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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투표 하다.
작성자 뜬구름     게시물번호 -518 작성일 2004-04-16 02:24 조회수 2053

                   김삿갓, 투표 하다

 

 

    맞아,그랬었지.

    거긴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었어.

    낮엔 태극기, 밤엔 인공기 바꿔 달던 

    한때의 생존 습성으로

    그 티미한 광화문 촛불 속에 숨어 있었던 거야.

    깜박 잊고 있었지.

    일장기 휘날리던 조선총독부에도

    경무대에도

    5월 군사혁명 기념사진 속에도

    양주에 취해 타는 목마름을 노래하던 요정에도

    이제들 말하기 시작한  서슬퍼런 역사,

    그 배후마다 계신 가문의 어르신들을

    혹은 사돈의 팔촌을...

    맞아,저버려선 안돼.

    잠시 내가 눈이 삔거야.

    그때를 아십니까?

    고무신짝과 밀가루 포대,수건하며 시계들

    막걸리에 취해 더욱 눈 부시던 벚꽃놀이

    공짜의 추억 또는 향수,

    알다 마다, 꿈엔 들 잊겠어?

    시방 우린 너무 멀리 소풍 나왔어.

    실리와 명분,

    경계에 서면 진눈깨비 내리고

    오돌 오돌 떨다 보면 분명해 지지.

    맞아, 내 코가 석자인데...

    우리를 꼬드겨서 광야로 몰고 나온

    모세의 약속,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신기루 일뿐.

    당장 내가 춥고 배 고픈 걸...맞아.

    민망하다만 스스로를 지켜야 겠어.

    그때로 돌아 갈테야.

    질끈 그렇게 투표 마치고

    누가 볼세라, 죽장에 삿갓 깊이 눌러 쓰고 

    방랑 삼천리, 길 떠나는 김삿갓.

                                               ( 2004. 4 .15 .총선이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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