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11월 25일) 새를돔에서는 Journey의 공연이 열렸다. 오프닝 밴드로는 Loverboy와 Night Ranger였다.
이 3개 밴드 모두 중학교시절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애청하는 곡들이 많은 나로서는 꼭 가보고 싶은 공연이었고 가서 이들의 공연을 평생 처음 보니 역시나 슈퍼 밴드 다운 열정과 파워를 선보여 정말 감동적인 공연이 되었다.
다음날 신문을 보니 관객수는 11500명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공연장이 꽉 차서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여하튼 캘거리에서1년에 몇 번 안 되는 최대 규모의 콘서트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공연 현장 소개
보통의 콘서트는 (무명의) 오프닝 밴드 1개, 메인 밴드 1개로 구성되거나 유명 밴드 둘 정도가 앞뒤로 조인트 공연을 갖는 게 상례인데, 이날은 메이저급 밴드 3개가 뭉쳤기에 관객들에게는 1석3조인 셈이었다. 특히나 나 같은 알뜰파 관객들에게는 더욱 반가웠던..
원래는 8시부터 시작이었나 이례적으로 5분 먼저 Night Ranger(샌프란시스코 출신)가 나와 포문을 열었다. 베이스와 보컬에 잭 블레이드 리드 기타에 브래드 길리스는 역시나 그 명성대로 최고의 연주와 파워를 선보였다.
잭 블레이드는 90년대 프로젝트 그룹인 Damn Yankees의 멤버이기도 했기에 이날 그들의 대표곡인 High Enough도 불러주어 더욱 큰 박수를 받았다. (데드 뉴전트, Styx의 타미 쇼등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Damn Yankees의 멤버들이었다)
기타리스트 브래드 길리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오지 오즈본이 블랙 새배스에서 독립하고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와 손잡고 1,2집(1980~1982)을 내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또한 헤비메탈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러나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로 랜디가 사망하자 오지는 그 충격에 시름시름 앓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블랙 새버스 시절의 히트곡을 묶어 Speak of the Devil이란 라이브 음반을 냈는데 (1983년) 여기에 나선 기타리스트가 브래드 길리즈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 음반(해적판)에 매료되어 셀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 들은적도 있었다. Speak of the Devil은 지금도 내가 아끼는 음반 중 하나이다
3개의 밴드가 출연하다 보니 앞의 두 오프닝 밴드는 딱 40분씩만 연주를 했다. 그래서 나이트 레인저도 그들의 알짜배기 히트곡들만을 묶어 선보였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나이트 레인져.. 역시나 그들은 여타의 유명 메탈밴드 보다도 더 뜨겁고 화려하고 웅장한 연주를 선보여 너무 놀랐고 좋았다. 발라드 곡인 Sister Christian은 역시나 캘거리 사람들에게도 크게 환영 받는 곡 중 하나였다.
여기에 오리지널 멤버인 드러머 Kelly Keagy도 자신의 출중한 드럼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이면서 이들은 37분간의 무지 짧았던 공연시간을 화려하게 채우고 내려갔다.
15분의 휴식기간을 끝내고 (중간에 공연장 재 세팅) Loverboy가 등장했다.캐나다 밴드이다 보니 (현재는 밴쿠버에 거주) 캘거리에서도 공연을 많이 가졌지만 그래도 러버보이는 러버보이였다. Working for the weekend, Turn me loose가 울려 퍼질 때는 객석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딱 40분만 주어져 있었기에 그들도 군더더기 없이 주요 히트곡들을 거의 다 연주하고 1만여 관객들을 충분히 흥분시켜 놓고 무대에서 내려갔다.
다음 밴드 저니(Journey)가 오르기까지는 약 25분 정도의 휴식시간 소요되었다. 메인 밴드답게 화려한 무대시설들이 들어서다 보니 세팅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상대적으로 앞의 두 밴드는 상당히 소박한 무대였다)
저니는 10시가 거의 다 되어 저니가 등장해 11:30분까지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이후 앵콜곡으로 Lovin,’ Touchin’ squeezin’ 까지 불렀고 감동의 공연은11:40분 되어서야 드디어 끝났다.
저니의 오리지널 멤버들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자
건반의 그렉 롤리와 기타의 닐 숀은 60년대부터 산타나 밴드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 둘은 60년대 말 우드스탁 페스티벌에도 산타나와 함께 선 적이 있는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이후 197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저니를 결성했다. 그렉 롤리는 70년대 말 저니를 탈퇴했고 이 자리를 조나단 케인이 맡았는데 그때부터 저니의 사운드는 더욱 화려하고 탄탄해 졌다.
70~80년대 저니의 전성기 시절의 모든 히트곡들을 소화해 냈던 불세출의 보컬리스트 스티브 페리는 80년대부터 간혹 솔로로 활동을 하다가 결국90년대 저니를 탈퇴, 지금은 Arnel Pineda가 보컬을 맡고 있는데 음색이나 목소리는 스티브 페리와 거의 흡사하다. 저니의 음악에 스티브 페리의 목소리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타에 닐 숀은 80년대부터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인정 받았는데 이날 공연에서 보니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파워와 열정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고 또한 출중한 실력 또한 녹슬지 않았음에 상당히 놀랐으며 역시 저니라는 거대한 함선을 이끄는 (저니의 유일한 오리지널 멤버)리더답게 닐 숀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위대한 아티스트임을 눈과 귀로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여기에 키보드의 실력자 조나간 케인과 드러머 Deen Castronovo 까지 합세하여 저니의 연주는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참고로 닐숀은 80년대 HSAS라는 프로젝트에서 한 장의 음반을 발표한바 있기도 한데 이 음반에 수록된 White shade of pale은 필자의 애청곡중 하나이기도 하다. (밴드이름은 멤버 4명의 성을 따서 만들어졌다. Sammy Hagar, Neal Schon, Kenny Aaronson, Michael Shrieve)
중간중간 그들의 최근 발표곡들(관객들이 잘 모르는)이 소개되어 좀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추가로 이어지는 그들의 대표적인 히트곡들에 관객들의 열광은 계속 이어졌다. 특히 발라드 곡 Faithfully도 소개되었는데 이 노래가 그토록 감동적인지 이날 처음 알았다.
공연 후반부로 가면서 난 3곡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결국 조나단 케인의 멋진 피아노 연주로 Open Arms가 소개되었고 드디어 Don’t Stop Believin’이 울려 퍼졌다.관객들이 모두 다 일어나 따라 불렀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한 곡이고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 노래를 얼마나 많이 감흥에 젖어 듣곤 했는데 30여 년이 흘러서야 그들의 공연을 보게 된 것이다.
이 노래가 끝나면서 폭죽이 터지고 색종이들이 날리면서 공연이 끝났다고 생각한 성급한 관객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Separate ways가 남았는데 하면서 아쉬움을 가지고 기다렸는데 드디어 이 노래마저도 울려 퍼졌다. 감동 먹었다.
그들은 퇴장한 후 뜨거운 감동을 식히지 못한 남은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으로 이들은 다시 나와 한 곡을 더 연주하고 무대를 떠났으며 이 시간이 밤11:40분이었다.
오랜만에 정말 멋지고 화려하고 열정적이고 감동적인 락 공연을 보았다. 지금 저니의 음악들을 다시 들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