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작성자 백석     게시물번호 -7822 작성일 2007-03-26 19:30 조회수 592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울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 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은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0           0
 
다음글 대형 교회 세습 문제
이전글 택스 리턴..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주정부 공지) 알버타의 회복적 ..
  웨스트젯 인천행 직항, 내년 주..
  주말 앨버타 전역에 폭설 - 캘.. +1
  (CN 주말 단신) “버림 받은..
  캘거리 한인 약사, 개인 정보 .. +1
  주정부 공지) 예방접종, 정부서..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