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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아버지의 등 / 양현주
작성자 안희선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385 작성일 2008-04-16 05:16 조회수 1300
아버지의 등 / 양현주 해거름 오후에 돌아오신 아버지 TV 소리 등지고 멍석잠을 잔다 꿈에서도 쟁기질을 하시는지 이랴. 워워, 잠꼬대를 하신다 황소 같은 아버지, 일곱 개의 짐을 짊어지고 일곱 마지기 옥토 밭을 일구었다 먼 길 걸어오셨다 위가 썩을 때까지 아버지를 부렸던 철부지 칠남매 나도 어느덧 세 개의 짐을 메고 거실 소파에 잠든 아버지를 본다 골 깊은 이랑 조글조글 이마에 파였다 아버지 일곱 채의 집을 내려놓고 활처럼 휘었다 계간 [크리스찬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평화 주제 문학작품공모 입상   월간 스토리 문학 2004 올해의 작품상 수상 한국문학도서관 <문단소식> 운영자 시마을 <문학가산책> 운영자 시마을 동인 공저 시집 <내 마음의 외딴 방>, <한강은 흐른다 >, <내 마음의 무지개>, <가을이 있는 풍경>, <아듀 2003 >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등 시는 결국, 시인의 '체험적인 상황'의 바탕에서 비롯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상황이 <아버지나 어머니>에 관한 것일 때, 시인들은 어쩔 수 없이 '어버이의 사랑'이라는 거대한 명제命題 앞에서 그 어떤 경우에도 시인 자신을 내세우는 걸 금기시 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 앞에서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은 죄인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신神이 그 사랑을 베푸심에 있어, 그의 업무(?)를 대행케 하기 위해 어버이를 이 지상에 내려 보내셨단 말도 있지만... 정말, 어버이의 사랑은 인간이 행하는 사랑의 행위 가운데 가장 신성神性에 가까운, 즉 거의 인성人性을 초월하는 그런 무조건의 사랑인 것 같습니다. 대개의 경우, 자식들이 그 어버이의 사랑을 깊이 자각할 때면... 이미 어버이들은 모든 진액津液을 자식들에게 다 빨려 속이 텅 빈 수수깡 같은 모습으로 되어 계시죠. 또 한결 같이 그 등은 활처럼 휘어있구요. 오늘의 이 시에서는 특히, 아버지의 등을 말하고 있군요.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과는 또 다른 질감의 현재적顯在的 사랑이죠. 뭐랄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사랑을 현상現像케 하는 필름Film 같다고 할까요... 시를 읽으니, 저 역시 10여년 전에 작고하신 아버지 생각에 콧날이 시큰해지네요. 살아 생전에... 저를 위해 하셨던, 수 많은 걱정과 염려를 그때에는 왜 그리 불필요한 간섭으로만 느꼈던지. 저 자신, 아이들을 키우며 그 아이들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내 모습을 통해 이제 비로소 희미하나마 그 사랑을 감지합니다. 활처럼 휘인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속 울음을 삼키는 시심에서 시인의 아버지를 향한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네요. 아, 아버지... 저 역시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살아 생전에, '사랑합니다'라는 말 한 마디 못 드렸던 게 평생의 통한痛恨으로 자리하네요.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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