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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국밥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16165 작성일 2022-06-12 18:02 조회수 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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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국밥집을 나에게 소개해 준 사람은 에드먼튼 공항에서 만난 백인 집시여인이었다. 한국으로 배낭여행을 간다는 그 집시여인 비슷한 여자애 일행들과는 인천공항에서 작별했다. 그 날 내가 한국에 입국하지 않고 베트남으로 가는 아시아나항공으로 환승했기 때문이었다.   

 

송해국밥집은 옛날 허리우드 극장 건물 아래 낙원동 악기상가 골목에 있었다. 북촌은 물론이고 교동 남쪽 낙원상가 일대까지 훤하게 꿰고 있는데, 이 식당은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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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2 천 원. 예상외로 손님이 많은 편이었다. 할아버지들 동네인 줄 알았는데, 손님들의 연령대는 다양한 것 같았다.

 

두부가 두 조각 들어가 있었고 시래기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고기는 없었지만 육수맛이 나고 매콤한 국물은 제법 시원했다. 가격만 저렴한 엉터리 국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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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 어느 지인과 함께 순두부백반을 드셨다고 하는데, 종로 3 가 일대에서 순두부백반이라면 이 집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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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송해선생 하면 전국노래자랑을 떠 올린다.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시청한 적이 없는 전국노래자랑보다는, 80 년대 후반 라디오 교통방송 가로수를 누비며가 더 기억에 남는다.

 

1927 년 생이니 선생의 나이 올해 95 세다.

 

전쟁을 겪고, 나고 자란 곳을 혈혈단신 떠나야 했으며, 자식을 먼저 보내기도 하는 등, 견디기 어려운 극단의 일들을 겪었지만, 현대사의 파도를 타고넘어 온 그 파란만장한 인생사에도 불구하고 나의 인생은 딩동댕이라며 웃음짓는 그 스스로의 말이 진심이라고 느껴진다.

 

그의 내면의 핵에 자리잡고 있는 영혼의 격에서 그 진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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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nding and harmonizing a strong collective of individuals”

“Focus on the good of all living entities as integrated sys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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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생전에 잘 알았던 사람은 아닐지라도, 이런 분이 작고하고나면 커다란 빈자리가 저절로 느껴진다.

 

오래 살아 드디어 참나라도 발견했다는 듯이 백 년을 살아보니 60 전에는 모든 것이 미숙하다느니 뭐니하며 하나마나한 소리를 300 페이지나 늘어놓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송해선생같은 분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 그의 생전 단골식당에서  2 천 원 짜리 해장국을 먹으며 그의 삶의 궤적을 조용히 복기해 보는 것이 훨씬 유익한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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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by  |  2022-06-1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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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생각도 나고, 해장국 생각도 나고... 쩝
clipboard  |  2022-06-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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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 숙소는 홍대가 아닌 을지로라 걸어서 송해길도 둘러보고 저 식당도 다시 가 봐야겠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저 식당 기사에 나오더군요. 물가가 올라 가격을 500 원 올렸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