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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에 읽을만한 분석기사들이 실렸군요.
하나는 게임의 종말이라는 책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오바마가 항모를 파견해서 철딱서니없는 이명박 정부와 놀아나는 것을 비판하는 인디펜던트 칼럼을 번역한 것 입니다. (근데 프레시안은 링크가 잘 깨지거나 아예 안되기로 유명한 사이트라 직접 가서 보셔야 할 지도 모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01125122200§ion=05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1126131049§ion=05
북한의 실체를 근거로 한 접근이 아닌 북한에 대한 '가치판단과 분노'를 근거로한 접근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위험한 것인지를 경고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늦은 밤에 (새벽 1 시네요) 이 글을 갑작스럽게 써서 올리는 이유는 잠시 전 에드먼턴에 사시는 아는 분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기가 막힌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군요.
“북으로 밀고 올라가야 한다”
그 전쟁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신다는 어느 에드먼턴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이 글은 어제 제가 올렸던 글의 연장은 아니고 전혀 별개의 글 입니다.
두 사건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두 사건이란 지난 1 월 말 있었던 북한군의 해안포 사격과 며칠 전 있었던 연평도 포격전을 말 합니다.
1 월 말에는 북한군이 먼저 포사격을 감행했습니다. 북한측은 당시 이 포사격을 가리켜, ‘미국 군부가 제7함대를 앞세워 올 봄에 실시할 ‘가상북침전쟁연습’인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앞서 이를 중단시키려는 압박용 대응군사행동’ 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북한坪� 말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이란 올 3 월 서해상에서 실시됐던 Foal-Eagle 훈련을 말 합니다.
저는 당시에 이 포사격 사건을 씨엔드림에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이 아주 가관이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당시 국방부는 이런 발표를 했습니다.
“날아오는 포탄을 레이더로 포착, 백령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부대에서 교전규칙에 따라 발칸포 100여 발로 경고사격을 했다”
그 발표는 곧 거짓말인 것으로 알려졌었지요.
군대다녀오신 분들은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단박에 눈치채셨을 것 입니다. 포탄인 걸 알았으면 포기지를 공격해야지 발칸포가 무슨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라고 날아가는 포탄에다 대고 쏜 단 말 입니까?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요.
횡설수설에 가까운 대응 스토리를 토대로 사건을 추리해 보면, 첫째 국방부와 합참본부는 북한군의 포사격에 대한 사전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둘째 포사격 당시에도 북한군이 무엇을 몇 발 쏘았는지조차 몰랐던 것 같습니다.
“비행포탄을 전투기로 오인하고 경고사격을 했다” 는 조선일보 보도 역시 이 같은 추리를 뒷받침하는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백령도 주재 해병 제 6 여단은 적의 포탄사격에 기준한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사격을 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투기로 오인한 데 따른 오발사고를 낸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금은 어떻게 재편됐는지 새 자료를 찾아보지 않았는데 당시 어느 평론을 인용한 제 기록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 월) 현재 4 개 군단에 배치된 야전군 포병부대 외에도 10 개 에 달하는 독립포병 여단을 보유하고 있는데 당시에 확인된 사정거리 65 km 에 달하는 방사포 포탄의 탄착점이 목표지점과 정확히 일치해 미국이 몹시 긴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군요.
우선 미국은 개전과 동시에 작렬할 북한군의 온갖 포사격과 미사일의 1 차 집중 타격목표가 남한과 일본 내 미군기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선 북한 포병의 화력과 탄착정확도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데 당시에 북한 포병의 위력을 실감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입니다. (전쟁발발시 북한군의 1 차 집중 타격목표가 미군이라는 점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 데 남한의 우익이 주적을 북한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주적을 남한이 아닌 미국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1953 년 7 월 27 일 조인된 정전협정의 서명주체가 북한과 UN(미국)이기 때문입니다. 고 황장엽 씨는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일본에 대한 핵공격을 감행함으로써 미국의 개입의지를 꺾을 것이다는 증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06 년 7 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에서 헤즈볼라는 이란으로부터 넘겨받은 방사포로 이스라엘을 공격해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결국 이스라엘이 굴욕적인 종전을 할 수 밖에 만들었는데 바로 그 방사포가 바로 북한의 기술로 만든 사거리 105 km짜리 방사포라는 기록도 있군요.
암튼 제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건 그게 아니라……
여기에 매우 중요한 보도기록이 있습니다.
2010년 1월 27일 인민군 총참모부가 보도를 통해 “조선서해 해상에는 오직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군사분계선만 있을 뿐”이라고 재확인하였다는 것 입니다.
놀라운 것은 당시 북한군의 도발적인 대규모 포사격에도 불구하고 남한 측의 반응이 처음에는 강경했다가 급작스럽게 온건하게 변하더니 이미 계획이 수립돼 있던 연평도에서의 지상포 훈련계획까지 취소했다는 사실입니다.
즉 이 당시에는 북한측이 먼저 포사격을 감행했고 남한측은 날아오는 포탄이 전투기인지 새똥인지도 구분을 잘못 하다가 오발사고를 냈는데, 인민군 총참모부의 서해 영해 선언이 있고 나서 연평도에서의 지상포 훈련계획마저 취소했다는 말이 되는군요. 이 연평도 지상포 훈련계획은 1 월 27 일과 1 월 28 일에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가 지휘하는 남한군대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말로 한 엄포에 슬그머니 취소했던 연평도 지상포 훈련계획을 뚱딴지같이 열 달이나 지난 뒤에 실시하다가 그 사격기지를 타격 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의 서해함대사령부 나 4 군단은 연평도 포기지에서 날아오는 포탄을 전투기로 오인하는 바보짓 따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 포탄을 낭비하지 않고 정확히 남한군측의 포기지로 날려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자,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분쟁지역 중의 하나인 한반도 서해 중부해상에서 남북한의 전력차이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격-경고의 순서도 똑같습니다. 그때는 남한측 국방부와 합참이 인민군의 포사격이 명백한 도발행위라며 북한측에 항의했는데 나중에 흐지부지된 이유라는 게 포탄이 NLL 바깥쪽에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바다에서야 탄착위치를 사후에 확인할 도리가 없으니 이제 와서 반증할 도리는 없지만 십중팔구는 거짓말일 겁니다.
그것이 거짓말 이었을 거라는 건 다음과 같은 군사전문가의 말을 인용한 신문보도에서도 엿 볼 수 있습니다.
“국방부와 합참이 꺼내놓은 ‘엄중경고’가 흐지부지 되고, 한국군 사격훈련계획도 취소되고, 포탄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인민군이 포사격을 사흘 연속했는데도 경고성명 한 장 내놓지 않는 ‘차분한 대응’으로 어물쩍 넘어간 까닭은, 한국군이 인민군 포병전을 상대하지 못할 전력열세에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이외에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
북한측의 기습적인 포사격에 한국군은 속수무책이란 말이지요.
두 차례에 걸친 실전에서 증명된 사실입니다.
전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시는 어느 에드먼턴 분들……
자제 좀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