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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쟁이 막내며느리'의 제사상 차리기
작성자 sdkim     게시물번호 -258 작성일 2004-01-17 11:37 조회수 1704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에서 퍼왔습니다.

종교와 한국의 며느리, 다시한번 생각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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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일주일 남았습니다.아마도 많은 주부들이 이쯤해서부터 머릿속이 지끈거리기 시작하실 겁니다.

특히 제사도 아닌 설이라는 명절이라 제사음식은 물론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새뱃돈과 선물준비 그리고 그많은 손님을 치를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터질 지경이 되는 것입니다. 저도 이번 주말과 주일(기독교인들은 일요일을 주일이라 합니다)은 설 차례상을 위한 제수를 준비하러 장을 보러 가려고 합니다.

늘 하는 일이지만 한번 장을 보아오면 늘상 한두 가지가 꼭 빠지거나 신선도의 문제 때문에 시간차를 두고 구입해야할 것들이 있어서 하루에 장보기를 끝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설...스트레스 받는 주부들

얼마전 방송에서 4인 가족 기준 설상차림에 11만1000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김장 때도 그렇고 지난 추석에도 그렇고 늘상 20만원을 넘지 않는 비용의 근거에 대해 저는 항상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달랑 제사상만 차린다면 제시한 비용으로 차릴 수도 있겠지만 제사상에 올린 음식만으로 그날 참석한 모든 식구들이 먹을 수는 없는 일로 그외 손님들을 위해서는 두세 배로 음식을 더 준비해야 하며 비용 역시 그만큼 들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런 보도를 들으면 늘상 화가 납니다. 제사를 치러보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십몇만원이면 충분히 장만을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노력대신 돈 몇만원으로 의무를 대신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런 사람들에겐 내가 20만원 줄테니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이며 아들이 넷인 시어머니의 막내 며느리입니다. 유교적 관습을 고집하시는 친정 아버지는 저를 '예수쟁이'라고 부르십니다. 세상의 시각으로 보면 제사를 안 지내도 되는 필요충분조건이 완벽한 사람이죠. 하지만 제사를 지내고 있고 앞으로도 지낼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제사의 의미는 종교적인 것이나 사라져야할 구습이 아닌 한국인으로서 지켜야할 아름다운 전통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유교적 관습의 틀에서 자랐기 때문에 늘 접해온 문화의 영향일 수 있겠지만 어린시절 잘 몰랐던 '우리 것','한국적인 전통'의 중요성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저의 제사는 교회에서 말하는 우상숭배의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십계명에 명시된 '네 부모를 공경하라'의 의미이며 계명에 말하는 부모의 의미를 생존해 계시는 부모에서 돌아가신 부모에까지 확대한 것 뿐입니다.

기독교에서도 추도식을 드리는 것도 같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절'의 의미 역시 조금 다릅니다. 악수나 목례 정도로 인사를 했던 서양에서는 부복을 하거나 절을 하는 것을 항복이나 경배의 뜻으로 여겼다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그렇치 않기 때문입니다.

불과 백여년 전만해도 어른들에게 목례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 않습니까? 그러니 우리 전통에 비추어볼 때 어른들께 특별히 공경을 표한다는 의미에서의 절을 종교적 경배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이지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가정에서도 우리나라의 작은 전통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고 절차를 지켜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우리가 지켜야할 무형문화의 한부분이기 때문이죠.

다만 누구 한 사람만의 노동을 강요하거나 제사를 준비하는 주부들을 무관심 속에 내버려둔다면 노동의 부담 때문에 이런 아름다운 의미조차 퇴색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조금 이른 생각일진 모르지만 앞으로 며느리가 생기면 이런 의미는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우리에게 이런 아름다운 음식문화와 전통이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딸이 있는 많은 어머니들이 저에게 화를 낼 지도 모르겠습니다. 단 전제는 있습니다. 전통이나 아름다운 문화도 다 좋습니다만 스스로 우러나지 않는 일을 하지 말라는 거죠.

괴로운 마음으로 만든 음식이 맛있을 리 없고 그것을 먹은 가족들에게 유익할 리 없으니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전통이라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기왕에 맡아 하게 되었다면 기쁘게 즐겁게 그리고 자부심을 가지고 명절을 지내시기 바랍니다.

여성들도 부엌과 일의 스트레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단순한 부엌떼기가 아닌 문화지킴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제사문화의 주도자가 되셔야 할 것입니다.

또 이런 즐겁고 의미있는 제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를 계승하는 아내나 며느리,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함께 만들어가는 가족들의 노력 역시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딸이 있는 많은 어머니들이 우리 집에 딸을 주지 않겠다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원치않으면 안시킵니다.

제사 음식의 불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먹지 못할 음식들을 준비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한다는 무용론으로 요즘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나 바나나, 멜론 사탕, 과자 등도 제삿상에 올린다는 실용파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나라마다 전통적인 음식이 있습니다. 예의를 갖추는 음식이 있고 일상적인 음식도 있지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젯상에 올리는 음식의 경우는 일정한 형식과 의미가 있는 것으로 단순히 먹기만을 위한 음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음은 정신문화연구원에서 퍼온 자료로 한배달 우리차문화원의 원장인 이연자씨는 '추석 차례의 의미와 상차림'을 참고하여 쓰셨다는 글 입니다.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제수품 하나 하나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깃들어 있다. 세 가지 탕(湯)과 세 가지 적(炙), 삼색 나물, 삼색 과일 등 제사상에 필수로 올리는 제사음식의 가짓수와 색에는 자연의 섭리와 사람과의 일치됨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고, 기복도 담겨 있다.

삼색 나물의 경우 집집마다 약간식 다르지만 3가지 나물을 올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흰색은 뿌리 나물이라고 해서 도라지나 무나물을 쓰고, 검은 색은 줄기 나물로 고사리를 쓴다. 푸른 색은 잎나물로 미나리를 쓴다. 이것들은 일년내내 저장 할 수 있는 나물이면서 주변에서 흔히 구해 먹는 것들이었다. 또 미나리는 자연의 변화에도 잘 자라기 때문에 굳건한 자손을 상징하기도 했다.

세 가지 적에도 의미가 담겨 있다. 석 잔의 술을 올릴 때마다 바다 고기인 어적(魚炙)과 네발짐승인 육적(肉炙)을, 야채적으로 두부나 갖가지 야채꽂이를 올리면서 소적(蔬炙)이라 했다. 이것은 자연이 내린 음식을 조상들로 하여금 골고루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차리는 것이 삼색과일이다. 삼색과일의 대표인 대추는 꽃마다 열매를 맺기 때문에 자손번창의 의미가 있다. 밤은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뜻한다. 씨밤을 땅속에 심으면 가장 먼저 열린 씨밤은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도 썩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조상을 모시는 위패나 신주를 밤나무로 만드는 것도 밤나무의 이러한 생태를 사람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감은 씨를 심으면 감이 열리지 않고 처음에는 고욤이 열린다. 3 - 5년쯤 지나서 그 줄기에 다른 감나무가지를 접붙여야 감을 딸 수 있게 된다. 사람도 태어나서 가르침을 잘 받아야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감나무의 성장에 빌어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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