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모든 것 잊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작성자 민초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2693 작성일 2010-05-16 14:16 조회수 1331
<pre> 모든 것 잊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대의 숨소리에 압도되어 버리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대의  눈동자에 나의 가슴을 묻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대의 마음이 너무 가슴에 사무쳐와 불어주는 바람에 무릎 꿇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깃대 위에 백기를 달아 그리움앞에 투항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사랑에 항복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싶은 저녁이 있습니다. 나를 버리고싶은 날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너무 발버둥치며 살아왔습니다. 너무 긴장하며 살아왔습니다. 잊어야 하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비굴하지 않게 살아야 하지만 지지 않으려고만 하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 제 피붙이한테도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면 좀 어떻습니까. 사람 사는 일이 이겼다 졌다 하면서 사는 건데 절대로 지면 안 된다는 강박이 우리를 붙들고 있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강박에서 나를 풀어 주고 싶습니다. 폭력이 아니라 사랑에 지고 싶습니다. 권력이 아니라 세월에 지고 싶습니다. 돈이 아니라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무릎꿇고 싶습니다. 선연하게 빛나는 초사흘 달에게 항복하고 싶습니다. 침엽수 사이로 뜨는 초사흘 달, 그 옆을 따르는 별의 무리에 섞여 나도 달의 부하, 별의 졸병이 되어 따라다니고 싶습니다. 낫 달같이 푸른 달이 시키는 대로 낙엽송 뒤에 가 줄 서고 싶습니다. 거기서 별들을 따라 밤하늘에 달배, 별배를 띄우고 별에 매달려 아주 천천히 떠나는 여행길을 떠나고 싶습니다. 사랑에 압도당하고 싶습니다. 눈이 부시는 사랑, 가슴이 벅차 거기서 정지해 버리는 사랑, 그런 사랑에 무릎 꿇고 싶습니다. 봄비 같은 눈물을 뿌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빗물에 포위당하고 싶습니다.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하는 섬 속에 갇히고 싶습니다. 목끝까지 차 오르는 물 속에 고립되고 싶습니다. 구조신호를 기다리며 물 속에 파묻혀 있고 싶습니다. 나는 그동안 알맞게 익기만을 기다리는 빵이었습니다. 적당한 온도에서 구워지기만을 기다리는 가마 속의 그릇이었습니다. 알맞고 적당한 온도에 길들여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오븐 같은 공간, 가마 같은 답답한 세상에 갇힌 지 오래되었습니다. 거기서 벗어나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산산조각 깨지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버림받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수없이 깨지지 않고, 망치에 얻어맞아 버려지지 않고 어떻게 품격있는 도자기가 된단 말입니까. 접시 하나도 한계온도까지 갔다 오고 나서야 온전한 그릇이 됩니다. 나는 거기까지 갔을까요. 도전하는 마음을 슬그머니 버리고 살아온 건 아닌지요. 적당히 얻은 뒤부터는 나를 방어하는 일에만 길들여진 건 아닌지요. 처음 가졌던 마음을 숨겨 놓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배고프고 막막하던 때 내가 했던 약속을 버린 건 아닌지요. 자꾸 자기를 합리화하려고만 하고 그럴듯하게 변명하는 기술만 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가난한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가난했기 때문에 정직하고 순수했던 눈빛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적당한 행복의 품에 갇혀 길들여지면서 그것들을 잃어 가고 있다면 껍질을 벗어야 합니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곳이 그 의자, 그 안방이 아니었다면 털고 일어서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어떻게 우주까지 날아갈 수 있습니까. 제 목청의 가장 높은 소리를 넘어서지 않고 어떻게 득음할 수 있습니까. 소리의 끝을 넘어가고자 피 터지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생에 몇 번, 아니 단 한 번만이라도 내 목소리가 폭포를 넘어가는 날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 안전선 안에만 서 있었습니다. 그 안온함에 길들여진 채 안심하던 내 발걸음, 그 안도하는 표정과 웃음을 버리는 날이 하루쯤은 있어야 합니다. 그날 그 자리에 사무치는 사랑과 그리움, 꽁꽁 언 별들이 함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주 : 도 종환 시인의 지고 싶습니다 라는 작품을 민초의 작품으로 제 창작을 해 본 것입니다 >>.

16           0
 
다음글 쓰지 못하는 모든 에어컨,쿨러 무료 철거 !!!
이전글 바람의 안식/낭송 향 일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AIMCO 논란, 앨버타 연금 ..
  주정부, AIMCO 대표 및 이..
  주정부 공지) 알버타의 회복적 ..
  웨스트젯 인천행 직항, 내년 주..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