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것을 놓아야……
어느 날 집에 좀 볼일이 있어서 세탁소로 가지 않고 일찍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아침에 바빠서 미쳐 설거지를 못하고 세탁소에 갔나 봅니다. Sink대 위에 씼지 않은 그릇들이 쌓여있었습니다.
‘오늘 착한 일 한번 해?!’
평소에 아내가 세탁소에서 일찍 집에 가는 날은 아내가 설거지를 하고, 늦게 가는 날은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는 제가 합니다. 함께 나이들어 가면서(늙어 가는 게 아닙니다!) 아내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요즈음입니다.
팔을 걷어부치고 설거지를 시작했습니다. 이젠 단련이 되어서 설거지에는 도사(?)가 되었습니다. 아들들이 집에서 함께 살던 때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집에서 설거지를 제일 못하는 사람은 엄마야!”
어느 날, 모처럼 아내가 씼어 놓은 접씨에 고추가루가 한개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한 말이었습니다. 저희 집의 사내들! 설거지와 청소는 아주 잘 합니다. 딸없이 지내야 했던 아내에 대한 위로와 격려 차원에서 설거지와 청소는 남자들이 했기 때문입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모퉁이에 있는 오이지를 담갔던 커다란 병을 씼었습니다. 병의 크기에 비해서 주둥이가 작은 병이었습니다. 병바닥에 찌끼기가 붙어 있어서 행주에 비누칠을 해서 집어넣고 손을 넣어서 깨끗이 딱았습니다. 그리고 행주를 손에 쥐고 손을 뺄려고 했더니 손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행주를 놓고 손을 펴서 겨우 손을 꺼냈습니다.
그때! 어렸을 적에 재미있게 듣었던 “원숭이를 잡는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사는 원주민들이 원숭이를 잡는 방법을 아주 재미있게 듣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원숭이의 손이 겨우 들어갈만한 주둥이가 작은 항아리를 밧줄로 말뚝에다 매어놓고 항아리 속에 원숭이들이 좋아하는 Nut 종류을 넣어 놓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원숭이들이 와서 항아리에 손을 넣어서 콩을 쥐고, 손을 아무리 뺄려고 해도 손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때 원주민들은 뛸 필요도 없이 천천히 걸어가서 원숭이들을 잡는다고 합니다. 원주민들이 닥아가면 원숭이들은 도망갈려고 애를 쓰지만, 손이 항아리에 붙잡혀서 도망가질 못한답니다.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손에 쥔 콩을 놓고 손을 빼는 방법뿐인데, 원숭이들은 먹고싶은 그 아까운 콩을 끝내 놓지 못하고 결국은 붙잡힌다는 것입니다. 어릴 적에 듣은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어린 마음에 손을 뺄려고 애를 쓰다 붙잡히는 원숭이들을 생각하면서 원숭이들이 애처럽게 느껴졌었고, 원숭이들의 맛있는 것을 먹고자하는 순진한(?) 마음을 이용해서 원숭이들을 잡는 원주민들이 야비하다고도 느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이 생각해 보니 저희들이 원숭이들과 별로 다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들 모두가 뭔가 가질려고 애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재물을 가지고 싶고, 명예를 가지고 싶고, 권력을 가지고 싶고, 건강도 가지고 싶고, 예쁜 아내를 가지고 싶고, 장한 아들, 딸들을 가지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들이 너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가지고 싶은 것들을 너무 쉽게 가질려고 합니다. 마치 원숭이들이 항아리 속에 들어 있는 땅콩을 손에 쥐는 것처럼 말입니다. 너무 쉽게 가진 것은 득보다는 해가 될 때가 더 많은 것같습니다. 어떤 때는 원하는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손에 쥔 것이 저희들에게 올무가 되서 파멸로 몰고간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삶이 당첨되기 전 보다 더 불행하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이러면 안되지!!!”라고 생각되어지는 순간에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하는데, 저희들 대부분 그 것을 놓지 못하는 것같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손에 꼬~옥 쥐고 있습니다. 손에 쥔 것 때문에 저희들이 망가졌는데도, 그걸 손에 쥐고 있으니 저희들이 원숭이들 보다 더 나은 게 뭐가 있겠습니까?
권력을 쥔 정치인들, 인기와 명예를 쥔 연예인들, 부를 손에 쥔 기업인들 등등……
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권력, 명예, 인기, 돈, 좋은 것이지요. 그러나 놓을 때는 놓을 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원숭이처럼 됩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까, 이런 저런 궁리가 많아집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잡을려고 애를 쓰고 있는가?’
‘내가 손에 쥔 것이 주둥이가 좁은 항아리 속에 들어 있진 않은가?’
‘내가 손에 쥔 것 중에서 나를 파멸의 구덩이로 몰고 가는 것은 없는가?’
곰곰이 생각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놓아야할 것은 더 늦기 전에 놓아야 하겠습니다.
어쩌면 손에 쥔게 없으니 놓을 것도 없을 지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를 끝낼려고 하다가 좀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원숭이들이 항아리에 손을 넣어서 땅콩을 손으로 쥐지 말고, 항아리를 뒤집어서 쏟았으면 됐을텐데…… 바보같은 놈들! 그렇게 멍청하니까 붙잡히지! ㅉㅉㅉ’
제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항아리를 뒤집어서 땅콩을 쏟듯이, 안전하고 간단하게 가지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시는 분들은 알려주세요. 혼자서만 가지지 마시고요 ㅎㅎㅎ
저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