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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의 4단계
작성자 어진이     게시물번호 502 작성일 2008-06-11 15:21 조회수 1673

결혼생활의 4단계

어느 날 점심을 먹고나서 한가히 창밖을 내다 보았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 위에 참새 두마리가 노는 것인지, 싸우는 것인지 모르게 서로 쫓고 쫓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 놈들은 부부인가?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그 때 저의 엉뚱한 생각 속으로 제 32년간의 결혼생활이 빠른 영화장면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참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았네!’
‘이 정도면 잘 산 결혼생활일까?’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이 남편 쪽에서 본 결혼생활의 4단계였습니다.
첫번째는 “데리고 사는 단계”
두번째는 “싸우며 사는 단계”
세번째는 “모시고 사는 단계’
마지막 네번째는 “보호받으며 사는 단계”였습니다.

결혼해서 처음 3년간은 아내를 데리고 삽니다. 대부분 아내는 나이가 어리고, 경제권은 남편이 가지고 있고, 남편은 명실상부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아내는 남편을 하늘처럼(?) 받들고 삽니다. 요즘 신세대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저희들이 신혼살림을 차릴 때는 그랬습니다.ㅎㅎㅎ 그런데 사실은 이 첫단계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행여나 초장부터 군기를 잡는다고 남편이 너무 심하게 똥폼(?)을 잡으면 나중에 똥바가지를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자들은 이 때 받은 마음의 상처을 평생 품고 삽니다. 그러니 데리고 살면서 교육(?)을 시키더라도 상처를 받게 해서는 안됩니다. 철없는 아내를 적당히 도닥거려 주면서 살아야 합니다. 남편이 너무 목에 힘을 주면서 아내를 막 대하면 나중에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게 됩니다. 여자들은 이때 부터 이미 말없이 발톱을 기르기 시작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요. 여자들이 벼른답니다. “너 늙은 다음에 보자!!!”

첫 아이가 태어나면 두번째인 “싸우며 사는 단계”가 시작됩니다. 뭐라고 이야기하면 다소곳이 듣기만 하고, 좀 큰 소리를 지르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베개잎을 눈물로 적시던 여자가 언제부터인가 입을 씰쭉거리기도하고 눈을 흘기기도 합니다. 말도 존대말을 꼬박꼬박 쓰던 것이 반말 비스므리하게 변합니다. 기간으로 보면 이 기간이 첫번째 단계보다는 깁니다. 잛게는 5년, 길면 15년 까지 갑니다.

2단계 초기에는 상대가 안된다고 봐주면서 슬슬 장난삼아 싸움을 하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밀리기 시작합니다. 남편 모르게 길려 온 발톱의 위력이 실력발휘를 합니다. 이 때는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 때문에 싸우고, 아이들 때문에 싸우고, 돈 때문에 싸우고 시집과의 관계 때문에 싸우고…… 하루하루가 싸움의 연속입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까, 아이들은 모두 아내의 편이고, 경제권도 어느새 아내에게 넘어가고, 남편은 모든 실권을 아내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때가 옵니다.  

이런 징조가 보이면 제2단계의 말기가 닥아온 줄 아십시요. 혹자는 과거의 영화(?)를 기억하면서 그 영화를 다시 한번 찾아보겠다고 발악을 해 봅니다. 그때 아내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맞고 항복할래~? 안 맞고 항복할래~?” 이럴 때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무조건 항복입니다. 어차피 결과는 뻐~언합니다. 백전백패입니다. 이미 상대가 안됩니다.

권투선수들이 강펀치를 얻어맞고 나가떨어지면 일어날려고 애씁니다. 그러다가 겨우 일어나면 다시 떡이 되게 얻어맞고 결국은 KO를 당합니다. 여러분, 권투선수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상대방을 한방에 무너트리고 두 손을 번쩍 들 때라구요? 아니랍니다. 계속 얻어터지면서 KO패를 안당할려고 애를 쓰다가, 한방 정통으로 얻어맞고 바닥에 누워있을 때, 심판의 Count를 듣고 있다가, KO를 선언받고 “아~ 이젠 안 일어나도 되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하답니다. 이건 어느 권투선수의 고백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얻어터지면서 계속 덤비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또 하나 명심할 것은 남자들은 여자들이 얻어터지면서 계속 덤비면 애처로와서 좀 봐주거나 져줄 때도 있는데 여자들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절대 지는 법이 없습니다! 만약 어쩌다가 지기라도 하면, 꼭 “Return Match”를 청해 옵니다. 이럴 때는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제일 현명한 방법은 일찍암치 지며 사는 것입니다. 만약 그게 안된다면 지는 척이라도 해야 합니다. 어른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마누라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떨어진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역시 삶의 체험에서 얻어진 진리의 말씀이였습니다!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지만, 살림살이에 한해서는 여자의 말을 듣는게 좋다고 생각됩니다.

세번째 단계는 “모시고 사는 단계”인데, 이때는 이미 남자의 나이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됩니다. 어떤 남자들은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리고 기회를 봐서 쿠테타를 일으킬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무리입니다. 이 단계에서 여자들의 정보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아주 헤어질 작정을 하면 몰라도 어지간 하면 충성을 맹세하고, 몸으로 충성심을 보여주는 게 건강상 좋습니다. 제 이야기를 예로 들지요.

저는 Garage Sale 이외의 Shopping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부인(?)께서 shopping을 가시면,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 나섭니다. 아내가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아내가 Shopping을 할 동안 차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싶지만, 꾸~욱 참고 Shopping cart를 밀면서 아내의 옆을 졸졸 따라 다닙니다. 아내가 Shopping list를 보면서 “여보, 조거!” “여보, 이거!” 손짓과 눈짓만 하면 잡싸게 집어서 Cart에다 담습니다. 이젠 이력이 나서, 비슷한 품목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좋고, 값이 더 싼지도 압니다. 그래서 가끔은 칭찬도 받습니다.ㅎㅎㅎ

아내가 나이들어 가면서 하루종일 일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그러면 어깨도 주물러 주어야 하고, 음식을 먹을 뒤에는 설거지도 도와야합니다. 이민의 삶에서 여자들은 남자들 보다 휠씬 더 많은 일을 합니다. 멀지 않은 훗날을 위해서 잘 모셔야 합니다. 혹자는 저더러 “머슴살이(?)가 너무 고된 것 아냐?”라고 합니다. 저는 나름대로 세번째 단계를 “모시고 사는 단계”가 아니고 “더불어 사는 단계” 라고 하고 싶은데, 믿어주질 안네요. 이 때는 아이들도 모두 커서 집을 떠나고 집은 “빈둥지(Empty nest)가 됩니다. 오래 함께 살아서 눈빛만 봐도 무얼 원하는지 알고, 말하지 않아도 속을 훤히 꿰고 살게 됩니다.

“모시고 사는 단계”이든 “더불어 사는 단계”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런데 세번째 단계에서도 티격태격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불행한 일입니다. 어떤 부부들은 30년 이상 죽도록 고생하면서 자식들을 길러 놓고, 둘이서 오손도손 서로 가려운 등을 긁어 주면서 삶을 즐겨야 할 때인데 헤어지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소위 “황혼이혼”이라고 하더군요. 아타까운 일입니다. 이 세번째 단계를 무사히 통과해야 네번째 단계를 잘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세번째 단계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은퇴하고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이면 네번째 단계인 “보호받으며 사는 단계”가 됩니다. 앞의 세 단계를 잘 보내고 현명하게 적절히 투자(?)를 한 사람들은 “보호받으며 사는 단계”에 들어서는데, 그렇치못한 사람들은 “천덕꾸러기로 사는 단계”에 돌입하게 된답니다. 신은 여자를 남자보다 훨씬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랍니다. 힘이 세고 약함이 아니라, 생존능력과 책임감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상에서 모든 동물은 멸종을 할 수도 있답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숫컷들은 원래 책임감이 암컷들에 비해서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랍니다.

다른 동물의 암컷은 새끼들은 잘 돌보지만, 함께 살던 숫컷이 늙고 병들면 내다 버린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되거나 굶어 죽는다고 합니다. 숫컷의 비참한 말로입니다. 그런데 사람만은 다르답니다. 남자들은 늙고 병들어도 여자들이 끝까지 돌봐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이 사람에게만 내려주신 유일한 축복이랍니다. 어느 학자가 그랬느냐구요?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처음 이야기한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래도 아마 사실일 겁니다.ㅎㅎㅎ

주위에서 다정하게 보기좋게 늙어 가는 부부들을 종종 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나도 저 분들 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노후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열쇠는 남자들이 쥐고 있다는군요. “남자들이 앞에서 이야기 한 세 단계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니, 좀 고민입니다. 아직 몇년 더 남았으니까, 지금부터라도 열심이 노력해야겠습니다. 말년에 천덕꾸러기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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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rpions  |  2008-06-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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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에게 잘 해야지!!!

어진이  |  2008-06-1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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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하셨습니다.
동지가 생겼군요.

Glen  |  2008-06-14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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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는 사랑하며 살고
30대에는 정신없이 살다가
40대에는 미워하며 살고
50대에는 불쌍해서 살고
60대에는 용서하며 살다가
70대에는 친한 친구가 되어서 등긁어주며 산다고 하네요.

삶의 지혜가 닮긴 좋은글 감사합니다.

어진이  |  2008-06-1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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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가는 말이네요.
그런데 여자쪽에서 보고 느낀 생각 같네요.
좋은 주말되세요.

장비  |  2008-06-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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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25살. 글을 읽어보니 입가에 웃음이 절로 생깁니다. 부럽네요..^^

어진이  |  2008-06-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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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님, 반갑습니다.
제가 카나다에 올 때 25살 총각이었습니다.
세월은 정말 빨리 지나갑니다.
돌이켜 보면 엊그제 같은데......
저는 이민생활의 성패는 탄탄한 결혼생활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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