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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년 전, 단 한 번에 끊어버린 담배 이야기
작성자 clipboard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3595 작성일 2011-01-17 22:45 조회수 2186
----------------------------- 제가 담배를 어떻게 끊었는가 그 스토리를 열린마당에는 오래 전 올렸었는데 여기는 없는 거 보니까 안 올렸나보군요. 뭐, 담배끊은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니까 그냥 올릴께요. 그러고 보니 저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네요.   암튼 저는 7 년 전 쯤 ...... 화가 나서 담배를 끊었습니다. ------------------ 1978 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대 배경이기도 한 이 해엔 나와 우리나라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우선 1978 년은 내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해 입니다. 이 나쁜 습관은 내가 담배를 끊은 2003 년까지 무려 25 년 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첫 담배는 영자의 전성시대 염복순이 피우던 파란 색 은하수였고 그 다음엔 선과 거북선 , 솔, 88 라이트 순서로 피우다가 캐나다 온 다음엔 player's light 만 줄곧 피웠던 것 같습니다. 담배를 끊게 된 계기가 좀 색다릅니다. 끊으려고 계획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뜯은 담뱃갑이 주머니에 들어 있는 걸 모른 채 다른 옷들과 함께 세탁기를 돌린 것 입니다. 엉망이 된 옷가지에서 담배 피스들을 일일이 제거하고 다시 라운드리를 마치는 데 세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젖은 상태에서는 담배 피스들을 제거할 수 없어 우선 dryer에 넣고 한 시간쯤 돌려 완전히 말리기부터 해야 했습니다. 열이 머리 끝까지 뻗친 나는 카튼에 남은 담배 나머지 일곱 갑을 들고 나가 길거리에 있는 어느 홈리스(노숙자) 에게 주어 버렸습니다. 당시 담배 일곱 갑이면 70 불쯤 했을 겁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내 돈으로 담배를 사지 않겠다고. 그 날부터 지금까지 7 년 이상 담배를 입에 대 본 적이 없습니다. 끊은 것 맞지요? 금단 증상 없었느냐고요? 화가 나니까 금단증상도 없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누구나 그런 건진 모르지만 나는 고딩 시절 추억이 가장 생생하고 즐겁습니다. 우리는 토요일 마다 담배연기 자욱한 학교 앞 튀김 집 골방에서 소주를 마셔가며 쩜 십 짜리 고스톱을 쳤습니다. 막판에는 언제나 ‘섯다’나 ‘짓고 땡’으로 돌렸지요. 한 번은 내가 주동이 되어 여러 명과 어울려 당시 주변이 허허벌판이었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쳐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혹시 그 해 봄에 말썽이 됐던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사건에 항의하기 위해서 간 것 아니냐구요? 그건 아니고 거기 사는 탤런트 정윤희 씨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지요. 몇 번 갔는데 경비 아저씨에게 쫓겨 난 다음부터는 가지 않았습니다. 대학가요제와 해변가요제에서 주옥 같은 가요들이 쏟아져 나온 해도 1978 년 입니다. (아, 지금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있는 영 사운드의 ‘등불’은 이 해에 나온 노래는 아닌데, 이 시절에 내가 좋아했던 노래 중 하나입니다). 1978 년 이전에는 통기타 아니면 남진 나훈아 풍이나 트로트가 주류였습니다. 대통령님이 거의 모든 인기가수들과 작곡가들을 잡아들이고 그들의 노래를 방송금지 시키는 바람에 참 들을 노래가 없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당시 대통령님은 키가 작고 까무잡잡했는데, 늘 쓸쓸하고 우수에 젖은 눈빛을 하고 있던 분이었습니다. 비슷한 인상이 갑자기 잘 안 떠 오르는데……  아, 영화 ‘색계’의 남자주인공이 그 분의 전체적인 인상과 비슷한 것 같군요. 만주국 정보기관의 리장군역으로 나온...... 양조위던가요? 그러고 보니 옆에 앉아있는 여성동무는 정인숙을 많이 닮은 것 같은데요. 거 참.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주인공의 '실제' 정사장면이 아니라, 스파이로 판명된 애인을 사살하는 서류에 서명을 할 때 그의 가라앉은 눈망울에 살짝 비친 이슬이랍니다 * 1860C6264BB95E770165AD 어쨌든 그 때 그 대통령님이 가수들을 무대에서 쫓아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많은 데 저는 그냥 이렇게 이해합니다. 예술적 소양이 뛰어난 분답게 자기가 손수 ‘새마을 노래’를 작사 작곡했는데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새마을 노래는 안 부르고 '송창식 노래'같은 것을 더 좋아하는 것에 몹시 서운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짜증이 난 나머지 가수들을 모조리 잡아들인 것 같습니다. 암튼 그래서 대학가요제와 해변가요제에서 좋은 노래들이 쏟아져 나오기 전까지는 주로 CM song 이 대중가요 역할을 대신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CM song 타이틀 매치는 주로 정윤희를 모델로 내세운 해태와 서미경(후에 서승희로 개명)을 모델로 내세운 롯데의 각축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고 멜로디가 좋은 CM Song 가사 몇 개만 소개해 드립니다. ‘멕시코 치클처럼 부드럽게 말해요. 롯데껌 처럼 향기롭게 웃어요 쥬시 후레쉬-후레쉬 민트-스피아민트- 롯데껌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아가씨 그-윽한 그 향기는 뭔가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카시아 껌” 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오란씨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오오오오오란씨 오란씨 파인 꿈을 꿨어요 포니 포니 갖고 싶어요 포니 포니 아름다운 포니 포니 나의 사랑 포니 포니 현대 포-니 포니 ----------------------------- 담배를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담배를 향해 화가나는 일이 생기는 것 입니다. 그 때 담배때문에 망친 라운드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안 풀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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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치독  |  2011-01-18 01:06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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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일화가 있습니다. 코흘리개 시절에 할아버지가 피우시던 솔담배 꽁초를 입에 물고 불다가 불이 안 붙는다고 할아버지한테 얘기했더니, 장난끼가 발동한 할아버지가 그건 빨아되는 거라고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시키는 대로 했다가 얼굴이 시뻘개져서 거의 질식할 정도로 기침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그런 일이 있은 이후로 담배는 손에 대지도 않았는데, 조기체험교육이라는 게 이런 거 아닐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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