경위를 거쳐 이 수용소에 들어 온 뒤 매춘으로 이 수용소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젊은 과부 Kalyni 입니다.
젊은 과부는 한 유복한 자유주의자 청년과의 사람을 이루지 못하고 끝내 슬픈 자살의 길을 택합니다. 꼬마 과부는 그 수용소에서 평생을 보낸 어느 중년 과부의 손에 이끌려 마침 감옥에서 풀려나 이 지방도시 기차역에서 기도집회를 하는 마하트마 간디의 연설을 듣게 됩니다.
기도집회를 마치고 기차를 타고 떠나는 간디와 지지자들을 향해 중년과부는 꼬마과부를 안아 들고 달려갑니다. 그리고 외칩니다. 여러분들 중에 누군가가 제발 이 아이를 데리고 떠나달라고…… 이 꼬마과부는 그렇게 기차를 타고 속박의 도시로부터 떠나갑니다.
그러니까 죽은 젊은 과부는 그 사회의 비극적 절망을, 기차를 타고 떠나는 꼬마 과부는 그 사회의 혁명적 미래를 각각 상징하는 셈입니다.
방금 한 번 본 영화를 가지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무리라 이만 줄입니다. 다만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게 남아 있는 대사 두 개가 생각나 소개합니다.
신앙심이 깊어 평생 재혼을 하지 않고 수용소에서 보낸 어느 중년 과부가 근엄한 설교자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What if our conscience conflict with our faith?” (양심이 신앙과 맞지 않을 땐 어떡하죠?)
과부가 질문을 하기 직전에 설교자는 과부에게 간디의 석방소식을 전하며 “간디야 말로 마음에서 울리는 양심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 라며 똥 밟은 소리 (실천은 없이 말로만 지껄이는 위선적인 소리를 다섯 글자로 줄인 말)를 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마하트마 간디가 기차역에서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말 입니다.
“For long time, I have believed God is truth, but now I believe truth is God”
간디가 했다는 이 말의 한국어 번역은 각자의 몫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아까 말한 대로 1938 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촬영지로 선정됐던 바라나시에서 이 영화의 촬영을 저지하는 폭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 곳에서 촬영을 못 했다고 합니다. 2000 년 일입니다. 이 영화의 말미 자막에 나오는 대로 Water 의 비극은 단지 1930 년대의 추억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오늘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인도에는 약 3400 만 명의 홀로된 여인들이 살고 있답니다. 여전히 횡행하는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을 온 몸으로 겪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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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다른 이야기 주제이지만 '양심과 신앙'으로 제목을 뽑다보니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하는 말인데,
......교역자협의회는 그때 그 사건에 대해 사과나 해명을 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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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 2010-02-11 19:39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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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영화를 보구 제블로그에 짧은 감상을 올린적이 있었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이 안났습니다. 궁금해서 다기 가 보았는데... 다음과 같이 썼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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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겨울)
특히 카나다에서 예상치 못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던 토론토 영화제 개막상영작 Water (2005)를 다시 보았습니다. 물론 또 봐도 재밌었구요.
1938년 영국이 지배하던 인도가 배경..
처음 등장하는 대사가 이랬다.
늙은 아빠가 7-8살쯤 되어 보이는 딸아이에게
아빠: \"너 예전에 결혼했던거 생각나지?\"
아이: \"아니 안나는데\"
아빠: \"니 남편이 죽었어\"
과부는 (1) 남편 따라죽던가 (2) 시동생에게 시집을 가던가 (시댁이 원할때) 아님 (3) 과부끼리 한집에 고립되어 살아야 한다는 힌두의 전통땜에 이 아이는 \"과부촌\"에 부모와 떨어져서 살게 됩니다.
거기서 만나는 어떤 젊은 과부와 그를 사랑하게 된 뼈대있는 집안의 잘 생긴 청년이 나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TV문학관\"의 설정입니다.
우리나라의 몇몇 TV문학관이 그렇듯 (저는 중학교때 보았던 \"열녀문\"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영화의 재미의 중심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그 관습입니다.
맨마지막장면에서 받은 \"쨘\"하는 감동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여러 논쟁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감동적 작품을 완성시킨 디파 메따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이작품이 아카데미상을 받았음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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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 근본주의자들의 반대로 스리랑카에서 찍었는데 8살짜리 주인공 꼬마 아가씨는 스리랑카 아가씨라고 합니다. 그녀는 영어도 못했고, 힌디도 못했는데, 결국 힌디로 된 대사를 모두 외워서 아무 뜻도 모르고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도 감정을 표현하며 연기한거 보면 이 여자아이는 아마 천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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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처음 대사 다 기억납니다. 수용소에서 그 꼬마가 했던 당찬 말도요. 아내가 죽은 남자들이 가는 하우스는 어디에 있느냐고.
인자한 설교자의 인상이 변하고 오히려 곁에 있던 과부들이 little devil 의 black tongue 를 뽑아버리라는 둥 난리를 죽이죠.
지난 주말에 라이브러리에서 줏어와서 시간이 없어 못 보다가 조금 전에야 다 봤습니다. 반납하기 전에 한 번 더 보려구요. 힌디 성지인 바라나시에서 난리를 죽인 거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이해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한기총만은 못해도 거기역시 만만치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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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by
| 2010-02-14 09:59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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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 어려운 주제를 올렸군요. 종교,정치에서 극 자 붙는 건 위험하다 생각합니다. 극우파, 극좌파 모두 위험인물들. 극단적 원리주의자... 한기총이나 인도나 극단적 원리주의자들...>위험인물들이지요. 나도 한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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