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는 맹신을 토대로 수립된 이명박 정권의 대북강경책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는 CNN 기자 출신 한반도 전문가의 분석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원문과 번역요약기사를 같이 링크합니다.
http://edition.cnn.com/2010/OPINION/12/31/nkorea.wikileaks/index.html?hpt=Mid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10102191517§ion=05
따지고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기사지만 망신중의 망신입니다. 좀 덧붙이겠습니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권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자기들이 원하는 정보들만을 토대로 잘못된 정책을 펴다가 연평도 포격전이라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이야기지요. 오바마 정부는 별 특별한 원칙 없이 남한의 노선을 존중하다가 11.21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사태를 계기로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남한 여론의 아우성 때문에 이명박 정권이 12.21 포격훈련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자기들이 직접 이 포격훈련을 지휘 감독해서 최단시간 안에 최소한의 실탄사격만을 허용함으로써 남한의 체면만 간신히 세워주는 것으로 일단 연평도 사태를 마무리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남한의 겅경론자들과 분풀이 여론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12.21 바로 며칠 전 ‘NLL 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불법 분계선이었다는 사실을 1970 년대에 이미 당시 미 국무부 장관과 주한 미 대사가 인정했다는 외교문서를 공개하고, 사격훈련이 끝나자마자 사실상의 대북특사 빌리 스티븐슨 주 멕시코 주지사가 북측과 새로 협상한 내용을 언론에 발표해 버렸습니다. 11.21 영변 핵시설 공개 이후 미국의 변화된 입장과 이명박 정권간의 내면적 갈등이 시작됐음을 나타내 주는 상황들입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12.21 분풀이 사격훈련은 주한미군사령부가 아니라 미국 합참본부가 직접 상황을 통제했습니다. 미국이 더 이상 이명박 정부와 한국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지요.
연평도 포격전 직후 남한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 중 아주 중요한 거짓말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북한군의 포격을 불러온 직접적 요인인 해병연평부대의 훈련사격방향이 국방부의 발표처럼 ‘우리측 방향’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사격원점에서 탄착점까지의 거리보다 북한해안에서 탄착점까지의 거리가 더 가까웠다는 것인데, 이건 다시 말해 북측을 향해 사격을 했다는 말이 됩니다. 그날 해병연평부대의 사격규모나 방향은 북측에 매우 불필요하고도 특별한 자극으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는 것이지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1228000747§ion=05
암튼 이런 저런 이유로 주한미군사령부의 한국군 통제능력에 의문을 품은 백악관은 (그들 스스로의 발표에 따르면) 지휘계통 재확립을 위해 Michael Mullen 합참의장을 급거 한국에 파견합니다. 12 월 6 일 멀린 합참의장은 휘하 참모들을 대동하고 특별기편으로 오산 비행장에 도착합니다. 노발대발한 백악관과 국무부의 입장을 캐슬린 스티븐슨 서울 주재 미국대사와 월터 사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구두로 전달하고 한미연합사 지휘계통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재점검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한국의 분풀이 여론 때문에 취소가 불가능해진 해병연평부대의 12.21 훈련사격을 직접 지휘 감독하게 됩니다.
이미 보도된 대로 미국군 합참의장을 비롯한 본토의 군 수뇌들은 한국군의 훈련사격이 진행되던 그 시간 워싱턴 DC 근교 팬타곤 내부에 있는 National Military Command Center 에서 Robert Willard 태평양지구사령관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정승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화상통화상태를 유지하며 이 연대급 한국군 부대가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도록 직접 지휘, 감독합니다. 사격방향을 통제한 것은 물론 실탄사격 대부분도 북한 포진지를 타격할 수 없는 발칸포로 제한하고 정작 K-9 자주포는 딱 네 발 만 발사하도록 허용합니다. 훈련사격시간도 1 시간 반으로 제한합니다.
천안함 사태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와는 또 손발이 맞지 않았습니다. 천안함 사태 때는 뒤늦게 미국이 한국의 주장을 지지해 주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 때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무대응-무신경-무대뽀 강경정책의 토대인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에 같은 토대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11 월 핵정세의 결정적인 변화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화기류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탈북자나 망명외교관들의 말만 믿고 북한붕괴 맹신주의에 빠져 멀쩡한 상대를 벼랑 끝으로만 몰고 가다가 대한민국을 군사적-외교적-정치적 패전국면으로 몰아넣은 이명박 정부가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지고 수습할 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추신: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이 참 재미있군요. 뻔뻔스럽다면 뻔뻔스럽고 여유만만이라면 여유만만인데, “북남관계 개선” 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공업 육성”이 자기들 새해 과제의 골자랍니다.
친북이니 반대한민국이니 그런 무의미한 이야기 그만하시고, 돌아가는 사태의 꼴을 보고 자주적으로 상황을 좀 해석해 보세요. 어떤 분은 정보가 모두 개방돼 있는 현상에만 만족하고 안심하시는 모양인데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널려 있는 정보란 널려 있는 구슬과 같은 것 입니다. 스스로 분류하고 재해석하고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꿰지 않는 이상 아무 정보도 없는 것과 진배없는 것이지요.
2011.01.02 18:30 (MST) sarnia (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