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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회는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서 손 떼라 (펌)
작성자 교회인     게시물번호 -6690 작성일 2007-01-15 23:01 조회수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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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회는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서 손 떼라

 

[칼럼] ‘새역사 창조’ 주창 앞서 부끄러운 현대사 족적부터 볼 일

 

입력 :2007-01-16 11:27:00   김용민 시사평론가

 

 

 

 

이번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기독교계의 움직임이 비상(非常)하다. 교회 내 최고위직인 ‘장로’의 직함을 가진 이명박 전 서울시장(소망교회)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기독당’을 창당한 바 있다. 비록 1.1%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쳐 그 시도가 실험에 그쳤지만, 정치 참여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여실히 드러내는 효과를 나타냈다. 그런데, 그 응집된 여망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 지지로 쏠리게 되면 어떨까. 이를테면, 기독교인 876만 명(통계청 집계)이, 전국 45704개의 교회(한국컴퓨터선교회 추산)를 거점으로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설 경우이다.

 

한국 기독교는 (타 종교와는 달리) 집회수가 많은 배경과 연관돼 ‘종교적 충성도’가 높다. 매일 이른 아침이면 열리는 새벽기도회는 물론, 주일에 대예배, 오후예배, 심지어 주일학교 예배까지 참여하는 열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다년간 또 세대 간 전승함으로써 축적한 종교 인프라 및 인적 네트워킹은 그 어떤 ‘점조직’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것이 정파적 이해와 결부될 경우 기독교는 필연적으로 대선의 거대 변수를 거머쥔 존재로 부상할 수 있다.

 

특기할만한 부분은 한국 현대사에 있어 기독교가 실존하는 권력과 깊은 유대감을 견지해왔다는 점이다. 일일이 그 사례를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1936년 감리교 1938년 장로교가 각각 신사참배를 결의한 사건이다. 이것은 일제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하자. 그러나 전투기와 기관총 대금을 헌납하고 교회 종을 떼어다 바치는가 하면, 예수를 ‘왕’으로 표현 못하게 하거나 재림에 대한 찬송가를 일체 못 부르게 하는 명실상부한 배교(背敎)행위를 수용한 점, 교인들에게 태평양 전쟁 참전을 독려한 부분은 ‘오욕’으로 단정해도 모자람이 없는 기독교 역사의 어두운 그늘이다.

 

문제는 이 친일세력이 전혀 역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리교 신사참배를 주동한 양주삼 목사는 반민특위에 체포됐다가 무죄로 풀려나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냈고, 전쟁참여를 독려한 장로교의 전필순 목사는 친일활동에 일체의 문책을 받지 않은 채 훗날 교단 총회장은 물론 연세대 이사장까지 역임하기도 했다. 일제의 강점을 ‘포도원 주인인 하나님이 악한 농부들을 진멸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아 다른 농부에게 세(貰) 주는 것’으로 해석(참고로 여기서 ‘악한 농부’는 조국이고, 포도원 주인은 ‘일제’라고 해석할 수 있다.)한 성결교 이명직 목사는 훗날 서울신학대학 학장을 지냈고 지금도 ‘성결교의 대부’로 통한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장로의 은덕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승승장구’였다. 그 은덕은 반민특위를 무력화시키고 친일파들을 중용한 것이다.

 

1961년 5월에 발발한 군부 쿠데타 이후 기독교계의 친 권력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박정희 장군의 부상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한경직, 김활란 등 주요 기독교 지도자가 태평양을 건너가 ‘혁명’의 당위성을 설명한 사건이 있다. 자기 나라의 군사반란을 다른 나라에 가서 홍보하는 역할, 그 중심에 기독교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지금도 매년 봄 개최되는 ‘국가조찬기도회’, 그 행사는 원래 ‘밤낮없이 일하시는 대통령을 위해서’ 기독교계 주요 목사들이 ‘대통령(초청) 조찬기도회’로 마련한 자리였다. 첫 행사가 있었던 1966년과 이듬해인 1967년, 김준곤 목사(한국대학생선교회 명예총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길 빈다”,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고 각각 언급했고, 또 종신집권을 위한 유신 개헌 이후에는 “유신은 실로 세계정신사적 새 물결을 만들고 신명기 28장에 약속된 성서적 축복을 받은 것”이라고 설교했다.

 

박정희 시대 이후 전두환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자 기독교계는 기민한 대응을 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은 지 3개월 뒤인 1980년 8월 6일, 양민 학살의 장본인격으로 지목받은 전두환 씨를 롯데호텔에 불러 그의 안녕을 기원했다.

 

하긴 이런 시대의 행태들을 다 ‘부역’으로 몰아세운다면 누군들 그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나. 때문에 그 탓을 모두 이 목사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직선제 개헌 이후 기독교계가 보여준 행보는, 그 시절 그 행태가 ‘강압에 의한’ 것인지 ‘자발적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기독교계의 이런 역사, 그러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에 봉사하는 나팔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여러 사례들이 있음을 목도한다. 프랑스의 법 철학자 쟈크 엘룰(Jacques Ellul)은 자신의 책 <뒤틀려진 기독교>에서 이렇게 밝혔다.

 

“교회는 군주제 아래서 군주주의자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공화정 아래서는 공화당이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항상 반박할 수 없는 신학적 논증들이 뒤따른다. (중략) 또 히틀러가 권좌에 올랐을 때, 독일교회는 히틀러화됐다. 교회는 공산주의체제 하의 나라들에서 공산주의자가 되기도 했다. 그 뿐인가. 그때마다 자리 잡은 권력이 선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한 신학적 추론의 발전이 있었다.”

 

군사정권의 계승자 노태우 씨와 노 씨의 물적 기반을 계승한 김영삼 씨. 이 두 사람이 당선되던 때의 일들을 상기하면 특히 그렇다. 대표적 친미성향의 목회자로 분류되는 김장환 목사는 1987년 대선 당시 “첫째로 우방 미국 우방이 믿어주는 후보, 둘째로 군대가 믿어주는 후보, 셋째로 북한이 무서워하는 후보, 넷째로 가정이 건전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명은 안했지만 노태우 씨를 밀어달라는 이야기였다. 김 목사의 이 말은 개인의 의견이라기보다 당시 기독교계에 폭넓게 퍼져있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1992년에는 충현교회 인사들이 주축이 된 ‘나라사랑실천본부’가 결성돼 “장로(김영삼 씨를 지칭) 대통령을 뽑아야 이 나라가 복음화 된다”며 전 방위적인 ‘YS대통령 만들기’에 정력을 쏟았던 방향설정 역시 당시 기독교계 주류의 컨센서스가 전제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순복하지 않은 권력’이 있으니 바로 김대중, 노무현 두 사람이 각각 이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였다. 이 시기에도 진보적 기독교 단체 및 교단 인사들을 등단시키는 등 기독교계와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한 것은 아니었다. 김성재 목사의 문화관광부 장관 기용, 크리스챤아카데미 출신인 한명숙 총리의 발탁, 성공회 이재정 신부의 통일부 장관 입각이 그 예라 하겠다. 그러나 과거 정권과는 달리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성향을 넘어서, 사학이 누려온 기득권마저 공공성의 기준으로 재단하려 하자 상당수 목사들이 삭발을 마다않았다. 그러면서 범 교단 범 교회의 조직적 대응을 공안하고 있다.

 

물론 교회의 사회 참여 자체가 문제일리는 없다. 지지 후보가 있으면 타당한 이유를 대며 그 의사를 표할 수 있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그 권력이 운영하는 정부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도 본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만 보자. 부당한 일제, 독재, 군사정권 때에는 권력에 협력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민주정권 대에는 저항운동을 일삼는 양상 아닌가. 성직자의 공인의식을 마다한 채 기득권 경쟁의 진흙탕 속으로 뛰어든 목사 상당수는 독재정권 시절에 “권력에 순종하라”라는 성서의 구절을 곡해해 시대정신의 정도(正道)로부터 역 주행했다. 그래놓고 자신이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권좌에 있으면 ‘좌파’니 ‘빨갱이’하는 격한 어휘를 동원해 비방으로 덧칠했다. 이런 점은 진솔한 사회의식의 발로가 아닌 불순한 기득권 연장의 논리로 평가받을 소지가 크다.

 

이런 관점에서 이정희 성공회대 외래교수(신학 전공)가 발표한 논문 ‘종교와 제국: 제국적 그리스도교를 중심으로’의 일부분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 역사 2000년은 이방에 대한 선교, 곧 타종교를 복음으로 정복한 선교의 역사이다. 1세기의 세계에서 문명의 중심을 이루고 있던 헬라의 온갖 신들을 누르고, 심지어 이름 없는 신까지도 정복해서 그곳에 복음을 심었다. 그리고 겨우 3~4세기만에 로마 제국의 황제 숭배 대신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국교로 받아들이게 했다. 중세의 긴 역사에서는 기독교의 유일성을 유럽 지역에 세우기 위해 이슬람교와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계속해야 했다. 십자군 원정들이 그러했고, 이베리아반도에서 회교도들을 축출해서 아프리카로 몰아넣은 전쟁이 그러했다. 근대에서는 유럽의 열강들은 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채로 인도와 중국을 위시해서 힌두교, 불교, 유교, 회교의 이른바 세계 종교들이 지배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을 복음의 선교를 내세우며 침략했다. 뿐만 아니라 신대륙의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에서는 복음 전도라는 명목으로 참혹한 살육이 행해지기도 했다. 지난 2000년의 기독교 선교 역사는 이처럼 타종교 지역에 대한 선교의 역사일뿐더러 그 과정에서 복음 전도의 이름으로 만행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역사이다.”

 

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살아있는 권력자’에게 잘 보여 그 헤게모니를 나눠가지려는 사고를 그저 종교인들의 시대정신 결여로만 볼 것인가. 기독교의 세 불리기가 ‘선교’로,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삭발하고 단식하는 것이 ‘순교’로, 정권에 대한 악담과 특정 지도자에 대한 찬양이 ‘설교’로 규정되는 현실은 묵과해도 될 일인가.

 

대선을 앞두고 올해 일부 기독교계 목사들의 ‘움직임’의 보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 추이가 연착륙한다면, 제 2의 ‘장로 대통령 신화 탄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전 시장은 자신을 불러주는 교계 행사에 여력이 되는대로 최선을 다해 참석했다. ‘성경봉독’이라는 소소한 순서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성의를 보였다. ‘무늬만 기독교인’이 아닌 셈이다. 이런 까닭일까. 그의 리더십을 ‘기도하는 리더십’으로 예찬하는 책이 나왔는가 하면, 이명박 기도후원회라는 조직은 최근 교계 신문에 광고까지 내면서 조직 확대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이 전 시장의 종교성은 일정부분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일부 정치인들처럼 이른바 ‘기불릭(기독교-불교-가톨릭 신자인척 하는 행태를 빗대는 말)’ 신자인 척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념의 문제에 있어서는 타협이 없는 그의 일관된 자세는 평가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의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독교의 정치 개입. 이제는 그 격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기득권'으로부터 초연해야 한다. 그리고 '인물'에 주안점을 둬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문화와 가치의식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그 고민을 담는 그릇이 돼야 한다. 또 망국적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차별의식을 철폐하고, 조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미래전략을 짜내야 한다. 의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는 그런 가치를 따르고 있나. 서서히 힘을 얻어가는 ‘장로 대통령론’은 이런 원칙에 충실한 것인가.

 

한국교회가 행여 ‘장로 대통령 신화’의 재창출을 노린다면, 이렇게 이야기하려 한다. “한국교회는, 대통령 선거에서 손을 떼십시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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