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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여성들이여 잠잠하라?
작성자 michael     게시물번호 -1333 작성일 2005-05-08 23:05 조회수 2439

초등학교(그전에는 국민학교라 했는데)여자동창 중에 신학대학 입학 한 동창이 있었다. 그녀는 신학대학 졸업 후 전도사 생활 잠시 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목적은 목사 안수 받기위해서.

 

"내가 똑같은 돈,노력,시간 투자해서 대학 졸업 했는데 왜 남자들 따까리나 해야 되냐? 미국 가서 공부해 목사 되서 돌아올거야."

그녀는 결국 목사가 되어서 돌아왔다.

 

김창한 님 글 읽어보니 문득 여자동창 생각이 나네요.



☞ 김창한 님께서 남기신 글


여성들이여 잠잠하라?

김창한

1. 성서 안의 남성 이데올로기
오늘 (5월 8일)은 Mother’s Day 기념 예배를 드렸다. 우리 한인들은 한 달에 한번 한국어 예배를 드리고 나머지 주일은 Living Spirit United Church에 참여한다. 적절한 표현이 없으니, 이 교회를 백인교회라고 하자. 오늘 성서 본문은 디모데 전서 2장 8-15절이었다. 대표로 성서봉독을 맡게 된 노인이 웃으면서 오늘 본문은 나의 개인적 철학과 맞지 않지만, 읽으라고 하니 읽겠다고 농담을 하면서 읽었다. 그럼, 어려운 개역성경 대신 다음의 공동번역을 인용하겠다.

어느 예배소에서나 남자들이 성을 내거나 다투거나 하는 일이 없이 깨끗한 손을 쳐들어 기도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자들은 정숙하고 단정한 옷차림을 해야 합니다. 머리를 지나치게 꾸미거나 금이나 진주로 치장을 하거나 비싼 옷을 입지 말고 오직 착한 행실로써 단장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을 공경한다는 여자에게 어울립니다. 여자는 조용히 복종하는 가운데 배워야 합니다. 나는 여자가 남을 가르치거나 남자를 지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여자는 침묵을 지켜야 합니다. 먼저 아담이 창조되었고 하와는 그 다음에 창조된 것입니다. 아담이 속은 것이 아니라 하와가 속아서 죄에 빠진 것입니다. 그러나 여자가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믿음과 사랑과 순결로써 단정한 생활을 계속하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위의 성서 본분들은 교회에서 남성의 가부장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많이 이용되었다. 이런 가부장적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해서 새로운 신학적 재건을 시도하는 것이 여성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 혹시 여성신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여성신학 책을 제법 갖고 있으니 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아내의 관심사인데, 저도 열심히 사 모으고 있습니다.
novareligio@hanmail.net

1-A. 막간에 잠시 쉬면서
2세기까지만 해도 기독교는 통일된 경전이 없었다. 성서가 통일된 편집이 된 것은 콘스탄틴 대제가 기독교로 개종하고 니케아라는 휴양지에서 종교회의를 소집하면서였다. 그의 기독교 개종은 당시 콘스탄틴이 신앙심이 깊어서도 아니고, 로마 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기독교를 선택했던 것이다 (one bishop, one church, one empire 정책). 그는 제국의 황제가 하나이듯이, 주교도 하나, 성서도 하나로 통일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성서 형성사의 근간은 신학적 성찰보다는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니까 성서는 투표 (vote)로 결정된 것이었다. 이 결과, 당시 채택된 신약성서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문헌이 제외되기도 하였고, 이단서라고 비판을 받던 요한계시록이 성서 목록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경전이 표준화되는 것이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종교 조직을 분열없이 제대로 유지하려면 표준화된 문헌이 필요한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읽고 있는 신약성서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서를 시대적 맥락과 상관없이 읽으면 부적이나 신주단주처럼 되고 만다. 여기서 말하는 부적이나 신주단지는 해석을 거부하는 해석 이전의 단계를 의미한다.

2. 옛 사회 그리고 여전히 변화되지 않는 옛 전통
오늘 설교를 한 Gordon Churchill 목사는 50년 전 만해도 결혼을 할 때 목사가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를 보면서 물었다고 한다. “누가 이 여자를 이 남자와 결혼하도록 허락하시는 겁니까? (Who gives this woman to be married to this man?” 그러면 아버지는 “제가 합니다” (I do)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게 중에 그래도 계몽이 좀 된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와 제가” (Her mother and I)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이 거의 1500년이나 내려와서 1960년까지 지켜졌는데, 이제 처칠 목사는 이런 질문을 자신이 하지도 않거니와 결혼 당사자들도 그런 질문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
20세기 중반까지 여성의 역할은 거의 남성에 종속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성의 지위의 격상은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여성의 역할이 증대되었고,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앞으로 올 1960년대 이후 여성의 지위 변화의 전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는 혁신적이라고 과언이 아닌데 여전히 교회는 변화가 별로 없다. 주일날 교회에서 식사준비와 교회 일에 온갖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이 여성들이고 교회 성장의 중추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여성들인데 교회에서 여성장로는 거의 없다. 여성의 성직이나 장로 임명을 거부하는 교단까지 있다. 심지어 여성들조차 이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구조는 성서에 대한 문자적 해석과 가부장적 인식틀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성직의 자격이 없는 목사와 장로들(?)이 교회 권력을 휘두르고 여성들은 기껏해야 전도사 그리고 집사나 권사로 만족해야 한다. 특히 여자 성직의 경우는 너무나 심각하다. 한국의 경우, 여자 전도사의 경우는 심방전도사가 거의 전부다. 저임금과 고난도 노동에 시달리는 심방전도사가 필요가 없으면 언제 해고될 지 모른다. 소위 거룩한 가부장적 말씀 아래 한국에는 여자 전도사들이 힘든 노동과 저임금으로 살아 가고 있다.


3. 한국의 경제 위기와 이민사회 그리고 사회 규범의 변화

한국에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대중적 인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바로 1990년대 말에 불어 닥친 경제위기였다. 수많은 남자 직장인들이 해고와 명예 퇴직을 당하고 집에 들어 앉아 있어야 했고, 실직의 아픔을 잊기 위해 북한 산으로 하릴없이 등산을 한 시대가 바로 IMF 위기였다. 중소기업들은 도산에 도산을 거듭했다. 직장 생활을 한 남성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을 때, 아내들이 손발을 걷고 산업 전선에 나섰다. 이러한 경제 위기를 피부로 느껴보지 않은 한국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까 경제적 위기와 이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한국 사람들이 눈물을 지어야 했다. 서울의 북한산과 도봉산의 등산길에는 갈곳없는 실직자들의 한숨으로 가득찬 때였다. 이러한 경제위기와 가족의 위기 속에서 아내와 어머니들이 가족을 돌보며 챙기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적 위기와 가족사의 아픔의 과정은 바로 가족 구조의 변화 또는 가부장적 인식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교민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힘든 낯선 땅에서 부부가 함께 힘써서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가부장적인 인식에서 많이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표현에는 이민지의 힘들고 뼈아픈 고통이 들어 있음을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런 아픈 과정이 바로 부부가 서로 위아래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주보는 관계로 발전되는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세상에 영원한 사회 규범 (social norm)이란 없다. 설령, 명분화된 사회 규범이 변화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규범에 대한 해석은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삶의 형태의 변화가 탈가부장적 인식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런 구조뿐 아니라 당연시되는 가부장적 인식을 의식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4. 캘거리의 천주교 주교 Fred Henry의 정직성?
캘거리의 천주교 주교 프레드 헨리 주교는 동성 결혼문제에 가장 강력한 비판자이다. 그는 동성애를 포르노나 매춘과 동일시해서 hate crime의 수위에까지 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것은 한 주교의 의견이니 일리가 있는 의견으로 존중하고 받아 들일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종교 조직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현재 천주교 사제들의 동성애는 일반사회의 평균을 이미 넘어섰고, 사제들의 유아도착증 (pedophilia)은 천주교 구조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일년 가까이 동성애 문제를 놓고 씨름한 헨리 주교인데, 내가 캘거리 해롤드를 눈씻고 봐도 그가 사제들의 동성애 문제는 단 한번도 언급이 없었다. 동성애가 그렇게 죄고 악이라면, 왜 종교의 핵심 지도세력이라고 하는 사제들의 동성애 문제나 유아도착증 개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할까? 이것은 비판이 아니라 질문이다.

천주교에 대한 개신교도의 편견을 가졌을 사람으로서, 그래도 나름대로의 의견을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즉 극심한 사제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는 북미 천주교가 자신들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여성의 사제 서품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제들의 결혼 허용까지는 주장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여성의 사제 서품을 인정하므로써, 사제 부족을 메울 수 있고, 자질이 부족한 사제를 확실히 징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앞에도 지적했듯이, 여성 성직의 문제는 천주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전히 보수 개신교단 중에 여성의 성직을 인정하지 않은 데가 많다. 여전히 여자는 남자의 하위 개념이라는 것을 교회 구조를 통해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면서, 앞으로 장로제가 있는 교단은 여자의 장로임명이 불가피할 것이며, 대부분의 교단들은 여자들의 성직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도 종교 내에서 영적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남성이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잃는 것이 결코 아니며, 함께 손에 손잡고 동지의 길을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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