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플 때가 있다 / 유상옥
눈동자에서 슬픔의 가지가 돋고
푸른 핏발이 솟으면 꽃이 핀다
노을의 뿌리에서 올라온 것인지
하늘을 봐도 땅을 봐도 온통 노을뿐이다
어느 강가에 피면 먼 국경의 통역 없는
암호로 들리겠지만 소리는 죽어 잎이 된다
강물 같은 소리로 꽃을 피우는 저녁
아픔은 불어오는데 떨어지는 꽃잎은
아무도 줍지 않는다
입속에 꽃잎이 고인다 석양처럼 붉고 쓴 바람이
입속에 가득하다 근원 모르는 강의 발원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얼마나 오랜 세월 흘러온 것인가
꽃처럼 피었다가 떨어지고 말라버리는 강이라도
뿌리가 있는데 어디서 온 것일까 활짝 피는 아픔은
누가 보낸 것일까
작은 가지를 꺽어 본다
때 묻은 사람 옷 내음이다
유상옥 시인
西北美 문인협회 <뿌리문학> 詩부문으로 등단
현재 美 오리건 Oregon州 포트랜드 Portland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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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사람도 피고 지는 꽃 같아서...
그래서일까? 꽃처럼 아플 때가 있는 건
"詩는 정말 경험이다" 라고 일찌기 <릴케>도 말했지만,
詩에 있어 시인의 경험, 감각, 지혜등은 어느 거나
모두 詩의 요인으로 작용되고 교직(交織)되고 있음을
내가 아는 바로 시인은 오랜 세월, 낯선 이국(異國)의 땅에서
시작(詩作) 활동을 하시는 분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의 시편들에선 늘 그 어떤
<근원적 그리움>이 읽힌다
아마도, 뿌리를 그리는 마음이리라
비록 몸은 낯선 곳을 부유(浮游)하고 있더라도
오늘의 詩에서도 의식(意識) 위에 떠올린 그리움의 <물결>이
밀도(密度)있는 언어로 장중하게 흐르고 있다
통역 없는 암호 같은 그리움이지만,
詩에서 말해지는 것처럼 때 묻은 사람의 옷 내음을
맡으면 금방 알 일이다
사실, 꽃보다 더 아름답고 아픈 건
사람이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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