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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유
작성자 ahspoet     게시물번호 -15 작성일 2003-08-07 00:45 조회수 3506

  어떤 비유

 

 

 

중국 당나라 때, 한유(韓愈 ; 字는 退之)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후대에 당송 8대가 중의 一人으로 일컬어질 만큼 뛰어난
석학이었고 문학가이자 사상가였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당대의 高僧 태전선사(太顚禪師)를 찾아
뵙고 다음과 같이 물어 보았다.

" 관음경(觀音經)을 보면,배를 타고 가다 돌연 폭풍이 불고
  파도가 일어 배가 곧 뒤집힐 위급한 때에 그 아우성치는 사람들
  중에 어느 한 사람이라도 '나무관세음보살'하고 염불을 하면
  성난 파도가 잠잠해져 이윽고 그 위급지난을 면했다 하는데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

태전선사가 대답하길,

" 어떤 개 같은 년이 개 같은 짓을 해서 개 같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여자가 당신의 어머니요? "

 

당대에 문학가이자 실력자였던 한유는 그말에 아연실색,심한 모욕감
을 느끼고 그야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허리에
차고있던 칼을 뽑아 당장 선사를 내려치려다가 가까스로 분을 삭이고
그자리를 물러나왔다. 생각할 수록 선사의 언행이 고이하고 괘씸한지라
화가 치미는 마음을 주체 못하여 전전긍긍하고 있는데,마침 선사의
제자가 다가왔다. 한유는 분풀이라도 하듯 제자에게 화를 내며,
좀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였다.


그말을 듣고 제자 말하길,

" 큰 스님께서 어떻게 그 이상 더 잘 법문하실 수 있겠습니까?
  가장 뛰어난 법문을 말씀하신 것이외다."

이 말을 들은 한유는 내심 제자 녀석이 더 한술 뜬다 싶어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으나, 가까스로 화를 삭이고 그뜻을 재차
물었다.

제자가 이어 말하길,

" 佛家의 경전에는 마음을 닦는 비유가 많지요. 관음경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를 둘러싼 주위를 파괴하는 내 마음의 진면목을 살피고
  헤아려서 참된 마음을 찾아야 하는데, 이때 나무관세음보살을 念
  함으로써 그 성난 마음을 닦으라는 것이 그 비유의 요지입니다.
  마음 속에 성난 마음이 일어나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마음의
  상처를 주고 그로 인하여 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마치 바다에 성난
  폭풍이 일고 파도가 일어 여러 사람이 탄 배가 破船할 위기에
  놓이는 것과 같습니다. 성난 마음을 염불로 가라앉히면,폭풍우가
  멈추고 파도가 잔잔해지듯이 마음이 안정되고 또한 그 주위가
  안정되는 이치 이지요. 선사께서는 크나큰 자비심으로 그같은 말씀에
  자신이 비록 커다란 원망을 사게될 것을 아시면서도, 公으로 하여금
  관음경에 실린 비유의 말씀을 직접 체험해서 깨닫게 끔 해주신
  것이지요. "

 

이 말을 들은 한유는 자신의 성낸 마음을 크게 부끄러워하며, 禪師의
법문에 한량없는 감사의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한다.

 

이와같은 비유의 例를 대하니, 문득 며칠 전에 실로 아무것도 아닌
일로 크게 화를 내어 주위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던 일이 생각 나,
새삼 옹졸한 나의 마음 씀씀이와 이 나이 되도록 성난 마음 하나
제대로 못다스리는 나 자신의 부끄러움을 금할 길 없다.


화를 내었던 나 자신은 물론이고,나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사람의 심경 모두 꼭 난파한 배의 꼴이 아니었던가?

참으로 진심(瞋心: 화내고 성내는 마음)이란 마음의 불(火)같아서
모든 공덕을 태워버린다(瞋是心中火 能燒功德林)는 옛말의 가르침이
새삼 삶의 커다란 교훈으로 다가선다.

 

아마도 念佛精進하는 수행의 이치 또한 다 그같은 所以에서 이리라.
그렇게 보면, 이 세상에 법문 아닌 것이 없다.
나를 둘러싼 주위의 모든 것이 한 마음 다잡아 되새겨 보면 모두가
참마음의 깨달음을 위한 살아있는 법문들 인 것이다.
탐심(貪心:욕망하는 마음)이나 치심(痴心:어리석은 마음) 또한
마찬가지여서 이 모두 평소에 우리 자신이 깨닫기는 힘들지만,
나 자신이 가장 못난 줄 알고 언제나 남에게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임 한다면, 보다 명정한 마음으로 이 어려운 삶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바라건데, 여건이 허락한다면

고국의 조용한 山寺라도 찾아 世波에 혼탁해진
마음자리를 정성껏 닦아내고 싶다. 내 마음의 조그만 등불 하나 밝히고,
그동안 쌓인 마음의 때를 조금이나마 벗겨내고싶다.

아마, 부처님께서도 그런 마음 공양을 제일 바라실 것이다.
그 어떤 재물의 시봉(侍奉) 보다도..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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