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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언급하는 '안철수'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5941 작성일 2012-11-25 17:13 조회수 2381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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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토론에 끼어드는 건 참 내키지 않는 일이다. 싸르니아는 현재 대한민국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대선토론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더 중요한 이유는 感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간적 단절이란 시간적 단절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필링교란과 판단장애를 유발한다. 정보가 넘쳐나도 感이 없으면 그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내 처지로는 정보를 스스로 해석하기 전에 현장에 사는 사람들이 레알한 감각을 토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의견들을 먼저 경청하는 과정을 반드시 수료해야 한다. 분수를 지킨다는 의미는 외국인이니까 내정간섭하지 말고 가마떼기처럼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해석과 판단의 절차가 조금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복잡한 절차를 수행하는 겸허한 자세를 의미한다.     

 

싸르니아는 안철수 씨를 잘 모른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그는 정치조직의 수장의 역할보다 자기가 지지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에 파워를 실어주는 역할을 선택했다. 정치조직의 수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맥과 조직이 열세인 그로서는 당연하고도 올바른 선택이었다. 정신적 지도자로야 마하트마 간디가 제격이지만 정치조직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에는 자화할랄 네루가 훨씬 더 유능할 수 있다.

 

안철수는 이런 ‘정치공학’을 정확하게 이해했고, 과학자답게 데이터 결과대로 사심없이 실천했다. 이런 역할이란 대개 일생에 한 번 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 결단의 과정이 그다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는 정치가의 마인드를 뛰어넘어 혁명가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해 줄 만하다.

 

나는 오늘 이런 저런 한국 신문들을 읽으면서 솔직히 한국의 진보논객들 상당수가 ‘지금 어떻게 해야 이번 대선에서 시민파워가 자본/엘리트권력을 견제할 구도를 재생산해 낼 수 있는가에 촛점을 맞추기 보다는 한국 정치사상 전대미문의 질문을 던진 ‘안철수 행보’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과 그 행보에 대해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철수가 착한 척을 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어떤 돌팔이 논객의 소박하고 용감한 주장이나  어느 칼럼니스트 가 ‘공학’ 문제 가 아닌 ‘철학’ 문제에 주로 집중하고 싶다고 한 말이나 대선을 ‘인물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그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칼럼을 상업적으로 특화시키기위해 ‘안철수 행보’에 정치사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가 정략적 인물과는 구별되는 윤리적 인물이었다는 강조를 한 것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한 번으로 족하다.

 

자본/엘리트 집단은 이런 그의 역할선택이 상대진영에 시너지 파워를 안기지 못하게 하려고 기를 쓰고 폄하하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이래 그 ‘당연하고도 올바른 선택’을 목격한 역사가 없는지라 조금 놀라워 하는 것 뿐이다. 

 

단일화 매듭을 일거에 해소해 버린 역할 외에 지금 당장 안철수 씨가 해 주어야 할 역할이 있다.

 

자신의 지지자 중 부동층을 대상으로 자신의 결단이 함축하고 있는 사회과학적 의미를 설득하는 작업에 직접그리고 신속하게나서는 일이다.

 

대선은 인물대결이 아니다. 사회경제적 계급 뿐 아니라 가치를 둘러싼 서로다른 의견집단들 사이에 국가공동체 운영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제도적 경쟁이다. 대통령은 일단 계급 및 의견집단을 대표해서 집권경쟁을 대리하고 있는 선수일 뿐이다. 공동체가 발전할수록 대통령이란 leader 개념 보다는 representative 개념으로 변화한다.

 

안철수 씨는 이 제도적 경쟁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의 대부분을 공유하는 계급 및 의견집단의 주도권 탈환을 도와주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지, 민주당과 문재인 씨를 위해 그런 결단을 한 게 아니다.

 

자신의 지지자들 중 부동층을 설득하는 작업은 며칠 쉬었다가가 아니라, 오늘 월요일(한국시간)부터 시작해 주었으면 좋겠다. 안철수의 아름다운 철학공학에 기초한 과학적인 실천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온전하게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 작업을 민주당이나 문재인씨의 반응에 관계없이 후보 사퇴와 동시에 진행해 주기를 기대했었다. 불과 23 일 남은 기간 동안 위대한 실천이 반토막 실천이 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천추의 한을 남기지 않도록 위대한 사상가로서의 마지막 봉사를 해 주기 바란다.

 

지금으로서는 민주당을 포함한 어떤 진보진영의 단위보다도 안철수 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런 글을 남겨본다 

 

2012 년 11 월 25 일 16:50 (MST)

 

 

 

       

 




7           3
 
philby  |  2012-11-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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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랍이 넓어 남의 나라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안철수씨가 보수당 후보가 되어야 하고 문재인, 박원순씨가 그 counterpart에 가 있고 심상정, 노회찬씨가 진보쪽에서 나오고. 그게 제대로된 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그네가 그렇게도 싫어한다는 꽃이 단일화 인데 진짜 단일화는 이제부터 입니다. 아직까지는 예고편이었고.

clipboard  |  2012-11-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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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글을 올렸더니 왜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마음 추스릴 시간을 주지 않고 민주당 편만 드느냐는 말이 나오는군요. 만일 민주당이나 문재인 후부측에서 제가 본문에 올린 글과 같은 주장을 지금 하고 있다면 그건 마치 \'물에 빠진 넘 건져 놓으니까 보따리 내 놓으라\'는 소리를 하는 것과 같지요.

이 본문은 제가 안철수 라는 사람의 됨됨이와 그 철학을 높이 평가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작성했습니다.

clipboard  |  2012-11-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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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새대가리당 돌박 후보는 요새 뭐하나 궁금해서 신문 좀 읽어보았는데,
개뚱딴지같이 대통령직에서 사퇴한다는 망언을 한 게 제일 중요한 최근 활동이었군요.

Pamoramas  |  2012-11-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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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로 단일화되여 "새 정치"가 펼쳐지기를 영원하고 있었는데 다 틀렸다 싶습니다. 민주당 집권이 싶지 않다 보여집니다.

clipboard  |  2012-11-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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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로의 단일화는 가능했던 일도 아니고 바람직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안철수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한계를 잘 알고 선택을 잘 해 준 겁니다. 안철수 지지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안철수 씨가 자신의 임무를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에 파워를 실어주는 역할로 규정한 것은 조직과 인맥에서 열세인 반면 대중신임도에서 우세한 자신의 처지를 기준으로 출력된 데이터를 과학자답게 인정한 결과인데, 모두가 놀라워하는 것은 그가 자기가 인정한 결과를 사심없이 받아들이고 거기에 근거한 올바른 판단을 했다는 것 입니다. 자신은 결코 자화할랄 네루역할은 할 수 없고 다만 마하트마 간디의 역할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지요.

내사랑아프리카  |  2012-11-26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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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이 없다고 한국정치에 대한 의견표현의 자격을 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구요. 우리가 중국인이 아니라서 중국정치를 표현하지 못할 법이 없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유엔의 정식 회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말이 없겠죠.

저는 결국 문재인으로 낙찰될 꺼라고 생각해서 별로 단일화논의를 제대로 따라가 보진 못했지만, 안철수는 자가 사퇴로 자기명분를 살리고 국민의리를 지켰다고 봅니다. 즉 안철수는 자기비움은 실천했지만, 살신성인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아직까진 그는 간디는 아니었습니다. 저의 소박한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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