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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re: 양육방식과 종교/정치
작성자 종교     게시물번호 -8191 작성일 2007-04-21 17:29 조회수 764

토마님 안녕하세요.

 

도킨스의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신간을 사보려하는데 베스트셀러로 된 책은 저는 잘 안사고 보통 중고 시장에 흘러 들어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저처럼 가난한 사람이 새책 사는 것은 아까워서 말이죠.

 

전통, 권위, 계시에 근거한 지식이 아니라 관찰과 검증을 통한 지식, 그리고 이런 지식은 예측가능하다는 점에서 전근대적이라기보다는 근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자가 기존의 가설이나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듯이, 인문사화과학자들도 기존의 가설이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종교 사회학자인 아일린 바커 (Eileen Barker; London School of Economics)라는 여성 학자는 영국에서 통일교들의 행위 패턴을 13년간의 연구를 통해서 책을 냈는데 책 제목이 통일교도 되기 (The Making of a Moonie) 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부의 책은 긴 기간동안 영국 성공회가 주류종교인 사회에서 이방인 소수종교인들의 종교 개종 방식과 사회적 관계를 연구한 사회과학적 연구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바커가 제안하기를 제기를 Scientific Study of Religion이라는 말보다는 Social Scientific Study of Religion를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과 사회적 관계의 방식이 자연과학적 연구로 모두 환원시킬 수 없다는 제안입니다.

 

종교 이야기가 나왔으니 종교사회학 또는 종교학적인 차원에서 몇 말씀드립니다. 종교학은 경험과학으로서 어떤한 계시나 신이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출발합니다. 이런 출발점을 방법론적 불가지론 (methological agnoticism)이라고들 하지요. 즉 학문의 대상으로 된 종교적 현상이란 대상을 연구할 때에 종교학은 신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문제는 종교학적 연구의 범위를 넘어서니 건드리지 않고, 오직 경험적 내용만 다룬다는 뜻입니다. 즉 이런 면에서 칸트적이지요.

 

종교학이 문제 삼는 것은 바로 신이 있다, 열반이 이루어진다, 무당들의 신이 존재한다, 도통이 실재한다 등의 검증에는 관심이 없고, 그런 것이 실재한다고 믿는다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표현하는 내용은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경험적 내용이기 때문에 후자만 다룹니다. 

 

이런 인간들의 종교적 진술은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런 종교적 패턴을 두고 볼 때, 사람들의 지식을 구성하는 방식은 자연과학적 가설이나 이론에 근거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달나라에 다녀와도, 그 사람이 신을 믿을 수 있고,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이 예수의 대속의 교리를 믿는다든가, 첨단을 걷는 물리학자가 불교의 열반을 믿는다는 것은 자연과학적 검증에 기반한 것이 아닙니다.

 

지식 사회학적으로 우리가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실제로 자연과학적 결과라기 보다는 도마님의 아래의 글에서 지적하셨듯이 친구나 종교, 정치적 이념이 지시하는 훈육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식 사회학에서 이런 사회적 훈육의 에이젼트를 "중요한 타자" (significant other)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삶의 가치나 윤리적 규범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나 또는 사회적 권위를 행사하는 행위자를 중요한 타자라고 하는데 우리의 지식 구성은 바로 이런 영향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내 성서를 문자적으로 파는 사람과 도킨스의 책을 모든 지식의 규범과 기준으로 삼아서 사는 사람의 세계 (symbolic world)는 전적으로 다릅니다. 양자의 중요한 타자는 전혀 상반된 것입니다. 현재 제가 도킨스의 God's Delusion을 읽었다면 이 글을 쓰는 저의 입장이나 내용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일 도킨스의 책이 저한테 중요한 타자로서 작용한다면 말씀이죠.

 

이런 것이 바로 사회적, 종교적 현상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삶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제가 종교학을 한다고 하면, 하는 말이 교회하나 차리면 되겠네요. 이민교회 잘되던데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은 없겠수다라고 하는데 종교학은 일반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적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종교적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서 종교학은 어떠한 종교적 계시, 권위, 교리, 전통에 근거하지 않고, 오직 주어진 자료를 통해서만 학적 작업을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이해하는 방식은 이런 경험론적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과학적 결과물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살인은 나쁘다, 도둑질하는 것은 나쁘다, 남을 시기 질투하는 것은 대인답지 못한 소인배의 행동이다, 남을 사기처먹는 못된 짓은 비난받아 마땅한 사악하고 치졸한 짓이다는 것을 압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갖는 사회적 규범이나 지식, 그리고 윤리적 규범이나 지식은 전통, 권위에 근거해서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누누히 지적했듯이, 어쩌면 종교학이 목사되는 것으로 사람들이 아는 소외된 방법론 조차 이런 계시, 권위, 전통에 근거하지 않든다는 것은 다시 강조합니다.

 

저는 소박하게 자연과학하는 사람들이 정직하게 과학적 이론과 가설을 통해서 논문을 쓰고 (황우석 교수처럼 데이터 조작하지 하지 않고), 사회과학하는 사람들이 통계적 조작이나 해석을 통해서 거대 기업에 이익이 되는 파렴치한 못된 짓을 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노력하고, 인문학 하는 사람이 특정 계급이나 정당을 위해서 아부하지 않고 굳건하게 자기가 믿는 신념을 지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실은 이런 사람들이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 가는 사회적 행위자 (social actors)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타자이기도 하지요. 부정적으로 보면 무섭지요.

 

저도, 모

토마님이 나오셔서 댓글을 다는 것이 예의일 것같아서 주저리 주저리 몇 마디 적어 보았습니다. 두서가 없습니다.

 

칸트가 말하는 노미나와 피노미나의 구분에서 노미나의 영역은 결국 우리의 결단의 영역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예수가 육체적으로 부활했는지, 천국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기독교 전통이 가르쳐 주는 자기 겸허와 이웃 사랑은 결코 버리고 싶지 않는 저의 삶의 중요한 지식이자 권위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것은 종교학의 범위를 넘은 저의 실존적 고백입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개인적인 고백들이 사회의 일부를 이루며, 사회적 지식이나 규범, 전통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 토마 님께서 남기신 글


이전글에서 부모의 양육방식은 아이들의 능력, 성격, 행동방식에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양육방식이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두가지 결과가 있습니다. 그것은 종교와 정치적 입장입니다. 특히 종교는 적어도 청소년기와 초기 성년때 까지는 가정의 양육방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것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 무신론자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을 시킬까요? 다음은 유명한 무신론자 리차드 도킨스가 딸이 10살될때 썼다가 18살때 보여 주었다는 편지 입니다. (이런 자게에 올리기는 무쟈기 길지만... 무신론자들이란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좋은 글이라서요.)
 
요즘 한가해서 좀...   많이 올리네요. 존 주말 되세요!
 

믿음에 대한 타당한 근거와 잘못된 근거

 

-리처드 도킨스-

 

줄리엣에게

 

이제 너도 열 살이 되었구나. 아빠는 이 편지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몇몇 문제를 이야기해 줄려구 그래. 너는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들이 枰㎲?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진적이 있을지 몰라. 예를들어 하늘에 난 작은 바늘구멍처럼 보이는 별들이 실제로는 태양과 같은 거대한 불덩어리며, 그것들은 아주 아주 먼곳에 있다는 사실… 그런걸 어떻게 알 수 있겠냐는거지? 그리고 지구가 그런 항성들 중 하나인 태양의 주위를 도는 훨씬 작은 행성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증거'야. 어떤 현상이 진짜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 눈으로 보는것 (또는 듣는 것, 냄새 맡는 것등) 이 “증거”를 나타내는 거야. 우주 비행사들은 지구에서 멀리서 직접 자신의 눈으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볼 수 있었지. 그렇지만 때로는 우리의 눈이 다른 기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저녁 무렵에 나타나는 '샛별'은 하늘에서 밝게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관찰해보면 그 별이 우리가 금성이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행성이라는 것을 알게 돼. 네가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만짐으로서 알아내는것을 좀 유식할 말로는 관측 또는 관찰이라고 그래.

 

근데 증거를 관찰로 얻을 수 없는 경우도 많어. 그렇지만 그럴 때에도 관찰은 비록 겉으로 드러나있지 않는것 처럼 보이지만, 그 뒷면에 감춰져 있지. 예를 들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개는 아무도 그 사건을 직접 목격하지 못하지. (물론 범인과 희생자를 빼면!). 그러나 형사는 용의자를 밝혀 낼 수 있는 여러가지 목격자나 증거를 수집하게 되자나. 만약 어떤 사람의 지문이 범행에 사용된 칼에서 나왔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칼을 만졌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되지. 물론 그 사실만으로 그가 살인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밖의 다른 증거들이 보강되면 지문의 소유자가 살인자임을 거의 확신할 수 있게 될 수 있자나.

 

이 세상과 우주의 진실을 밝혀 내는 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과학자라고 하는데 이사람들도 종종 위에 얘기한 형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하는 거야. 그들은 통빱을 잘 굴려서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 (이것을 가설이라 부른다)를 만들지. 그런 다음, 다음과 같은 문제를 자문해 보는거야. 만약 그 가설이 정말 사실이라면, 어떤 현상이 뒤따라야 되는가? 이것을 예측이라고 그래. 예를 들어서, 만약 지구가 정말 둥글다면 우리는 누구든 같은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면 결국 자신이 처음 출발했던 위치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자나. 어떤 의사가 니가 홍역에 걸렸다고 의심할때, 그 의사는 속으로 이런 자문을 할 거야. '이 여자아이가 정말 홍역에 걸렸을까? 홍역에 걸렸을때 나타나는 증상들과 일치하는지 한번 봐야겠군'. 의사는 자신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예측” 목록을 조사하고, 다음과 같은 관찰을 하려고 할거야. 눈으로는 반점이 나타났는가를 보고, 손으로는 이마가 뜨거운가를, 귀로는 청진기로 가슴소리를 듣지.이런 진찰을 끝낸 다음에야 의사는 결론을 내리고 “제 진단으로는 이 아이가 홍역에 걸렸습니다” 라고 말할 거라구. 때로는 혈액 검사나 X-선 촬영과 같은 다른 조사가 필요할 때도 있어. 이런 수단들은 의사의 눈, 손, 귀가 하는 관찰을 도와주는 거야. 물론 과학자들이 연구할때 증거를 만들고 관찰하는 방식은 여기 이 짧은 편지에서 얘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정교해. 그러나 그 증거가 사용되는 원칙은 앞에 말한 의사가 하는 일이랑 다를게 없어.

 

좋은 증거에 대한 이야기를 이쯤에서 그만하고, 잘못된 믿음을 주는 세 가지 나쁜 근거에 대해서 얘기해 줄께.  아빠 생각으로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해. 그것은 바로 '전통', '권위', '계시'야.

 

그러면 먼저 전통에 대해 살펴보자. 몇달 전에 아빠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약 15명의 어린이들과 토론을 한적이 있어. 그들은 서로 다른 종교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에 초대되었지. 어떤 아이들은 기독교, 다른 아이들은 유대교 가정에서 자라났고, 이슬람교, 힌두교, 시크교도로 키워진 아이들도 있었어. 사회를 맡은 남자가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믿는바에 대해 물었봤어. 이때 아이들이 한 대답은 정확히 아빠가 얘기하고자하는'전통'을 보여주고 있었어. 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은 증거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지. 그 아이들은 단지 자신의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믿음을 자랑스럽게 얘기했을 뿐이야. 그런데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믿음 역시 증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였어. 그들은 저마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우리 힌두교도들은 이러저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이슬람교도들은 이러저러한 것들을 믿어요. 우리 기독교인들은 다른 믿음을 가져요.

 

그 아이들이 믿는것이 하나같이 다 달랐기 땜에 그 아이들 모두가 다 맞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 마이크를 쥐고 있는 사회자는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고, 아이들의 믿음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토론에 부치려는 생각은 없는것 같더라. 그러나 이게 지금 아빠가 이야기하려는 요점은 아냐. 아빠는 그 여러 가지 믿음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고 싶어. 그 믿음은 모두 종교에서 온거지. 전통이란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 그리고 아이들에게 끝없이 전달되는 믿음이야. 또는 책을 통해 수세기 동안 다음 세대에게 전수되기도 한고. 우리가 전통적인 믿음이라 부르는 것들은 대개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필경 누군가가 맨 처음에 그저 우연히 그런 믿음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이야기도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의해 만들어져서 수세기 동안 전해져 온거지. 단지 너무도 오래 전에 만들어진 이야기인지라 특별하게 생각될 뿐이지 어떤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다 똑같지. 사람들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사실을 믿는 경향이 있지. 그것이 바로 전통이다.

 

문제는 어떤 이야기가 아무리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원래의 이야기가 옳은지 그른지 따라 현재에도 옳든가 그르든가 한다는 점이야. 만약 네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지어 낸다면, 아무리 많은 세대를 거쳐 전달되더라도 조금도 사실에 가까워지지 않지. 그냥 허구는 허구일 뿐이지.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오래 전부터 영국 국교회에서 세례를 받아왔어. 그러나 영국의 국교회는 기독교의 많은 종파 중 하나에 불과해. 그 밖에도 러시아정교회, 로마 카톨릭, 감리교 등 여러 교파가 있어. 그들은 저마다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고...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좀 더 달라 . 그리고 유대교와 이슬람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런데 사소한 신앙의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그 불일치 때문에 싸우기도 하지. 혹자는 그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해 확신을 할만한 뭔가 그럴듯한이유-근거-를 가지고 있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러나 실제로는 그들의 상이한 믿음은 순전히 서로 다른 전통에서 기인하는 것일 뿐이야.

 

그러면 특정한 전통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로마 카톨릭은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매우 특수한 존재라고 생각해서 '성모 마리아'라고 부르고, 성모 마리아가 죽지 않고 육신을 가진 채 천국으로 올라갔다고 믿고 있어. 그러나 다른 종파에서는 로마 카톨릭처럼 성모 마리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녀를 '성모마리아'라고 부르지도 않지. 마리아의 육체가 천국으로 들어올려졌다는 전통은 그다지 오래된 것도 아냐.

 

성경에는 그녀가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씌어있지 않아. 사실 성경은 그 불행한 여인에 대해 거의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거든. 그녀의 육신이 천국으로 올라갔다는 믿음은 예수가 살던 시대에서 6세기가 지난 후에야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어. 처음에는 마치 백설 공주가 이야기가 지어진 것처럼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가 지어졌을 뿐이지.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이야기는 하나의 전통으로 발전했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가 수세기 동안 전해져 왔다는 단순한 이유를 근거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전통이 오래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그것이 공식적인 로마 카톨릭의 믿음으로 기록된 것은 극히 최근인 1950년의 일이야. 그러니까 아빠가 지금 네 나이만 했을 때에야 비로소 공식적인 신앙으로 받아들여진 것이지. 그렇지만 마리아가 세상을 떠나고 6백 년이 지난 후에 처음 지어진 이야기보다 1950년에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진 이야기가 더 사실적인 것은 분명 아니지.

 

또 다른 두 가지 잘못된 근거는 바로 권위와 계시야.

권위란 누군가 중요한 사람이 네게 그것을 믿으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믿는 것을 말해.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 교황은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 그리고 사람들은 그가 단지 교황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은 반드시 옳다고 믿지. 이슬람교의 한 종파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아야톨라'라 불리는 수염을 기른 나이든 사람이야. 어떤 이슬람 교도들은 멀리 떨어진 조국의 아야톨라가 말하면 그걸 따를 준비가 되어있기도 하지.

아빠는 앞에서 로마 카톨릭이 성모 마리아의 육신이 천국으로 올라갔다는 믿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시기가 비교적 최근인 1950년이다고 그랬지. 그 말은 1950년에 교황이 카톨릭 교도들에게 그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뜻이야. 그게 전부야. 교황이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의 육신이 하늘로 들어올려졌다는 이야기가 사실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그가 교황이라는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 이야기보다 그의 이야기를 특별히 더 믿어야 한다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교황은 그의 추종자들에게 자식의 수를 제한하지 말라고 명령하기도 했어. 만약 사람들이 교황이 원하듯이 그의 권위를 맹목적으로 따른다면,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 질병, 그리고 전쟁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될 거야.

 

물론 과학에서도 스스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빌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아빠도 직접 아빠 눈으로 빛이 초속 30만 km의 속도로 달린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어. 그 대신 나는 빛의 속도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하는 책을 믿어. 이것도 권위처럼 생각될지 모르지.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권위보다는 훨씬 뛰어난거야. 그 책을 쓴 사람이 증거를 보았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 증거를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이야. 그러나 성직자들은 성모 마리아의 육체가 천국에 오르면서 점차 모습이 작아졌다는 이야기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어떤 증거도 제시할 수 없지.

 

믿음의 잘못된 근거의 세 번째 종류로는 '계시'가 있다. 만약 니가 1950년에 교황에게 성모마리아의 육체가 천국으로 점차 사라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면, 그는 그 모습이 '계시'를 통해 나타났다고 말했을 거야. 교황은 자신의 방안에 혼자 틀어박혀 자신을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었을거구, 그는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겼고, 점점 더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을테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에서 어떤 것이 사실임에 틀림없다는 느낌을 받게 될 때 -설령 그런 느낌에 대해 아무런 근거를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그들은 그것을 '계시'라고 부르고 있어.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교황만은 아니야. 수 많은 종교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어떤 사실을 믿는 가장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 계시야. 그렇다면 계시는 과연 올바른 근거일까?

 

가령 아빠가 네 강아지가 죽었다고 이야기한다고 하자. 너는 깜짝 놀라겠지 . 그리고 이런 질문을 퍼부을 것이다. 정말이에요? 어떻게 그걸 알지요? 내 개가 어떻게 죽었어요? 그때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가정해 보자. “실은 페페가 죽었는지 보지 못했단다. 아무런 근거도 없어. 단지 나의 깊은 내부에서 페페가 죽었다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 뿐이야”. 만약 이런 말을 듣는다면 너는 공연히 놀라게 만든 아빠를 독기눈을 뜨고 쏘려보겠지. 왜냐하면 너는 아빠의 “감”이 그 자체로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야. 우리 모두 가끔 내면적인 “육감”을 가지지. 그런 느낌이 사실로 밝혀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육감을 갖기도 해. 그렇다면 누구의 느낌이 옳은지 어떻게 알수 있는가? 개가 죽었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개가 정말 죽었는지 살펴보거나, 심장의 박동이 멈추었는지 귀를 대 보거나, 개가 죽었다는 실제 증거를 듣거나 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일 뿐이야.

(중략)

 

마음속의 느낌은 과학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네가 나중에 증거를 찾아 그 느낌을 검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만 가치가 있다. 과학자도 옳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개념에 대해 '육감'을 가질 수도 있어. 그러나 육감이나 느낌 자체가 무언가를 믿을 만한 타당한 근거는 아니야. 그러나 어떤 실험을 하기 위해 일정한 시간을 보내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그 근거를 찾는 데에는 좋은 이유가 될 수도 있지. 모든 시대에 걸쳐 과학자들은 착상을 얻기위해 자신의 느낌을 사용해 오기도 했거든. 그러나 그런 느낌은 확실한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기까지는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하는 거야.

 

(중략)

 

 

다시 전통의 문제를 얘기해 볼께. 좀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왜 전통이 그렇게 중요했는지를 설명하고 싶어졌거든. 모든 동물은 같은 종류의 동물들이 살아가는 정상적인 장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진화라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어. 사자는 아프리카의 평원에서 생존하기 쉬운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고 가재는 맑은 물에서 살아가도록 되어있고, 바다가재는 소금기 있는 바닷물에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 사람 역시 동물의 일종이야. 그리고 우리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되어 있어. 현대의 사람들은 사자나 바다가재와는 다르게 먹구살고 있지.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음식을 사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서 다른 필요한 물건을 사고. 우리는 '사람이라는 바다'에서 헤엄치며 살아가는 것이야. 물고기가 물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가미를 필요로 하듯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뇌가 필요한거지. 바다가 소금물로 가득 차 있듯이, 사람의 바다는 언어등과 같이 배워야 할 무수히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중략)

 

아이들은 마치 잉크를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엄청난 양의 “전통적인” 정보를 흡수해야 한다는 뜻이야. (전통적인 정보란 단지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그리고 자식들에게 전해져 온 사실들을 뜻한다) 아이들이 사람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의 뇌는 이런정보를 빨아들이는 스펀지처럼 진화되어 온거야. 그렇기 땜에 아이들은 어떤게 나쁜 정보(마녀, 악마, 처녀귀신 등)이고 어떤게 유용한 전통정보인지를 (가령 단어나 어휘 같은)를 가려서 배우기 어려워.

 

어린아이들은 전통정보를 빨아들이는 스펀지와 같기 때문에 어른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사실이든 거짓이든, 옳든 그르든 간에 모든 것을 믿기 쉽다는 사실은 좀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야.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 주는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사실이지만 그 중 일부가 거짓이거나, 바보같은 이야기이거나, 심지어는 사악한 것일지라도, 아이들이 그것 역시 믿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그렇게 배운 아이들이 자랐을때 그들은 어떻게 할까? 물론 그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해 주겠지. 그래서 일단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게 되면-설령 그것이 전혀 사실과 다르고, 최초에 그것을 믿을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하더라도-그 이야기는 영원히 계속되는거야.

 

그렇다면 종교의 경우에도 이 이야기가 적용될까? 신이 있다는 믿음, 천국에 대한 믿음, 성모 마리아가 죽지 않았다는 믿음, 예수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믿음, 기도를 하면 반드시 응답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포도주가 피로 바뀐다는 믿음......등, 이들 중 어느 하나도 확실한 증거를 가진것이 없어. 그러나 수백만명 수천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믿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어떤 이야기든 쉽게 믿어 버리는 어린 시절에 그런 믿음이 주입되었기 때문일거야..

 

그렇지만 역시 수백만에 달하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다른 사실을 믿고 있어. 그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전혀 다른 사실들을 들었기 때문이야. 이슬람교도의 아이들은 기독교의 아이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났거든. 그리고 성인이 된 다음에는 각기 자신이 옳으며, 상대가 틀렸다고 확신하게 되는거고. 로마 카톨릭 교도들의 신앙은 영국 국교회나 감리교회 신자들의 그것과 달라. 셰이커 교도와 퀘이커 교도들, 그리고 몰몬교도와 오순절파의 교도들 역시 자신의 신앙이 옳다고 생각해. 그들은 네가 영어를 사용하고 앤 카틀린이 독일어로 말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전혀 다른 사실을 믿고 있는거야. 예컨데, 마리아는 남부 아일랜드의 카톨릭에서는 절대 죽은 존재가 아니지만, 북아일랜드의 신교도들에게는 절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거든.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 너는 이제 겨우 10살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해답을 찾긴 힘들거야. 그러나 그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볼 수는 있어. 이제부터는 누군가가 너한테 그럴 듯한 얘기를 해 주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해 보려고 해봐. '과연 이 사람은 이 얘기에 대한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단지 전통, 권위, 또는 계시 때문에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누군가가 네게 어떤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면 그들에게 이렇게 물어봐. “그것이 맞는다는 증거는 어떤것인가요?” 라고…만약 그 사람이 네게 해답을 주지 못한다면, 아빠는 니가 그 사람들의 말을 믿어버리기 전에 다시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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