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 주차장
저는 가끔 즐거운 마음으로 교회에 갔다가 집에 올 때는 열을 받고 올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 주차장에 주차하는 문제 때문입니다. 비교적 교회에서 얼굴이 알려져 있어서 주차에 문제가 생기면 종종 저를 부릅니다. 대개는 교회 주차장에서 나가야 할텐데, 남의 차가 가로 막고 있어서 나갈 수가 없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친교실에서 가서 목청을 높여 “차량번호 000 XXX 를 좀 빼주셔야겠습니다. 다른 차가 나갈 수가 없습니다”하고 소리소리 질러야 합니다.
차주인이 금방 나타나 차를 빼주면 좋은데, 그렇게 소리를 질려도 주인이 안 나타나면 사무실에 가서 차량번호 기록부를 보고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개 암체족들은 사무실에다 차랑번호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교회 예배가 거의 끝날 때쯤 와서는 남의 차를 가로 막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온 교회를 뒤져서 차 주인를 찾아서 “죄송하지만 차를 좀 빼주셔야 하겠습니다” 하면, 전혀 미안해 하는 기색이 없이 “네~ 그래요?” 하고는 천천이 걸어 가서 차을 빼줍니다. 세상에……
왜 그럴까요? 다른 곳에 가서도 주차를 그렇게 할까요? 같은 한국 사람들 끼리라서 허물이 없어서, 편해서 그럴까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만약에 급한 일이나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라고…… 대개는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 힘이 팔팔해서 좀 먼데다 차를 세우고도 충분히 걸어올 수 있는 사람들, 죄송합니다! 남자들 보다는 아주 예쁘장하게 생기고 야시시하게(?) 차려입은 아줌마들이 더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바라는 게 하나 있는데, 제발 한국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교회 주차장에 갇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남의 차를 가로막을 수밖에 없었다면, 이름을 쪽지에 적어서 밖에서 보기 쉽게 놓아둔다든지, Cellular phone 전화번호를 적어 놓는다든지, 예배가 끝나자마자 차를 빨리 치운다든지 하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할텐데……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주차장은 나이드신 분들을 위해서 비워두고, 대부분의 교인들은 멀리 길가나 조금 떨어져 있는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한인교회 주차장이 다 똑같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저희 교회는 다른 교회에 비교하면 아주 양반입니다. 약 2년 전에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 수요 저녁예배에 갔었습니다. 예배가 끝났는데, 목사님이 “쭈여를 세번 외치고 통성으로 기도합시다~!” 하니까, 온 교인들이 “쭈~여~~~ 쭈~여~~~ 쭈~여~~~~~” 하더니 통성기도를 하는데, 와아~! 저는 교회 천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대단했습니다!
저는 교회 주위에 사는 이웃들이 경찰에 연락해서 경찰이 들어 닥칠까봐 응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큰소리로 기도를 하면, 위축이 되서 기도를 못하고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순진이의 옆구리를 찔려서 일찍 일어났습니다. 교회문을 나서니, 찬 밤공기가 띵~하던 머리를 맑게 해 주었습니다. 차를 세워 놓은 곳을 쳐다본 저는 까무라칠뻔 했습니다. 제 차뒤로 쭉~ 겹치기 주차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고~! 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통성기도는 언제 끝날지 모르고……’
‘광고 시간에 밤참까지 먹고 가라고 하던데……’
‘남의 교회에 왔으니, 아는 사람들도 없고…… 어떻게 하지?’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했습니다. 제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을 잘 관찰해보니, 아주 조심하면 간신이 빠져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행여나 남의 차를 다칠까 봐서 순진이를 조수로 세워 놓고, 앞, 뒤, 옆으로 조심~ 조심~ 움직여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겨우 빠져 나왔습니다.
‘휴~우, 내가 다시는 이 교회에 오나 봐라!’
‘어떻게 한두 대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차들이 남의 차를 막고 있을까?!’
저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차를 운전해서 주차장을 나오는데 주택가 길옆에 쭉~ 늘어서 있는 sign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Absolutely No Parking in This Area”
아마 주차 문제 때문에 교회 주위에 사는 이웃들과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인 교회들이 주위에 사는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었습니다.
두달 전에 친구의 아내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친구는 한인 사회에서도 꽤 알려진 사람이고, 토론토에서 제일 큰 교회중의 하나인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장례식에는 마지막으로 고인을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종종 주위에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아 왔지만, 가깝게 지내던 친구의 아내를 보내야 하는 것은 저를 착찹하게 많들었습니다. 또 요즘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건강문제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고, 유가족들이 간단한 음식도 장만했지만,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일찍 집으로 갈려고 주차장에 간 저는 지난 번 보다 더 놀랐습니다. 차들이 한 줄로 겹치기 주차를 한 것이 아니라, 두 줄로 겹치기 주차를 해놓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여지껏 고인에 대한 슬픈 마음, “삶이란 게 무엇일까?” 내 딴에 심각하게 생각하던 것들은 몽땅 달아나고 ‘내 차는 어떻게 됐을까? 빠져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별수 없는 속물인가 봅니다.
주차장은 온통 겹치기 주차로 난장판(?)인데 제 차는 기적적(?)으로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Canada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렇게는 주차를 하지 않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주차를 할까?’
‘이민의 삶에서 너무 힘들게 살다가 같은 동족을 만나 편해서 그럴꺼야!’
‘허물없이 지내다 보니, 이해해 줄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무리 편하게 지내는 같은 동족이라도 늦게 와서 남의 차를 가로막으면 않되지!’
‘집에서 급한 일로 전화가 왔는데, 차가 막혀서 못 나가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은 장례식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무겁고 서글펐습니다.
다음 날, 신문에 모교회 주차장에서 있었던 난장판 주차 때문에 타툼이 있었다던지, 주먹다짐이 있었다는 기사가 없었던 것을 보면, 모두들 무사히 잘 집에 돌아간 것 같습니다. 괜히 저 혼자서 쓸데없는 걱정을 했었나 봅니다.
순진이가 가끔 제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문제점이 뭔줄 알아?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거야!!!”
“당신이 열올린다고 해결되지 않아! 신경꺼! 그게 당신 건강에 좋아!”
저희들이 이곳에서 살면서 Canadian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Canadian들은 장애인이 아니면 절대로 장애인들을 위한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지 않습니다. 복잡할 때나 한가할 때나, 밤이나 낮이나 항상 세우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 저는 가끔 장애인이 아니면서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사람들을 봅니다. 어떻게 아느냐구요? 제가 그 차의 주인을 알거든요. 그리고 남의 차를 가로막고 주차를 하는 Canadian들을 저는 여지껏 보질 못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사람들은 그렇게 할까요? 다른데 가서는 안 그러면서……
저는 요즘 저희 교회를 포함해서 한국인 교회 주차장에는 주차를 하지 않습니다. 멀찍한 곳에 주차를 하고 운동삼아 걸어서 갑니다. 나이드신 분들과 혹시 사정상 늦게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고, 제차가 막혀서 어려움을 격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이기적입니다. 그러나 내가 조금 편하자고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