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며 사는 삶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NOVA SCOTIA 에서 생선을 운반할 때 살아있는 생선을 운반하기 위해 같은 container 속에 천적이 되는 게나 문어 등을 함께 넣는답니다. 그러면 몇 마리는 죽을지 몰라도 나머지 것들은 살기위해 도망다니다가 더 싱싱하게 살아 남는다는 것입니다. 아주 재미있는 착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사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로 하는 일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으면 배가 나오고, 당뇨가 생기고, 혈압이 올라가고, 콩팥이 나빠지고…… 그래서 은퇴를 한 사람들이 빨리 늙는다고 합니다. 사람은 무엇인가 매일 해야 한답니다. 하는 일이 없으면container 속에서 느른하게 헤엄치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죽는 생선과 같습니다. 이민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한 가지 일이 해결이 되어서 숨을 돌릴만 하면 또 일이 터집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을 실감하며 사는 것이 이민의 삶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하나는 가계를 오래동안 하다가 너무나 힘들고 지겨워서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안됐지만 웬수(?)같은 놈의 가계를 처분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 이야기가, 처음 6~7개월간은 정말 좋더랍니다. 새벽같이 가계문을 열 필요도 없고, 물건을 사려 도매상에 갈 필요도 없고, 손님들과 다툴 필요도 없고…… 한국도 다녀오고, 유럽도 다녀오고, Cruise여행도 다녀오고…… 정말 신나더랍니다.
그런데 제일 무서운 게 벌지 않고 쓰는 돈이라고 하지요? 8개월 쯤 되니까, 꼭감 빼먹듯이 빼먹기만 하던 돈주머니에 푸~욱 자리가 나더랍니다. 그리고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니까, 체중만 늘고, 밤낮 없이 한국 Video만 보니까, 밤인지 낮인지 분간이 안되고, 생활이 불규칙하니까, 밥맛도 없고…… 어느 날 몸이 좀 이상해서 Family doctor에게 갔더니, 당뇨가 높으니까, 좀 더 살고 싶으면, 체중을 줄이고, 정규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라고 하더랍니다. 앗차 싶더랍니다.
주위 친구들의 권유로 Golf를 치기로 작정하고, 준비하다보니 이민와서 고생만 한 아내에게 눈치가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아내와 둘이서 같이 Golf를 시작할려니까, Golf 장비에, Lesson비에, Green fee에 비용이 장난이 아니더랍니다. 그래서 Golf는 포기하고 공원에 가서 둘이 걷기를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일 힘드는 것은 아내와 둘이서 하는 일 없이 매일 24시간을 같이 지내야 했는데, 정말 지겨울 정도였답니다. 부부정이 아주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서로 신경이 날카로와져서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그 정도가 지나쳐서 큰 목소리가 문턱을 넘어가기 시작했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대면 싸우게 되니까,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 피하게 되더랍니다.
‘이러면 안되지!’
‘이게 어디 부부가 할 짓이냐?!’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아내가 먼저 가까이 지내던 친구의 가계에 가서 Helper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내가 다시는 가계를 하나 봐라!” 결심을 하고 가계를 때려치웠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아내가 Helper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나니까, 얼굴에 혈색이 돌고 많지는 않지만 Helper비도 받아서 혼자서 꽁치고 쓰더랍니다. 좀 같이 쓰자고 했더니, “아쉬우면 당신도 나가서 벌어!” 하더랍니다. 쪼~옥팔리게!!!
자존심도 상하고, 열도 뻗쳤지만, 아내도 없는 집구석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더 못하겠더랍니다. 보기만 하면 앙앙거리던 아내가 아쉬워졌고, 혈색이 도는 얼굴에 뽀오~얗게 화장하고 그 것도 직장이랍시고 나가는 아내가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더랍니다.
“여보, 나도 그 가계에 가서 Helper를 하면 안될까?” 했더니
“당신 치사하게 내 직장을 뺐을려고 치고 들어 오는거야?”
“여보~ 나도 뭔가 해야지!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겠어!”
“………”
“여보, 나도 그 가계에 가서 일 좀하자!”
“안돼. 그 집도 요새 궁리가 많더라구!”
“뭐가?”
“그 집은 우리가 가계 팔고 노는 걸 보더니 들썩거리더라구”
“에구~ 항상 옆집 잔디가 더 파랗게 보이는 법이지……”
“가계를 팔려고 하는 것 같애!”
“여보, 말려! 가계팔고 일년만 놀아보라고 해!”
“글쎄말야!”
“딴 사람 말고 우릴 보라고 해!”
어느 날 가계문을 닿고 네 사람이 음식점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마주 앉았답니다.
“야~ 너 가계를 팔려구 한다며?”
“이젠 나도 더 못하겠어”
“이젠 이 이도 힘에 부치나봐요”
“가계을 팔면 후회를 할텐데……”
“야 임마~ 너는 가계팔고 인생을 즐기면서, 왜 나는 가계를 팔면 안돼?”
“Andy아빠, 우리가 인생을 즐기는 것 같아요?”
“얼마나 좋아! 여행도 다니고, 늦잠도 자고, 밤새껏 Video도 보고……”
“Andy 엄마,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
“제수씨, 오죽했으면 이 사람이 Helper를 나가겠어요! 가계팔고 일년만 놀아보세요!”
“………”
“야~ 이렇게 하면 어떨까?”
“………”
“너는 가계을 하는 게 지겹다고 하고, 나는 가계팔고 노는게 지겹다고 하니……”
“그래서?”
“우리가 너희 가계를 일주일에 3일만 봐주면 어떨까?”
“글쎄~”
“글쎄는 무슨 글쎄야! 너, 가계팔면 후회한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Andy 엄마, 알잖아! 우리 가계하는데는 도사야!”
“알지! 소문났잖아!”
“우리가 우리 가계처럼 책임지고 잘 봐줄께~! 여행도 다니고, 골프도 치고, 좀 쉬라구!”
그 부부는 일주일에 3일간 친구의 가계를 봐주면서 삶의 의욕을 다시 찾았고, 건강도 좋아졌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 부부간의 사이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답니다. 가계주인은 친구가 자기 가계처럼 성의껏 가계를 돌봐주는 것이 고마워서 보수도 섭섭지 않게 주었고, 모든 면에서 만족하며 삶을 즐기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경우이지요. 이 곳에서는 이런 경우를 “Win-Win situation”이라고 하더군요.
이민의 삶은 쫓기면서 사는 삶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불평 불만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런데요~ 살아있는 생선들이 운반하는container 속에서 쫓기지 않으면, 도착지에 도달하기 전에 죽는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그렇다면 쫓기며 사는 삶을 불평만 할 것은 아닌가 봅니다. 바라기는 쫓기는 것도 적당~히 쫓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민의 삶 속에서 싱싱하게(?) 살아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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