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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대한 조금 다른 이야기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9984 작성일 2017-04-18 17:54 조회수 2398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분들께서 요즘 아침마다 듣는 노래라고 해서 가져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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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고국의 여행자 사이트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격론이 벌어졌길래 주고받는 말들을 읽어보다가 싸르니아가 슬쩍 끼어들어 올린 글이다. 
캐나다에서도 작년부터 racism 과 인종갈등이 부쩍 관심사로 떠오르는지라, 이 문제 속 '한 부분'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쉽고 간단하게 정리해 올려 보았다. 일부 문장을 약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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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인종차별을 주제로 벌어진 격론을 읽었는데,
난 무식해서 그런지 자세한 건 잘 모르겠고,

모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27 년 간 살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팍' 한방에 오는 결론적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한국에 살면서 한국말 못하면 차별당할 수 밖에 없고
미국에 살면서 미국말 못하면 차별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말을 모르면 차별이 아닌 것도 도매금으로 차별로 느껴질 수 있겠다.

언어가 통해야 상대가 온전한 인격체로 보인다,
언어와 교감은 거의 정비례할 수 밖에 없다. 
말과 문화가 서로 통하면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오해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난 외모나 조건만으로 판단하는 편견이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이미 지인이 된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는 인종갈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나름대로 깨달은 작은 진리다. 

미국에 살면서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완전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 2 세, 3 세와 
그렇지 않은 1 세가 느끼는 차별은 그 정도와 종류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소통정도의 차이에서 찾으면 될 것 같다.

그냥 재미삼아 (표본조사한 거 아니니까) 인종차별을 가장 심하게 느끼고 불평을 많이 하는 집단을 순서대로 매겨보자면

우선 미국에 여행 온 여행자들이 첫째 인 것 같고 (아마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입국심사과정에서부터 순탄치 않은 경험을 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둘째 영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면서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직장과 사회생활도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만 맴돌아 다른 인종이나 집단을 접촉할 기회가 적어 인종갈등을 경험할 기회가 가장 적은 이민자들이 또 인종차별 경험담은 무궁무진하다.

반면 희한하게도 인종갈등을 경험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
즉 주류사회에 직장을 두고 있거나 주류사회와 거래를 하는 이민자 집단일수록 인종갈등에 대한 체감도가 점점 낮아진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민 2 ~ 3 세 로 넘어가 혀가 완전히 돌아간 세대가 되면 인종차별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인종차별을 이야기할 때 그 주제는 자기 개인이 어디서 당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이 주제에 대한 정치사회적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을 때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이라는 특수한 다문화 공동체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들은 '인간이 누구나 종족본능을 지니고 있으며 팔이 안으로 굽는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작년 미국 대선국면에서 갑자기 유명해 진 용어인 political correctness 비슷한 시민의식과 소양으로 다문화 공동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미덕은 '입으로만 나불대는' 인문소양 따위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에 밴 교양과 예절, 시민의식, 선을 넘지 않는 자제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위선과 가식'이 무교양과 몰상식보다는 훨씬 가치있고 우월한 태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적어도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민자든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다문화 공동체가 물리적 내전상태에 빠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서로 문화전쟁을 벌이며 치고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 까지는 인정한다.

다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위험한 행동이 나타난다면 합심해서 제재를 가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싸르니아 개인적인 느낌과 판단으로는 미국은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 편이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이상 백인이고 흑인이고 황인종이고 히스패닉이고 무슬림이고 아무도 안전하지 않게 된다.
스티브 배넌 같은 사람은 그 범위 언저리에서 얼쩡거리며 까불었기 때문에 결국 쫓겨날 위기에 몰린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아, 나는 그 나라 말을 잘 못하니까 인종차별을 당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걱정을 접어두시기 바란다.
언어보다 백배는 더 중요한 인종차별 방지제가 있다. 
친절한 표정이다.
당신이 가진 능력이 논리적인 달변 뿐이라면 인종주의자를 굴복시키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당신이 친절하고 공정한 사람이라면 인종주의자를 당신의 친구, 나아가 지지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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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여기서부터는 존대말로)

위에 주절거린 이야기하곤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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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지난 일요일 명동에서 촬영한 것인데, 

1. 기독교인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남녀가 확성기를 틀어놓고 찬송가를 부르고 있고, 
2. 지나가던 무슬림 여행자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으며,
3. 그 앞에서는 바바리코트 아저씨가 히브리어로 보이는 팻말을 들고 장승처럼 서 있습니다. 

관광경찰부스는 근무자들과 여행자들이 거의 외국어로 대화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관공서인데, 그 바로 옆에서 저렇게 확성기까지 틀어놓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저 분들의 행동을 왜 대한민국 공권력은 제지하지 않는것인지 몹시 의아해하며 지나가던 중,, 

저 바바리코트 아저씨를 발견했습니다. 

귀청이 떨어져나갈 것 같아 빨리 저 저역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저 팻말에 쓰인 히브리어가 무슨 말인지 하도 궁금해서 저 아저씨한테 한국말과 영어로 번갈아가며 물어봐도 잔잔한 미소만 보이실 뿐 전혀 입을 여시지 않았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저 글이 오른쪽부터 읽어서 차례로 나자렛 예수 유대인 왕 이라는 것을 저에게 알려 주셨는데, 
왜 저런 말을 무슬림들이 많이 오는 저 지역에서 아랍어도 아니고 한국어나 영어도 아닌 히브리어로 써서 들고 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입니다. (왜 내가 묻는 말에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인지는 더 미스테리이고요)

암튼 긴급신고 같은 것이 들어 올 수도 있는 관광경찰부스 바로 옆에서 저렇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좀 이상해 보였습니다. 

바람도 불고, 길쭉한 쫀득이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있는 바람에 저 날은 그냥 지나쳤지만 
다음에 또 저런 행동을 발견하면 관할 중부경찰서에 신고를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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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by  |  2017-04-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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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하고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인데... 10 몇년 째 다니고 있는 직장이 14명 중에 유색인종은 나 하나에요. 남자도 달랑 나 하나였는데 2년 전에 남자 2명이 늘어 현재 성비가 3:11. 인종차별 성차별 당했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모르지요 속으로 차별 하는지는.

차별은 모르겠지만 소외감, 고립감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영어 못한다고 쫓겨 나는 거 아닐까. 10 몇년 다녔는데 새삼스레 영어 때문에 쫓아낼 것 같지는 않고, 하여튼 영어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그만큼 심했다는 거지요. 이민 1세로서 영어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나 혼자는 아니겠지만. 말미에 여행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clipboard  |  2017-04-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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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인종 (colored) 이라는 용어는 사용안하고, 보통 비백인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아예 피부색을 표현에서 삭제하고 넌non- 코캐시언 또는 넌non- 유러피안 백그라운드 라는 출신지역적 배경을 가리키는 말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소수인종이라는 말도 북미 대도시나 일부 주에서는 백인이 소수인종이 되므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구요.

지난 주 발생한 유나이티드 항공 범핑 사태를 두고 말들이 많았는데, 그 논란 중에 제가 이런 말로 정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대로 다시 말해 보면,,,

돼나괘나 인종문제와 결부시키면 진짜 인종갈등이 어디서 왜 일어나는지 정확한 사례를 수집하기가 참 어려워 진다는 것,
유나이티드항공 사태가 일어나고나서 그 회사 CEO 가 시스템 문제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지금 저렇게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데 참 무능한 경영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그가 하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기도 하여 쓴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는 것 등등..

피해자 데이빗 다오 박사의 변호사팀이 이 사건을 인종문제로 파악하지 않은 것은 정확한 사실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어수룩하게 보이는 아시아인이라 랜덤하차명단에 포함시켰다는 자극적 보도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대체로 미국에 살아 본 적이 없거나 그 나라에서 조직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떤 시스템으로 제도와 조직이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들 일 겁니다.

항공사가 어떤 기준으로 승객 등급을 분류하는지 항공사 나름의 규정을 알고 모르고 문제와는 별도로 말이지요.

사건의 본질은 미국 항공사 특유의, 항공보안의 엄격성에 편승한 갑질인데, 재수없이 폭력과 인종문제가 결합되어 어쨌든 이 항공사는 사상최악의 보복을 당하게 되었고, 당연히 파국적인 징벌을 받아야 하겠지요. .

SNS 와 언론의 기능은 사건을 묻히게 하지 않고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것 까지이고, 그 사건의 본질과 사실관계를 사건전개의 프로세스 안에서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역시 각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이 항공사 사태를 보면서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잘못된 정보와 선입견을 걷어내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를 사실에 가깝게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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