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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늦은 후회 - 아버지의 일기장
작성자 이 유식     게시물번호 -1558 작성일 2005-07-15 07:41 조회수 1564

오오! 나의 아버지

 

40평생 한날같이 아버지 부르네

아버지 못 본 서러움 안고

저 산 너머 아버지 찿아 가네

봄에는 어사화꽃 아름들고

가을 들판 오곡 익은 저 강 건너

눈 쌓인 찬바람 맞고 누우신 아버지

아버지 불으며 통곡하는 불효자식 (중략)

이 세상 어딘가엔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과 숨소리

40평생 한 생애

한날같이 불러보는 아버지

아버지의 그림자 새겨보는 행복으로

숨소리 식어가는 고달픈 행복

아버지 그리는 행복이 있다네

 

시작 노트

 

님의 글 감명깊게 읽고 민초의 첫 시집 로키  산마루의 노을에

발표 되었던 졸작 한편 보냅니다 이 작품은 1980년 5월 고향에서

성묘를 마치고 아버님 무덤가에 앉아 산새소리 듣고 개꽃의 향내

를 음미하며 즉흥적으로 썼던 작품입니다 어버이님들 살아 계실

때 효도함이 자식의 도리인줄 알면서도 우리네 인생

살이 그렇지 못함이 안타깝지요 건승과 건필을 빕니다    민초



☞ 박병철 님께서 남기신 글


 
 
                     1_678.jpg
 
 
 
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심한 화상을 입어 자식들을 돌볼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 놓고 시골의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습니다.

한편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은 화상을 입어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은 붙거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낳아준 아버지란 말이야?"
자식들은 충격을 받았고, 차라리 고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더 좋았다며 아버지를 외면해 버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혼자 외딴집에서 지냈습니다.

몇 년 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 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낳아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서
시골의 그 외딴집으로 갔습니다.

외딴집에서는 아버지의 차가운 주검만이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와서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버릇처럼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 하는 등 번거롭고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을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 있는 물건들을 몽땅 끌어내 불을 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책들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넣다가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불길이 일기장에 막 붙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꺼내 불을 껐습니다.
그리곤 연기가 나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다가 그만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일기장 속에는 아버지께서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이 쓰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습니다. 

일기장은 죽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로 끝이 났습니다.
     "여보! 내가 당신을 여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놈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 날 당신을 업고 나오지 못한 날 용서하구려.
     울부짖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만을 업고 나올 수가 없었다오.
     이제 당신 곁으로 가려고 하니
     너무 날 나무라지 말아주오.
     덕분에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오.
     비록 아버지로서 해준 것이 없지만 말이오..."

     "보고 싶은 내 아들 딸에게.
     평생 너희들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짐만 되는 삶을 살다가 가는구나.
     염치 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을 하려한다.
     내가 죽거들랑 절대로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며 30년 넘게 살았단다.
     그러니 제발...!"

     뒤늦게 자식들은 후회하며 통곡하였지만
     아버진 이미 화장되어 연기로 사라진 뒤였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깊이를 넘어서지 못하겠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사랑 다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아버지의 희생 앞에서
그저 가슴 먹먹한
눈물만 흐를 뿐...
 
 
아버님의 생신이 다가옵니다.
항상 제게 하시는 말씀이시지만
건강하나?
다 잘 있나?
경상도 특유의 짧은 표현 속에 담겨있는 그 깊으신 뜻을 
내 어찌 모르겠습니까?
아버지 건강하세요!!
내년쯤에는 꼭 아버지 뵈러 달음질 쳐 가겠습니다.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그 사랑
이 곳 캘거리에서 베푸는 사랑으로
갚아 나가는
삶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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