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옷을 벗는다/ 雲溪 박 충선
나무가 옷을 벗는다
록색의 장원
푸르름의 향연을 끝내고
육신의 조각들을
땅으로 내려 놓는다
참으려 해도
참지 못하는 눈물샘이 터진다
나무는 옷을 벗는다
빛을 그늘로 부르기 위해
바람을 맨몸으로 안기위해
칼바람에 찢기우고
벌레먹어 상처난 살갗을 가리움 없이
눈물이 마르도록
하얀 뼈 사이로 내리 쏟는 빛을 본다
나무는 옷을 벗는다
묵은 상념도 겹겹이 쌓인 정도
빗물로 씻어 내며
말끔한 나목으로
수척한 생명을 간직하고
나는 나무에 옷을 입히려 한다
엷은 비단 결 같은 바람으로
겨울의 차거운 눈꽃으로
한올 한올 기워낸 투명한 수의(壽衣)
연두색 새옷으로 갈아 입혀야
눈물 말라 얼룩저 갈라진 가슴에
맑은 물 흐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