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이 처녀
내 나이 17,8세적
앵두 나무 우물가에서 두레박에 물 퍼올리든
검은 머리 곱게 빗고 빨간 댕기 곱게 묶은 촌 처녀
엷은 화장에 수줍은 웃음 꽃 흘리며
언제나 아침 등교길 우물가에서 나를 보던 "향"이 처녀
아침의 나팔꽃되어 활짤핀 웃음을 보냈었지
서울로 유학을 갈려던 산골 자취방 학생
지금은 60고개를 넘어서서
"향"이 처녀의 환영을 찾아 방랑길 헤매보며
그 때 그 시절의 흑백 영화 필림을 돌려보니
"향"이 처녀 나를 짝사랑했었는데
눈길 한번 주지않았던 이 못난 멍청이
자책과 회한과 그리움에
"향"이처녀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을 한답니다
세월이 오가고 다시 생각하니
"향"이 처녀의 짝사랑의 마음을 지금에야 느껴보며
"향"이 처녀의 향내를 맡으려
꿈 속을 헤메는 보혜미안
해 저문 노을에 휘영청 달빛만 곱고
로키산에는 애절한 승냥이 울음소리만 들려오고
못 다한 아쉬움 안고 먼길 떠난 나의 님아
너를 그리는 이 마음 세월이 알까 산천이 알까
수줍어 웃음짓던 나의 님아
대답도 없고 만날길도 없는 나의 님아
미완성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나의 님아
내 그대가 어이 그리 무서웠는지 너는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