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늦은 9월!
포털 사이트에서 접한 한국은 하나의 명절이 돼버린 추석연휴를 지내고 돌아온 나른한 가을의 어떤 하루!
의례적인 행사가 되버린 고국의 귀성,귀경에 관한 소식을 남의 나라 일처럼 읽다가 귀성객 몇 백만 명 운운하는 숫자 부풀리기에 갑자기 짜증이 난다.
10여 년 전 고향을 다녀 왔을 때나, 도로 확장 공사가 끝난 지금에나 여전히 교통 체증이 주 이슈라니….(숫자 놀음에 역겨워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을 기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차라리 몇 몇 마을의 차례 모습이나, 추석 분위기를 전하는 것이 훨씬 좋으련만.. 아니면 내가 여전한 한국의 교통 사정을 모르는 건지…)
그런데 캐나다에서 추석 보름의 둥그스런 밤을 보다가 갑자기 산울림의 오래된 히트곡(요즘의 기준으로 하면 쨉도 안되지만 그 시절 나에겐 빅 히트곡이었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꺼야"의 가사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9월도 늦은 9월인데…
그 때 그 시절(고삐리의 늦은 9월)
산울림은 나에게 우상이었다
내 딸들을 포함한 요즘 아이들에게 “신화”나 “똥빵신기”(딸들아 소리 나는 대로 적어서 미안)가 그 들의 우상이듯, 고삐리(?) 시절의 나에겐 트윈 폴리오 이후의 내 영혼의 안식처였다.
다른 앨범은 몰라도 산울림의 전 앨범을 다 샀을 정도였으니(여기엔 물주로서의 내 동생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지만. Anyway)
더구나 그들의 첫 앨범은 지금도 거의 전 곡을 다 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진대 그 첫 앨범에 수록된 이 노래가 추석을 전후한 이 시기에 별안간,갑자기,문득 떠 오른다고 누가 시비를 걸 것인가.
아니 동감을 했으면 했지.(몇 명 안 되지 싶지만)
사실 이 노래에서 귀에 띄는(?) 단어는 “아마”이다.
“신비한 빛,간지런 바람,구름위에 뜬 기분 등등”
10대 후반 나이에나 솔깃한 단어들과 더불어 “아마”라는 제목의 한 부분이 이제야 마음에 꽂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는 몰랐었다.
“아마”가 가지고 있는 이 깜찍한 기분을….(모르는게 당연하지. 그 땐 그냥 산울림의 노래 자체에 환장했는데)
그런데 지금,이 곳 캐나다에서 말똥말똥한 보름달을 바라보다가 왜 “아마 늦은 여름” 어쩌구 저쩌구가 떠오르냐구 ? 나에게 삿대질하면서 물으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
그건 내가 10대일 때 “너 돈도 없으면서 왜 산울림 판 사고 지랄이야”
라고 묻는것과 비슷한거기 때문에
그보다는 인터넷 산업이 너무나 발달해서 돈 내고 뭘 보는게 익숙치 않은 우리들에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하늘을 바라 볼 수 있고,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아마 늦은 추석이었을꺼야”라는 그 어떤 자기만의 노래를 읊조리면서 하늘을 봤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유..
아니,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오늘
바로 위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고
이태백인양 밤의 술 바다에 빠져버린 한 사람이
지나가 버린 모든 여름 밤의 하루를 주루룩 잡고
빠르게 사라져 버릴 올 해의 캐나다의 가을을 위하여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싶은 어느 가을 날의 주막에서 울려 퍼질
구수하고도 께적찌근하고도 가슴 깨벽찌근한 한 곡조라고 생각하면 되겠나요? (캐편제라고나 할까…)
*캐편제란 캐나다판 서편제의 줄임말.이라고 내가 맹글은 말(여기서만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