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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내게 사진작가 냐고 물은 적이 있다.
생각지도 않은 질문에 잠시 어리둥절 하다가
나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뽀샵예술가 라고 대답했었다.
황석영 소설 '어둠의 자식들' 의 첫 문장이 "나는 소설이나 책에 관해서는ㅈ도 모르는 사람이다" 였는데,
정말 나는 사진의 '사' 자도 모른다.
그 소설의 주인공 이동철도 소설이나 책에 대해서 ㅈ도 몰랐으나 구술도 하고 소설도 썼던 것처럼,
사진과 카메라에 대해 취미도 별로 없고 아는 것이 없어도 얼마든지 '내맘에 드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고 믿는다.
주말에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 중 가장 내 맘에 드는 사진 스물 한 장을 추려 봤다.
나름 순위도 매겨봤다.
21 위
말라카 교회묘지 언덕에 있는 포르투갈 유적지다.
네덜란드군의 공격을 받고 폐허가 된 St, Paul 교회유적지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여행지로 하루종일 시끌벅적하다.
이 교회이름처럼, 묘지근처에는 전쟁통에 손모가지가 잘려나간 사도바울의 석상이 서 있다.
20 위
에드먼튼의 겨울은 춥고 길다.
하늘이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새파란 날도 많다.
19 위
북미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 하나를 꼽으라면 캘거리를 빼 놓을 수 없다.
록키여행의 관문이기도 한 이 도시는
현재 유가하락으로 전대미문의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약 1 만 여 명의 한국 동포들도 이 고난의 행군에 동참하고 있는 중이다.
18 위
약 4 년 전 쯤 올린 이 사진을 보고 어느 분이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도입부가 생각났다고 덧글을 단 적이 있다.
에드먼튼 시내를 운행하는 전철이다.
17 위
알버타의 여름에 유채밭 여행을 빼 놓을 수 없다.
매년 7 월 초순과 중순에 절정을 이루는 노란색 바다의 향연은 말 그대로 가끔 숨을 멎게 하는 장관을 연출할 때가 있다.
16 위
세부의 다운타운은 위험하다고 경고가 요란하다.
산토니뇨 성당 같은 유적지에 가려면 다운타운에 가야한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한 시민이 싸르니아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15 위
마리나베이샌즈와 다운타운 스카이라인 모습이 균형있게 앵글에 들어와 있다.
14 위
프놈바켕의 일몰을 촬영하기 위해 몰려든 여행자들
일몰사진도 있지만, 정작 그 사진보다 이 사진이 더 맘에 든다.
13 위
이 사진 아래 남겼던 싸르니아 어록
죽음의 철도공사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9 만 여 명의 동남아시아인들의 넋을 구천에 남겨둔 채,,
내가 이 연합군 묘지에 먼저 참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12 위
싸르니아가 인천대교와 처음 만나던 날
공항으로 라이드 해 주는 친구의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11 위
올드 아바나는 이쁘게 낡은 도시다. Running down 도 보기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도 올드 아바나처럼 곱게 늙어가면 보기 좋을 것 같다.
10 위
스페인 침략자 Junipero Serra 신부와 원주민 소년의 동상은 아바나 샌프란시스코 광장 샌프란스시코 교회 옆에 있다.
인류최초문명인 메소포타미아 유적지를 마구 때려부수고 있는 이슬람 스테이트의 무지몽매한 리더들은
왜 쿠바 당국이 이 동상을 그대로 두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 좀 해 보기 바란다.
그건 그렇고, 싸르니아가 이 동상을 보고 최초로 떠올린 사람들은 소년들을 성추행한 로만 카톨릭 교회의 사제들이다.
9 위
갑자기 '뛰는 X 위에 나는 X 이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여기서 분명히 밝혀둘 것이 있는데, 사실 저 카메라 아줌마의 사진은 연출한 것이다.
저 카메라 아줌마가 시가 할머니에게 지폐를 건네는 것을 목격했다
싸르니아는 우연히 그 거래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8 위
남똑에서 톤부리로 가는 완행열차는 생각보다 덥거나 불편하지 않다.
7 위
펠리컨 새는 부리가 하도 커서 쪼이기라도 하는 날이면 많이 아플 것 같다.
알카포네의 별장이었던 이 집에서 파는 랍스터 요리가 일품이다.
맛은 잘 모르겠는데 아주 크고 살이 많다.
6 위
쿠바에서 정비소를 하면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 나라는 온 국민이 다 자동차 정비사다.
미국산 차들의 경우 1959 년 식 이전 차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미국의 대 쿠바 금수조치가 1960 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자동차의 현실은 전혀 낭만하고는 거리가 멀다.
5 위
말레이시아로 가는 국제버스 정류장이다.
주말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가는 와국인 노동자가 누군가에게 텍스트를 보내고 있다.
4 위
이 장면 아래 올렸던 싸르니아의 어록
지금까지 보아 온 태국의 불교신자들은
무례하거나 천박하거나 시끄럽지 않아서.
그 점 만으로도 아름다워 보인다......
정말 그렇다.
3 위
누군가가 이순신 장군을 가리켜 전혀 조선사람 답지 않은 조선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전혀 미국답지 않은 미국 도시다.
2 위
국경까지 싸르니아를 마중나온 캄보디아 환영객들
이 환영객들로부터 10 여 분을 시달린 후에야 포이펫 시내를 벗어날 수 있었다.
1 위
9 년 전 쯤, 대한민국 제 7 번 국도를 달리면서 우연히 담은 장면이다.
삼척과 울진 사이 어디 쯤 일 것이다.
우연히도 갈매기와 아저씨와 싸르니아가 함께 같은 방향, 즉 남쪽을 향해 각각 날아가고 걸어가고 굴러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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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맘에 드는 사진들은
10 퍼센트의 노력과 90 퍼센트의 우연,
즉 운에 의해 탄생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