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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한 사람의 짓입니다.
작성자 재고     게시물번호 -1460 작성일 2005-06-04 00:25 조회수 1541

여러 사람이 반대글 올리는게 아니라 한 사람입니다.

 

반면 많은 사람들이 지지의 글을 올리는 군요.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황호석 님께서 남기신 글


1.소감
여기에 도서관설립제안을 한 지 3일이 지났습니다. 캘거리에 살아오는 4년 동안 미래책방과 CNVIRO외에 어떤 단체든 가입하여 활동한 적도 없고 직함을 얻어 내세운 적도 없는데, 미리 염려하여 주시는 여러분들의 성원이 고맙습니다.
 
2.불법
미래책방을 운영하면서 몇 가지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첫째로, 컴퓨터 수리를 하면서 라이센스가 없는 카피를 사용하였습니다. 고객이 요구하더라도 정품 프로그램만을 사용해야 하는데,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교민고객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여러차례 불법 소프트웨어를 인스톨하였습니다.
 
둘째로, 비즈니스로 이루어지는 상품판매와 서비스제공 모두에 대하여 GST를 고객에게 부과하여 이를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데, 이 역시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편승하여 여러 차례 어겼습니다.
 
셋째로, 유학생을 고용하였습니다. 법률적으로 유학생을 고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어려운 처지의 유학생이 학비를 벌어야 한다며 일자리를 구해서 상당기간 고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을 이용하여 최저임금 이하의 보수를 주거나 떼어먹은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넷째로, 한국의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손님들의 요구에 따라 피디박스라는 곳을 통하여 한국영화를 다운로드 받아서 CD에 구워 장 당 1불씩을 받고 손님들에게 대여한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 중에는 대장금이라는 것을 그렇게 한 적이 있습니다. 다운로드 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이를 다시 인코딩하여 VCD로 구워내는 시간과 인건비를 감안하면 손해보는 장사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써어비스라고 생각하고 했습니다. 보통 TV 쇼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한국식품점들에서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고 알고 영화를 주로 다운로드 받았습니다만, 이마저도 캘거리 이마트 김사장님으로부터 안했으면 좋겠다는 권고를 듣고 즉시 중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저질렀던 불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위에 언급한 저의 자백을 근거로 고발하신다면 거기에 합당한 처벌도 받겠습니다.
 
3.사업
처음 미래책방을 시작하면서 회원 100명만 확보할 수 있다면 충분히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갈증을 느껴온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서 어느새 186명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책방만 하는 게 아니고 인터넷 카페도 겸하면서 컴퓨터 수리까지 함께 하다보니 우리가족 생활비를 감당하고서도 한 달에 1,000불 정도씩은 저축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나이 40도 되지 않았는데, 그대로 만족하고 안주하기에는 아직 버리지 못하는 꿈이 있었고, 그래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모색했습니다. 두어 가지 원칙을 정했는데,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로서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줄 만한 전망을 갖춘 아이템일 것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보람있는 일일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는 아이디어로서 스티로폼 리싸이클링을 발견하고 준비작업을 거쳐서 작년 11월에 회사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4.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합니다. 가진 것 없이 캐나다에 와서 처음 시작한 비즈니스이고 우리 가족 생활비를 벌어준 가게인데, 왜 애정이 없겠습니까? 능력에 버거운 CNVIRO를 시작하여 이제 더 이상 책방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형편에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가다보니 새로운 책들이 확충되지 못하고, 주인이 가게를 지키지 못하니 자연 손님이 줄게 되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밖에 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떠맡아서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랐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에 알고 지내는 리얼터 한 분을 통하여 한인회에 기증의사를 밝혔습니다.
 
한인회의 답변은 한인회관 지하로 책들을 옮겨서 보관하고 원하는 교민들에게 대여하겠다는 것이었고, 도서관처럼 계속적으로 책을 들여 오고 발전시켜 나가기는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주거지역(R-2)에 위치한 하우스라서 상시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접근하여 자유롭게 이용하기에는 City Bylaw상의 규제와 협소한 지하공간의 불편도 장애요소가 되었습니다.
 
5.왼손이 알 게 된 사정
그래서 궁여지책 끝에 새로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면 뜻을 함께하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키워나갈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단체를 설립하기 위해서 5인의 발기인이 필요했고 비용을 납부하고 서류를 작성, 제출하고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그 일을 했습니다. 또한 누군가 나서서 단체의 취지를 설명하고 사람들을 모아야 했는데, 모두들 꺼려해서 제가 나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경우이든 가명을 사용해야 할텐데 제 실명을 내어놓아서 여러 분들의 심사를 불편하게 하는 치명적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 사죄드립니다.
 
6.포기
앞으로 회원을 더 모으고 그래서 창립총회를 하고 거기에서 대표자와 임원을 선출하고 그 임원들이 단체를 이끌어 나가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요 며칠 사이의 과정을 지켜본 발기인들이 저에게 "거 봐라" 하면서 포기하자고 합니다. 저도 솔직히 그러고 싶습니다.
 
아직 창립총회도 거치지 않았고 그래서 아직 대표자도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제가 기증한 미래책방의 모든 자산은 아직 법률적으로는 저에게 머물러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포기하면 없었던 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이미 제가 비용을 납부하고 설립등록을 한 비영리단체는 자산이 전혀 없는 유령단체로 남게 될 것입니다.
 
요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모두 기록하여 후일에 제 자식들에 대한 변명의 근거로 삼으려고 합니다. 아빠와 엄마가 예전에 이러한 보람있는 일을 시도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원하지 않아서 포기했노라고. 제 나름대로는 이제 홀가분함을 느낍니다.  
 
7.변명
(1)나름대로는 욕 먹을 꺼리를 만들지 않으려다보니 대여료 없이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나는 단지 회원이고 자원봉사자에 불과하니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고 좋은 의견을 모아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그리고 그에 따르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오히려 이것이 내 개인적 공명심을 높이기 위한 빌미로 공격받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2)지금의 제 심정은 누군가 적절한 분이 나타나서 기존의 미래책방을 인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의치 않으면 책방과 인터넷 카페를 분리하여 캐나다 시장에 매물로 내어 놓을까도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본연으로 돌아가서 CNVIRO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3)어느 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새로이 이민 오신 몇 분이 저희 가게에서 일하신 적이 있고 저 스스로는 합법적으로 대했다고 생각합니다. 많지는 않아도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준 적은 없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에 따라서 4시간 이상 근무할 때에 일정시간의 deduction을 공제하기는 하였습니다. 아마도 이에 익숙지 않으신 분이 오해를 하셨거나 과장을 하셨나 봅니다. 세상에 화장실 가는 시간도 빼다니, 한 명이 근무하면 충분한 가게에서 어차피 인건비 들여가며 고용한 사람을, 제가 할 일 없이 화장실 가는 시간 체크하려고 지켜보고 있겠습니까?  하지만 여전히 미안한 점은 있습니다. 한국에서 나름대로 컴퓨터 전문가로 일하셨던 분들이 저임금을 받고 일하니 만족스럽기야 하겠습니까. 하지만 영업상태에 비추어서 저 나름의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그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십니다.
 
(4)최근에 제가 CNVIRO를 들먹여서 공개적으로 투자유치를 하거나 또는 홍보를 하거나 한 적이 전혀 없는데, 미리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여러분 계셨습니다. 정부에서 자금지원을 받았을 때에도 떼어먹고 도망가지 않고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하여 고생해 오고 있습니다. 제가 날고 기는 재주로 사기를 치려고 해도 넘어갈 만큼 우매한 교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저 스스로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미리 넘겨 짚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제가 CNVIRO를 운영하는데 정 교민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싶어서 광고를 내면 그때가서 열심히 방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8.불공정 게임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글을 있는 그대로 읽지 않고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너의 마음 속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이 익명의 그늘에 숨어서 공격해 대는 사람들에 대항하여 실명을 내어놓고 싸운다는 것은 장렬한 전사나 항복 이외에 다른 결과를 예상하기가 힘듭니다. 패배를 자인합니다. 그래서 조용히 이 바닥을 떠나려고 합니다. 이제 저를 잊어주신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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