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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글의 요지는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분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의 말 워딩을 왜곡하거나 날조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댓글을 달아 교정할 기회를 드렸으면 뭔가 해명이 있어야 할 것 인데, 해명은 커녕 다시 새창을 열어 감정적인 글을 올리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제 글의 요지는 단순명백합니다. 글의 핵심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문단을 단 한 개만 꼽아 여기 다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진정하시고 찬찬히 다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 신분제 상층부 귀족계급을 구성하는 핵심조직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재벌혼맥이다. 한국인들은 평소에 15 대 재벌과 3 대 언론사, 전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명문들이 혼맥을 통해 한 가족으로 뭉쳐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곤 한다. 그 가족 안에서도 '성골'은 서울대학교와 미국 동부 명문대 출신들이다. 언젠가 이야기했지만 이 두 학맥은 교차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서울대학교와 아이비리그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재벌혼맥이 국가를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인 ’ 학맥, 즉 족보’를 지칭하는 개념임)
재벌혼맥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봉건귀족집단에는 정관계 명문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핵심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 가문이고 이 중 개발독재와 군사독재의 핵심세력을 정신적으로 지도한 태평양전쟁 전범출신 일본 기업가 세지마 류조의 발언을 인용하여 대한민국 지배계급의 일반적 정신세계를 설명한 것 입니다.
둘째,
한국인이라고 하셨는데, 한국은 현재 다문화국가이고, 기록적인 출산율 저조로 곧 나라 밖으로부터 지금까지와는 비교되지 않는 많은 규모의 이민을 모셔와야 하는 나라입니다. 그런 다문화국가의 시민이신 분께서 '쪽발이' 와 같은 인종주의 용어를 공론장에서 여려 차례나 반복해서 사용하시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제국주의의 국가폭력과 일본인 일반을 혼동하면 안 됩니다.
민족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하시는 것으로 보아 대단한 민족주의자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민족주의를 신념체계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브렉시트 직후 이코노미스트에 올라온 어느 칼럼에서 민족주의를 가리켜 질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저는 의사가 아니라 그게 질병인지 까지는 잘 모르겠고, 일종의 감정상태라고 봅니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나라이기 때문에 민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그 여운이 길기도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이제 한국도 그 공동체 구성원의 문화적 인종적 배경이 다양해지고 있는만큼 그 나라에 함께 사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정치적 격동기에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족관념의 허상에서는 조금씩 벗어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인 정체성은 민족 보다는 좀 더 깊고 넓은 곳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중에 5 천 년 배달민족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코리아반도에 민족이라는 낱말이 등장한 것은 1907 년 경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민족이라는 개념자체가 없었습니다. 서구 역시 민족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말씀 하시는 "우리" 라는 개념이 민족, 또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유사한 문화를 몇 대 이상에 결쳐 공유하고 있는 공감집단을 의미하는 말이라면 그런 의미로서의 국가의 탄생은 20 세기 입니다.
근대 국민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이 적어도 그 출발에서 민족국가라면 민족국가인데, 그 탄생년도는 현재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1919 년 4 월 13 일이라는 설과 1948 년 8 월 15 일 이라는 설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919 년 설을 지지합니다. 즉 "우리나라" 의 나이는 (5 천 살이 아니라) 올해로 만 97 세 입니다.
셋째,
이막동 선생에 대한 평가가 좀 더 정밀하고 공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제 의견이 아니라 조선경제사와 세종실록을 정밀연구하고 있는 학자들로부터 나온 견해입니다. 한국인들 몇 퍼센트가 이막동 선생을 성군으로 존경하고 있는지와, 그가 시행했던 정책들에 대한 사실적 판단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님께서도 상놈 이라는 단어를 잘 알고 계실 것 입니다. 상놈은 말 그대로 평민을 비하해서 이르는 말입니다. 노비를 상놈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평민 또는 양민을 상놈이라고 합니다.
양민을 다른 말로 하면 시민이라고도 합니다, 어느 시대 사회나 그 사회의 중심은 시민입니다. 이들이 세금도 내고 국방의 의무도 수행합니다. 이들의 수가 많을 수록, 이들이 부유할수록 그 나라, 그 사회는 건강해 집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조선이라는 나라는 나라를 떠받치고 있는 중심인 시민계급을 상놈으로 비하하는 건강하지 못한 문화가 팽배했을 뿐 아니라, 그 시민을 귀족계급인 사대부의 사유재산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반인륜적인 종천법 을 도입해서 인구 중 그들의 수를 급감하게 하고 반사회정서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노비인구를 급증하게 했으니 그 나라가 온전했겠습니까?
저도 님처럼 당쟁을 단점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역사에 대해 잘 아시는 분 같은데, 아시는대로 조선은 절대왕정이 아니라 왕권과 나라의 실제 지배계급인 사대부간에 권력균형을 통해 유지되던 나라였습니다. 당쟁은 설령 문제였다고 해도 귀족 (사대부)계급 안의 지엽말단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귀족과 노비 만 존재하는 국가, 그래서 무책임과 적대감만 오랜 세월 동안 유전자에 새겨지게 하는 국가, 시민이 적은 국가, 한 나라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시민이 상놈 취급당하는 국가 , 그래서 시민의식이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한 국가, 이런 국가에서 남겨질 수 밖에 없는 책임감 결여와 상호간의 증오심 확산, 그로 인해 바이폴라나 폭주기관차같은 불안정한 성정을 가진 거칠고 무례한 사람들의 숫자가 너무나 많아진 나라,, 이런 게 더 나쁜 유산이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성격이 온화해 사대부계급에 한없이 밀려다니기만 했던 이막동 선생 개인에게 이 모든 짐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 시대 왕위에 있었던 인물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백퍼센트 영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막동 선샏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역사란 존경과 감동의 대상이 아니라 진실규명과 반추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곧 점심시간일텐데 진정하시고 점심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