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의 레이크루이스를 보기 위해 새벽 세 시 삼십 분에 집을 나섰다.
밖은 아직 깜깜한 어둠이었다.
밤 열 한 시까지 훤하고 새벽 네 시면 동이트는 에드먼튼의 여름에 이런 깜깜한 밤이 있다는 게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2 번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하이빔과 안개등을 켜고 121 km/h 에 순항속도를 고정시켰다. (제한속도 110km/h + grace limit 10 %)
출발한지 한 시간 쯤 지나자 북동쪽 하늘에 동이 트기 시작했다. 다섯 시간이 지난 아침 여덟 시 삼십 분 경에 레이크루이스에 도착했다.
1990 년 6 월 어느 날 처음으로 마주친, 그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던 풍경반사가 너무나도 '충격적인 기억'으로 각인됐기 때문일까?
레이크루이스 단 하나를 보기 위해 가끔 이렇게 먼 길을 달려가곤 한다.
오늘도 실패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물색이 탁했고 풍경반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실망감이 들지는 않는다.
다른 록키의 호수들에서는 결코 느낀 적이 없었던, 저 차갑게 가라앉은 풍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나게 강한 기(energy) 가
다른 감정을 느낄 여백을 전혀 남겨놓지 않고 나의 심장을 압도해 버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6 년 동안, 세어보진 않았지만 줄잡아 백 번 이상을 왔는데도 신기하게 올 때마다 마치 처음 본 느낌을 받곤한다.
문득 유키 구라모토가 첫 상면한 레이크루이스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해진다.
깊은 영감을 얻었다는 레이크루이스와의 첫 상면 이후 저 작곡가는 레이크루이스에 몇 번 이나 더 다녀갔을까?
저 사람도 여기 올 때마다 싸르니아처럼 매번 마치 처음 본 것과 같은 새로운 감흥을 느꼈을까?
사실 경치라는 게 보통 소문이나 사진보다는 못한 게 상례인데,,
레이크루이스는 그런 상례를 우습게 뒤집어버리는 보기 드문 장소들 중 하나다.
타지마할이 대칭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면,
레이크루이스 역시 그 매력의 핵심은 조화와 균형이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인공적 균형과 자연의 균형이라는 점이 각각 다를 뿐이다.
누가 싸르니아에게 레이크루이스에서 받은 느낌을 말로 표현해보라고 주문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잔혹할 정도로 차갑고 고요하다.
열 시가 가까워 오자 단체여행객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 온 단체여행객들은 저렇게 모여서 가이드 설명을 듣는데 여념이 없다.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뻔한 내용들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며 세계 10 대 절경 중 하나이며 호수 이름은 루이스 캐롤라인 알버타 공주의 기븐네임을 딴 것이고, 이 호수가 있는 주 이름은 그 여자 서방 이름을 딴 것이며 앞에 있는 산 이름은 빅토리아 할망구 이름을 딴 것이다 등등.
먼 나라에서 어렵게 와서 머무는 시간도 짧을텐데, 그런 강의듣는데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유키 구라모토 처럼 무슨 '영감'이라도 하나 씩 얻어갈 수 있도록, 적어도 레이크루이스에서만큼은 여행자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자유를 주는 배려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