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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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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규원이 눈을 떴다. 낯선 곳… 주위를 둘러 보니.. 그래…. 바로 그 옥탑방이다. 그래도 규원은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얼마 만에 갖은 평온함인가? 적어도 이 곳은 당분간 그 지긋지긋한 양부의 괴롭힘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곳이다. 그래… 힘 내자… 이규원…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니? 스스로 다짐하면서 머리를 뒤로 묶고 있는데 부엌에서 식기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싸가지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술 잔을 부딪히며 찬찬찬~~ 그러나 마음 줄 수 없다는 그 말…”
황급히 겉옷을 두르고 규원이 부엌으로 나가자 싸가지가 가스 렌지에 착 달라 붙어서 국을 끓이고 있고 이미 푸짐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일어 났는가?”
“어쩐 일이세요?”
“나오지 말어… 들어가.. 날씨 추워…”
“어머.. 이게 다 뭐에요?”
“캬.. 이게 말이여… 임신 했다 하면 죄다 미역국 끓여대는디… 모르는 말씀… 요게 바지락 콩나물 시금치 국인디… 요거이 임신 중독증도 예방하고… 입덧에도 좋고… 요 무 황태찜은 임신 중 혈당이 올라가는 걸 막아 주고 말여.. 또~~”
“진짜 빅 마우스~ 사람 또 힘들게 하시네…”
싸가지의 풍성한 연설문이 갑자기 들이닥친 연준에 의해 댕강 잘려 나갔다.
“어… 비린내 너 잘 왔다… 사고는 니가 치고 인마…
“영수증 전부 받아 왔지?”
“뭔 영수증?”
“이것들 다… Furniture, Grocery… “
알아 듣진 못 해도 지가 사 온 것들 영수증 이야기 하는 것 쯤은 후딱 알아차리는 싸가지다.
“영수증은 인마… 시골 촌 구석에 영수증이 워딧디야 아 글고… 비린내 너…. 혹시… 내가 콩꼬물이라도 긁었단 야그여?”
이제 보니 이 중늙은이 좀 귀여운 곳이 있다…. 그래서 연준이 피식 웃었다.
“아니… 난 Receipt 받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서…”
“안 한다… 안 해… 원래 나 이런 거 하는 사람 아녀… 사람을 뭘로 보고… 내가 다시 너 도와 주면 내가 인마 니 아들이다 니 성이 뭐냐?”
근데… 잠시 후 정신을 차려 보니 또 다시… 싸가지의 손에 망치가 들려 있고 연준은 버럭버럭 소리지르고 있다.
“오른 쪽... 쫌 더….”
“나 인마 이런 거 하는 사람 아냐 인마…”
“쫌만 더…”
“으…응… 여기? 여기?”
“그래… 거기가 좋겠다. 벽시계는 거기 거는 게 낫겠어…”
궁시렁 대면서도 꾸역 꾸역 망치질은 또 한다 이 인간…
“아이.. 나 참.. 나 이런 거 하는 사람 아닌디…”
그 모습을 지켜 보는 연준과 규원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규원은 자신이 참 따듯한 사람들은 만났구나 싶었다. 그래… 좋은 사람들도 옆에 있고 이제 살 이유도 생겼다. 양부랑 실랑이가 붙어 싸우다 경찰서 간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다름 아닌 규원이 찾던 동생들… 채원이와 지원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동생들을 양부가 외국으로 보내 버렸다는 소식에 자살까지 시도 하려 했던 규원이었다. 자신이 돌보지 못 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외국으로 보낸 게 아니라 했다. 찾을 수 있다.. 아니… 찾는다…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자 규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벽에 못을 박고 내려 오는 싸가지에게 다가가 규원이 조그맣게 속삭였다
“저기요…”
“응.. 그려 그려… 야그 햐… 뭐 필요 한 거 있어?”
“부탁이 있어서요~~”
“야그 하랑게… 내 저 비린내 저 놈 말은 안 들어도 샥시 말은 다 들어 줄텡게… 말 햐… “
“저… 일 자리 좀 알아 봐 주실 수 있을까요? 이 동네 잘 아시잖아요?”
“뭣 땀시 고생을 할라고 그려… 홀 몸도 아니문서.. 그냥 비린내가 다 책임..아니.. 아.. 알아서 해 줄텐디…”
“계속 신세 질 순 없잖아요?”
“하기사… 내 마당발은 하도 넓어서 맞는 신발이 없을 정도지마는… 근디… 뭐 할 줄 아는 거 있어?”
“재단, 재봉사 일을 했었어요… 경력도 좀 있고…”
“어이구… 좋은 기술 가졌구마… 그거 같음 우리 동네 백마 재봉사라고… 거기 수봉이라고 잘 알지.. 맨날 쑥 탕 물 속에서 방구 뀌는 눔 있어…”
“감사 합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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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21-0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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