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인은 온전한 대지(大地).
네가 육체의 껍질을 깨고 나와
영혼의 시린 나신(裸身)을 햇빛에 쪼이는 시간,
그 정직한 적막 속에서
나는 가장 단순한 언어로 너를 불렀다.
너의 투명한 눈동자는
파아란 호수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나는 너의 그런 천진한 질문에
정말 질린다는 표정으로
부끄러운 슬픔을 봉합(封合)한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너의 위대한 탈바꿈 앞에서
남루한 나의 영혼은 더욱 초라해지고,
그래서 나는 운명처럼 너를 사랑하나 보다.
마치 깊은 숲 속에서
홀로 황홀해 하는 한마리 노루가
푸른 하늘빛에 취해
거역할 수 없는 걸음걸이로
잊혀진 낙원 속에 고요히 파묻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