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은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사람인데 학문이 높고 담대하고 말 잘하고 유능해 공자도 형님으로 모셨고 사기를 쓴 사마천은 안영 밑에서 마부 노릇만 해도 더 바랄게 없다고 할 정도로 그 계통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이다 안영의 흠이라면 키가 작다는 것.
학문이 높고 고매한 사람은 성 다음에 자(子)를 붙여 공자, 맹자 라고 하듯 안영도 안자라고 한다. 조선 연산군 시절 홍유손이 스스로를 홍자라고 해서 연산군에게 혼 난 적이 있다. 홍유손은 김종직의 제자인데 유자광이 홍유손에게 걸려 망신을 한 적도 있다.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는데 초나라 왕이 초령왕, 그는 안영이 유명한 걸 알고 골려 줄 생각을 했다.
국경을 지나는데 초령왕의 지시를 미리 받은 국경초소에서는 안영에게 개구멍으로 들어 오라고 했다. 안영은 아무렇지 않게 개구멍을 지나 초나라에 왔다.
초령왕을 만났다. 안영은 "멍멍"하며 개가 짖는 시늉을 했다. 주위의 신하들 얼굴색이 변했다. "무엄하게 왕 앞에서 멍멍이라니."
안영: 개나라에 왔으니 개처럼 해야지요.
초령왕은 한방 먹었다. 수인사를 하자마자 초령왕이 하는 말.
초령왕: 제나라에는 그렇게 사람이 업소?
안영: 무슨 말씀이신지? 사람이 너무 많아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걷고 서로 발뒤꿈치를 밟으며 걷는데요.
초령왕: 그런데 하필 당신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냈소?
안영: (키 작은걸 빈정대는 것으로 감을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요, 사신 보낼 때 원칙이 있는데 작은 사람은 작은 나라 사신으로, 큰 사람은 큰 나라 사신으로 보냅니다.
초령왕이 두번 당했다. 이런 저런 수작이 오가는데 포졸이 죄인을 끌고 지나간다.
초령왕이 포졸을 불러 묻는다. 그 죄인은 무슨 죄를 지었나?
포졸: 절도죄 입니다.
초령왕: 어느 나라 사람인가?
포졸: 제나라 사람입니다.
초령왕이 안영을 보며 "제나라에는 도둑놈만 사는구려" 사신 불러 놓고 망신을 주려는 초령왕 심보가 고약하다.
안영: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는데 그건 풍토가 달라 그렇습니다. 저 사람도 제나라에 살 때는 도둑질이 뭔지도 몰랐는데 초나라 와서 도둑질 하는 걸 보니 초나라 풍토가 도둑질하는 풍토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