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기내난동사건에 대해 대한항공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은 모두 일곱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단 한 개의 문장에서만 조 부사장이 지나친 조치를 했다고 언급해 놓고 나머지 여섯 개의 문장을 통해서는 조부사장의 조치가 당연하고도 정당했다고 변명했다.
그리고는,, 하기조치를 당한 사무장에게 첵임을 몽땅 뒤집어씌웠다. 책임을 덮어씌웠을 뿐 아니라 해당 사무장을 변명과 거짓말을 한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세웠다. 해당 사무장에 대한 하기조치는 부사장이 한 것이 아니라 기장이 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사과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을 들어 조 부사장이 사무장의 자질을 문제 삼았고, 기장이 하기 조치” 했다는 것이다.
누가보아도 교묘한 거짓말이다. 조 부사장의 지적에 변명이든 답변이든 대꾸를 한 사람은 하기조치를 당한 사무장이 아니라 다른 승무원이다. 사무장은 영문도 모르고 조 부사장에게 불려와 다짜고짜 서비스 매뉴얼을 내 놓으라는 불호령에 타블릿을 열다가 당황한나머지 패스워드를 연거푸 잘못 눌러 타블릿을 lockout 시킨 죄 밖엔 없는 것 같다. 기사에는 타블릿 암호를 못 풀었다고 되어 있지만 그 소리가 그 소리일 것이다.
조현아 부사장이 반말로 사무장에게 “너 내려” 라고 소리를 지른 건 이 때였을 것이다. “너 내려”라고 월권명령을 한 건 분명히 명령권자인 기장과 협의하기 전일 것이다. 여기서 기장과 협의했다는 말은 대한항공측이 사용한 표현이다. 기장과 협의를 했는지 아니면 “기장님! 비행기 보딩게이트에 도로 가져다 대세요” 라고 월권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협의했다고 쳐 주자.
모든 것을 다 떠나 대한항공 사과문은 사건의 본질을 지능적으로 왜곡하여 독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질이 나쁜 사과문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담당 승무원의 업무수행 미숙 문제가 아니다. 승객의 자격으로 탑승한 회사임원이 승무원에게 고함을 지르고 램프리턴을 사실상 명령한 행위가 항공보안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한항공 사과문은 사건의 본질은 싹 숨긴 채 마치 임원이 기내서비스를 감사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인데, 그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지나친 조치’ 가 있었다는 식으로 조 부사장을 위법혐의를 교묘하게 가리려고 하고 있다. .
조 부사장이 받고 있는 위법혐의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내난동이고 또 하나는 월권이다. 항공보안법에 저촉되는 기내난동에는 승객이 승무원이나 동료승객을 향해 고성-고함을 지르는 행위가 포함된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조 부사장의 고함소리는 이코노미석까지 들렸다고 한다. 해당기종 A380-800 은 중간클래스인 프리스티지클래스가 모두 2 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등석 바로 뒤에 이코노미석이 있긴 하지만 중간에 블라인드커튼으로 밀폐된 갤리가 있기 때문에 웬만큼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지 않고서는 이코노미석까지 소리가 전달되기는 어렵다.
저 사과문을 누가 작성하고 누가 발표하도록 결재했는지 모르지만 위기극복을 위한 문제해결감각이라곤 전혀 없이 오너의 딸에 대한 아부근성만 충만한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가 쓴 게 틀림없는 것 같다. 아니면 완전히 반대로 ‘조 부사장, 너 엿 좀 먹어봐라!’ 하는 의미에서 안티-조 계열에서 작성을 했든가,, 암튼 둘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참,,, 두 눈뜨고는 못 봐줄 만큼 지저분한 사과문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