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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종교인, 유물론자
작성자 토마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3621 작성일 2011-01-26 20:31 조회수 1664
저는 무신론자인데 (즉 유물론자) 도무지납득이 되지 않는 종교인들의 주장이 있습니다 (물론 오늘 와인 세잔을 걸치고 쓰는 이글은 이런 주장을 오늘 직접 듣고 다시한번 짜증이 났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당신은 믿는 신이 없고, 종교가 없다면 당신의 도덕성은 과연 어디서 오느냐”는 겁니다. 저는 아무리 아무리 힘차게 생각해도 종교가 없고 신의 존재를 거의 완벽히 부정하는 제가 도덕성을 완전히 상실한 인간말종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굳히고 되었고, 그러므로 자신의 도덕성의 근본은 자신이 믿는 종교에서 나온다는 분들에게 그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리 무신(유물) 론자도 도덕과 예절을 압니다” 라고요.

(예전에 김정일 위원장도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이런 비슷한 말을 한걸로 기억을 합니다만…)

만일 종교인들이 자꾸 이런 말로 우리 건전한 무신론자들을 자극하면 저는 “공격적인” 무신론자 샘 해리스의 말로 돌려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사람의 아래에 인용된 *거의* 모든 포인트에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번역인용) “캐톨릭 교회를 생각해보세요. 이조직은 성직자가 되려는 여자는 쫓아낼려고 하고, 아이들을 강간한 남자성직자들은 쫓아내는걸 주저합니다.  이조직은 인종청소를 막아내려는 노력보다는 피임사용을 막아내려는 캠페인을 더 중시합니다. 이조직은 핵확산보다는 게이들이 결혼하는것에 대해 더 우려를 나타냅니다. “도덕성”이라는건 인간과 동물의 wellbeing 과 관련되어야만 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조직은 그들이 우주천체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것 만큼 도덕성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정도로 아는게 없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종류의 도덕성을 제공하고 있는것이 아닙니다.  어떨땐 아주 “잘못된” 도덕성을 제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도덕은 인류의 복지에 기초한 보편적 가치에서 나오는거지 누구들만의종교에서 나오는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어떤 종교적 가치는 명명백백히 보편적 도덕가치에 반할 수 있다는걸 알아 주셨음합니다.

도덕성이 종교에서 나온다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잘못된) 생각을 하시는분들께 무신론자가 올립니다. – 토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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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아프리카  |  2011-01-26 23:36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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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제목보고 토마님인 줄 100% 확신했습니다. 삶의 의미체계 형성에 그 동안 과학이 엄청난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 주도하겠지만, 우리같이 일반인들은 과학 개론 101 정도로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나름대로의 도덕적 아이디어와 행위는 제한될 수밖에 없겠죠.

저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네러티브라고 보고 있습니다. 네러티브란 과학적 내용까지도 자신의 의미체계로 끌어들이는 힘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지 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도구니까요. 기독교인들이 무신론자가 도덕성이 낮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이 분들은 성서라는 텍스트가 만들어 내는 규범적 삶의 가치를 절대화시키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반대로 규범적 도덕적 기준이나 가치판단을 가급적으로 보류하고 보다 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과학적 무신론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에게 나의 희생에 보상적 위안을 주는 규범적 가치가 없다면 과연 나를 버릴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월남에서 스님들이 분신공양을 한다든가 일본의 가미가제처럼 목숨을 거는 애국심은 나름대로의 절대적 규범에서 나오니까요. 이런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민중과 더불어 민중적 삶을 살기 위해 이른바 현장으로 가게 하는 삶의 가치 역시 규범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전태일 열사의 삶의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자기를 희생하고 타자를 위한 삶의 동기 유발은 자기가 경험한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져서 나를 그 속에 투신하게 하니까요. 혁명운동을 하는 전사들도 이러한 규점적 가치의 모방 또는 전염을 통해서 자기 보상이나 의미체계를 갖는다고 저는 봅니다. 모방 또는 미메시스라고 할까요. 문예비평가 르네 지라르도 그런 것을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이러한 생각은 칼 포퍼같은 과학자의 견해라기 보다는 칼 만하임이나 피터 버거같은 지식사회학적 구성주의자로 한 것인데 저의 이러한 입장은 얼마든지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전에 언급한 크리스챤 스미쓰의 책 [Moral, Believing Animals]라는 하는 책에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같습니다. 타지에 넷북을 가져와서 여관에서 자판을 두드리는데 느려 터져서 이정도로 마쳐야겠습니다. 저의 아이가 맥북을 빌려 준다고 했는데 서둘러 오는 바람에...네일은 좀 바쁠 것같습니다.

토마  |  2011-01-27 07:51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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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정성껏 답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프리카님의 \"정대적규범\"에 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해가 되는거 같기도 하구요. 근데 그 말씀하신 책은 제목으로만 보면 재밌을거 같은데요 (딱딱한 책은 아닌가요?)

타지가 어딘지 모르지만 약간 부러워집니다. (놀러가신건 아닌거 같은 느낌이지만요.) 재밌게 지내다 돌아오셔요.

내사랑아프리카  |  2011-01-27 20:45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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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은 아니었구요. \"절대적 규범\"이란 표현인데 absolute norm으로 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에 절대적 규범은 없겠지만, 그러한 절대적 규범이 있다고 postulate한 집단은 있겠죠. 특히 종교 집단에서요. 크리스챤 스미쓰의 이 책은 두껍지 않아서 쉽게 끝낼 수 있습니다. 근데 선호도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스미쓰가 인용하는 사람들 대부분 제가 아는 사람들이라 더 쉽게 읽히고 재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회학자가 인문학적 이해를 수용하면서 종교와 도덕성에 대해 논한 것이라 토마님도 흥미를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 이런 말도 있군요. \"All of our knowledge, rather, is situated within particularistic knowledge systems that are ultimately based on beliefs and assumptions that are nonuniversial and incapable of being independently and objectively verified\" (55쪽). 특히 삶의 가치나 도덕적 규범은 더 그렇겠죠. 이것은 누가 뭐래도 사회적으로 구성되니까요. 한국 전쟁에 대해서 핵교 다니면서 교과서에 배운 것이나 울 아부지 말쌈해 주신 것이거나 내가 경험하고 주워들은 것이 절대적인양 보고 새로운 사실이나 지식을 이야기하면 다 비애국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이러한 자기들의 사회적 구성의 결과물이겠죠. 도덕성을 측정하는 것이야 토마님 같은 분이 하실 일이고 저야 그냥 literature를 써베이 하는 정도죠.

참, 글고 그 카톨릭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스스로 자기를 종교적으로 음치 (tone-deaf)라고 하면서도 종교에 대해서 잘 알고, 쌤 해리스는 스스로 종교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하면서 실은 종교적으로 음치라고 농담을 하시더군요. 80이 다 되어가는 분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 보면 늘 감동받습니다. 이 분은 벌써 해리스의 신간인 그 책을 다 읽으셨더군요. 저야 그런 책이 중고 시장에 나오면 관심을 가지는 정도죠.

토마  |  2011-01-27 21:53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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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쌤 해리스 책 신간도 구간도 단 한권도 읽은게 없네요. (예전 책이라도 하나 사서 읽어야 될래나봐요 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말이 일리가 있는 경우는 많습니다. 사실 몇몇 종교의 (시대착오적 또는 잘못된) 도덕성을 얘기하는데 그 종교를 많이 알아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건 메인스트림 종교들의 몇몇 잘못된 도덕적 가치를 까놓고, 눈치보지 말고 말하는게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쌤 해리스같은 사람들의 vocal 한 이야기를 저는 바람직하다고 보는 편인거 같습니다. 이 사람들의 인터뷰기사 같은거 읽을때면, 카타르시스를 느낄때도 있는것도 솔직한 고백입니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1-01-28 05:47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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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신교도라 아무래도 교황제같은 것은 본능적으로 싫어합니다. 프로테스탄트 원리가 프로테스타하는 것이니까 이런 전근대적 교회구조를 가진 가톨릭은 체질에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톨릭이란 종교는 워낙 방대해서 한마디로 제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같습니다. 거의 10년 전 한국에 있는 친구와 가톨릭 사제들의 페도필리아에 대해서 논쟁을 했는데 저를 개신교 순결주의에 물든 사람이라고 친구가 말해서 논쟁이 더 열기가 일어난 적이 있는데 어쨌든 저는 개신교도니가 가톨릭에 대해서 편견은 많을 것같습니다. 위의 샘 해리스가 말한 것은 새로운 것은 없고 일반적으로 비판하는 내용 많이 담고 있죠. 피임같은 것은 황당하지만 여전히 가톨릭 교리 지침의 하나이구요. 여자 성직을 거부한다든가 페도파일들이 득실거린다 등등. 그래도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이렇게 피상적인 것보다 더 깊은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요? 한국의 정의사제단 같은 것처럼요. 샘해리스의 [Letter to a Christian Nation]은 글자도 크고 페이지당 들어간 글자도 얼마 안되고 쪽수로도 114쪽이라 빨리 끝낼 수 있어 추천합니다. 해리스의 기본 생각이 잘 드러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히친스 책 읽으면 마음이 편한데 해리스 책 보면 얄밉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건방진 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그의 글 쓰는 스타일이 좀 arrogant 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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