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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깨우는 시 한 구절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5198 작성일 2006-10-13 13:33 조회수 537
마음을 일깨우는 한 소리는 그 자체가 혜광慧光이요, 적광寂光이다.
 
부처님의 50년 설법을 담아놓은 대장경을 살펴보면, 여래如來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의 병든 영혼을 치유하는 장엄한 詩임을
알 수 있다.
 
참으로, 희유세존稀有世尊!
 
정말이지,이 세상의 일 가운데 가장 드문 일로서의 세존이어서
그의 말씀들은 진리가 내포하는 치열함의 정점을 안고
명백한 시적詩的인 감격으로 우리앞에 아름답게 드러나는 '매혹'의
외연과 내연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요즈음, 내가 넋을 잃고 바라보는 부처님의 말씀 중에
반야바라밀의 세계를 흠씬 빛나게 하는 한 구절이 있으니,
바로 금강경金剛經의 제 4품 묘행무주분妙行無住分에 나오는
"보살어법 응무소주 행어보시菩薩於法 應無所住 行於布施"
(그러므로 보살은 법에 있어 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베풀어야할지니) 라는 말씀의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금강경金剛經 자체가 아끼는 제자 수보리須菩堤에 대한 애정어린
설법이자, 동시에 질문과 해답이 진행되는 그야말로 형이상학적인
대화시對話詩의 세계이지만, 특히 이 구절이야말로 금강반야바라밀경의
정수를 이루고 있는 시 한 구절이 아닐까 한다.
 
보시布施란 물질세계나 정신세계를 통틀어 일체의 걸림이 없이
베푸는 마음을 말한다.
즉, 그것은 소유所有의 초월을 의미하며 나아가 고루 나누는 정신,
다시말하면 가장 이상적인 나눔의 상태를 뜻하는 것이리라..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보시 조차도 '응무소주應無所住'[ 베풀었다는 생각에 머물지 않음 ]
하여야 한다고 하셨으니,참으로 모든 상相에 머물러 집착됨이 없는,
공空의 상태를 이처럼 명백한 결구로 표현한 시는 이 세상 어디
에서도 부처님의 말씀이외엔 찾아볼 길이 없을 것이다.
    
   " 또한 수보리야, 보살은 법에 있어 마땅히 머무르는 바 없이
     보시를 행할지니,이른바 색色에 머물지 아니한 보시이며 소리,
     냄새,맛,닿음(觸),요량등 육진(六塵)에 얽매이지 않는 보시
     를 할지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마땅히 이와같이 보시하여 相에 머무르지
     않아야(보람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말아야)하느니,
     무슨 까닭이겠느냐. 만약 보살이 상相에 머무르지 않고 보시
     하면 그 복덕이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니라.
     수보리야, 네 생각이 어떠하냐. 동쪽 하늘의 허공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를 능히 헤아릴 수 있겠느냐,없겠느냐."
   " 헤아릴 수 없습니다,세존이시여."
   " 수보리야, 그러면 남쪽,서쪽,북쪽의 사유(四維) 상하의 허공
     을 능히 헤아릴 수 있겠느냐,없겠느냐."
   " 헤아릴 수 없습니다,세존이시여."
   " 수보리야, 보살이 상相에 머무름이 없이 하는 보시의 복덕도
     또한 이와같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이리라.
     그러므로 수보리야, 다만 가르친 바와 같이(내가 말한대로)
     모름지기 머무를 것이니라."

육합六合과 사유를 통틀어 시방(十方)의 모든 허공 보다도 크나큰
베푸는 마음..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 베풀어질지니..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혜능이 아직 5조 홍인五祖 弘忍의 문하에 들어오기 전,
이 詩 한 구절에 활연개오豁然開梧 하였다는데...
그때 돈오頓梧한 청청한 마음은 과연 어떠한 마음이었을까?
아, 진공묘유眞空妙有여..

이 크나큰 위대한 말씀 앞에서.. 오직 아인사상我人四相에 집착하고,
중생상衆生相에 연연해 하는 나의 조악스러운 시편들은
그 부끄러움에 어디에도 그 흉한 몸을 감출 수 없으니...
소위, 시인입네 하면서 시를 쓴다는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부끄러울 뿐이다.
아, 나의 영혼을 울리는 영원의 詩여,
 
 
" 머무는 바 없이 베푸는 마음이여!"...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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