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을 만들면서
저희집 앞마당에는 기다란 화단이 있고, 화단 뒤로는 키가 작은 사철나무인 회양목을 나란히 심고 동그랗게 깍아 놓았습니다. 여름에는 꽃과 나무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겨울에는 화초가 없어도 흰눈이 쌓이면 흰색과 초록색의 조화가 참 좋습니다. 눈이 내리면 걱정 부터 되고 카나다의 긴 겨울이 지겹기도 한데, 하얀 눈이 덮인 사철나무가 긴 겨울을 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봄부터 가을 까지 전기 가위로 녀석들의 머리을 깍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삽니다.
처음 이사를 와서 자그마한 나무를 심었는데 한 4~5년 지나니까, 아주 잘 자라서 볼 때마다 저를 기쁘게 해 주었습니다. 5년 전에 눈이 아주 많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눈이 나무를 덮어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봄이 되어서 눈이 다 녹았을 때, 나무들을 보는 순간, 제 가슴이 저려 왔습니다. 동그랗게 잘 다듬어진 나무 중의 하나가 절반이 뭉청 부러져 있었습니다. 동네에 지역 신문이나 광고지를 배달하는 사람이 옆집에서 우리집으로 올 때 돌아 오는게 귀찮으니까, 눈이 쌓인 나무 위로 지나오다가 눈에 파묻친 나무을 밟은 것 같았습니다. 5년간 정성드려서 길렀고 한창 보기 좋았는데……
누군지 알수 없는 사람이 미워졌습니다. 자기가 편하자고, 몇 발자국을 save하자고, 남의 귀한 나무를 망가트린 사람의 행동에 화가 났습니다. 절반이 부러져 나간 나무가 다시 제 모습을 찾기 까지는 다시 5년이 걸렸습니다. 그 나무를 볼 때마다 아팠던 제 심정은 나무를 아끼고 정성스럽게 길러 본 사람만이 알겁니다.
두 주전에 눈이 와서 driveway에 눈을 치우고 있는데, 광고지를 돌리는 아이가 옆집에서 우리집으로 오면서 나무위를 넘어오는게 아닙니까! 눈에 파묻쳐 잘 보이지 않는 나무를 한바트면 밟을뻔 했습니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5년전에 격은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서 열이 뻗칠려는 것을 꾸~욱 눌러서 참고, 목소리를 가다듬어서 귀에 거슬리지 않게
“얘야, 저 눈속에 나무가 있는데, 그렇게 넘어다니다가 나무를 밟으면 부러지는데, 좀 돌아다녀줄래?” 이야기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돌아다니겠습니다” 순순히 말을 들어주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지난 밤에 또 폭설이 내려서 두시간 걸려서 눈을 치웠습니다. 옆에 쌓아놓은 눈 높이가 1미터가 넘었습니다. 아직까지 눈을 치울 수있는 건강과 체력이 있다는 것을 감사했습니다. 다음날 회사에서 돌아와 보니, 옆집에서 우리집으로 건너 온 발자국이 또 보였습니다. 높게 쌓아 놓은 눈을 밟고 우리집으로 왔는데 내가 아끼는 나무의 가지가 밟혀서 조금 부러져있었습니다. 순간 열이 뻗칠려고 했습니다. 만약 10 cm만 앞으로 발을 디뎠더라면 전에 처럼 나무의 절반이 부러질뻔 했습니다.
끓어오르는 분을 참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옆집에서 driveway를 따라 앞으로 찻길까지 갔다가, 우리 driveway로 와서 광고지를 넣을까? 아니면 눈이 무릎까지 오지만 지름길로 와서 광고지를 넣었을까? 십중팔구 저도 눈을 밟으며 지름길을 이용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끼는 나무가 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안 봤겠다, 자기 나무가 아니니까. “어이쿠 미안!” 하고 그냥 가버리면…… 내 나무만 상하지 않는다면, 어디로 다니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정작 아쉽고, 속을 끓이는 사람은 저였습니다. 그러다가 ‘그래 내가 좀 힘들겠지만 길을 만들어 주자!’ 결정했습니다. 1미터나 쌓여 있는 눈을 치우고 사람이 하나 충분히 지나다닐 수 있는 지름길을 우리집에서 옆집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길까지 만들어 주었는데도 나무를 부러트리는 놈(?)의 발목은 부러져라!!!”
말을 하고 나서 생각하니 별로 좋은 말이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더 붙였습니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농담입니다” 그리고 혼자서 웃었습니다.
바람이 쌩쌩 부는 날씨에 눈위에다 지름길을 내면서 배우고 깨달은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게 이익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참 이기적입니다. 저 자신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 자신 알게 모르게 내 유익을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았습니다.
둘째로 제가 손해를 보았다고 속상해 하고 열을 올려봐야 많은 경우에는 저만 손해라는 것입니다. 빨리 잊어버리는 게 건강상 좋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아무 도움이 안되는 집착이 저희들을 힘들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빨리 털어버리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손해를 봤다고 해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향해 저주를 퍼부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CC Camera를 설치하겠습니까? 하루종일 창밖을 내다보면서 지키고 있겠습니까?
셋째로 제가 손해를 보고싶지 않으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먼 안목으로 볼 때 더 이익이 된다면, 주저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내 것은 내가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 길을 내긴 했지만, 사람들이 눈에 빠지지 않고 우리집으로 오면서 “어이구, 이게 웨 떡이야!!!” 하면서 혹시(?) 고맙게 생각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고요. 꿈이 좀 야무진가요?
눈위에 지름길을 만들면서 얻은 교훈(?)입니다.
지름길을 냈는데도 나무를 부러트리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하냐구요?
“내가 해야할 일을 다 했는데 어쩌겠어?!”하며 그냥 허허허 웃을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