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처마 위로 잿빛해는 내린다
새하얀 얼굴에 엷은수줍음
분명
옥색비녀가 노래하자
붉은 옷고름은 떨기 시작한다
문을열고 지긋이 얼굴을 가린
도포자락은 어느새
문지방 넘어
소리에 묻혀 버린다
한손은 치마자락을...
한손에 부채는
어디를 향하는지...
국화향기는
이쪽저쪽 노닐다가
담장넘어
내코끝에 머문다
이른 가을
소슬대문안
흐드러진 가락은
누런 은행나무 잎
기와지붕 위에 둥그러진다
북장단 하는
삿갓 머리위에 흥이 되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