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을 하나 벌였더니 칼라 프린터가 필요해졌습니다. 왠만하면 집에 뭘 들여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어서 Staple에서 대충 해결해 보려고 했더니, letter지 한 장을 뽑는데 39센트+택스라는 가격을 보고는 깜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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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장 정도 출력한다고보면 40불이 넘는 비용이 든다는 간단한 계산을 해보고는 차라리 중고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키지지에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wireless 연결을 지원하는 HP deskjet을 10불에 내 놓은 사람이 있어서 냉큼 달려가 구매했습니다. 10불짜리 지폐가 없어서 동전을 탈탈 털어서 샀는데, 그 기분은 마치 구멍가게에서 과자사는 느낌이었지요.
솔직히 잉크는 다 쓰고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게 왠 떡입니까... 흑백잉크만 비어있고 칼라잉크는 제법 남아 있더라구요. 그래서 흑백잉크만 사야겠다고 알아보니 제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잉크 충전 전문가게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문해보니 꽤 크고 깨끗한 가게인데, 놀라운 것은 제가 가져간 잉크 카트리지를 충전하는데 9불밖에 안 하더군요. 정품은 22불+택스이고 시내 중심가의 충전가게도 11불+택스인데, 이 집은 9불에 택스포함 가격이었습니다. 물론 얼마나 가득 채웠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게 함정이기는 하죠.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렇게 쓸만한 공산품이 10불이라는 가격에 제 손에 들어왔는데, 주말에 가끔 마시는 칠레산 와인 한 병은 10불 아래가 거의 없음이 조금 황당하게 느껴졌습니다. 칠레산 와인만들기가 쉽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와인과 한 번 사면 몇 년은 쓰게 되는 공산품의 가격 대비 효용이 왠지 불공평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새 프린터는 100불이 넘지만, 일단 제 손에 들어올 때의 가격만 생각합니다.)
자동화된 생산 시설이 이렇듯 노동의 상품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어서, 이제 가치있는 사람으로 남으려면 자동화되지 않을 일을 찾아다녀야 할 듯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예술이나 디자인, 소프트웨어, 컨설팅 같은 직업을 가져야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