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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이 시대의 아버지
작성자 Harry     게시물번호 -8830 작성일 2007-06-17 13:39 조회수 557
아버지!

날마다 부르고 싶지만
불러볼 수도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이름이다.
그 이름 뒤에 왠지모를 애잔한 아쉬움과 여운이 전해져 오는 언어이다. 마음 속에는 바다처럼 충만하고 넉넉한 사랑이 날마다 출렁이고 있어도 이따금 건네는 몇 마디의 말씀과 헛기침이 때로는 침묵으로 그 마음을 전하는 당신이다. 
체온을 직접 나누는 스킨쉽보다는 항상 서너걸음 떨어져 저변에 흐르는 깊고 큰 사랑을 나눠 주시는 분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면서 날마다 스스로
추스리고 다짐하며 남몰래 수없이 속울음을 삼키시셨던그런 분이
아니시던가.

아버지는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가시는데 세상은 늘 저만치
앞서서 나아간다. 그 입지는 날로 줄어들고 본연의 위상마저 흔들리면서 점점 서글픈 존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위엄과 권위가 추상같던 그 옛날의 아버지 당신들은 어디에 계신지요!

아버지란 이름이 점점 현실에서 내몰리는 분위기 속에서 아빠란 존재는 날로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란 호칭이 우리 주변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신개념의 아빠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 아버지란 말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고 낯선 이름이 되고 말았다.

요즈음의 아빠는 더 이상 예전의 아버지로서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세상은 아빠에게 아버지로 살아갈 수 있는 여지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 편이 더 맞는 표현일른지 모르겠다.
아이들 등교, 아이들 숙제 봐주기, 가사생활의 분담, 장보는 일
세탁물 처리 등 전에 없었던 많은 부분들이 아빠들의 할 일들로
속속 편입되고 있으며 증가일로의 추세에 있다.
자식들에게 항상 무섭고 어려웠던 아버지와는 달리 아빠는 자상하고 따뜻하며 현실적이고 친숙한 존재이다.

핵가족 제도가 정착되면서 아버지의 위상과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어 자칫하다가는 자식에게 짐이 될까봐 전전긍긍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버지들의 위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성 싶다.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까지 오게 된 것일까.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칫 무능한 존재로 인식될지도 모를 위기와 도전에 직면하면서 아버지가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다하며 살아가는 일이 전에 없이 만만치 않게 되었다. 

세상의 변화에 빨리 적응해가는 아이들에 비해 현상유지 또는 오히려 퇴보의 행보를 보여주는 우리 아버지들이다.
자식들과의 격차가 심화되면서 점점 힘없고 무능한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많은 아버지들의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착잡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복고적인 아버지 예찬론을 펼치면서, 아빠의 명찰을 떼고 그 옛날로 회귀하자고 이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 아빠로 살고 있더라도 아버지란 존재가치의 소중함과 고귀함이 결코 간과되거나 잊혀져서는 안되겠다는 작은 염원을 담고 있다. 비록 세상적으로보면 점점 무능해지고 그 위엄과 존재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할지라도 오랜 삶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지혜와 여유 그리고 넉넉한 사랑과 포용력으로 세상의 느티나무같은 존재로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아버지들이 놓치고 잃어버리는 것들이 어디 하나 둘이겠냐만 그 존재의 보루와 같은 자식으로부터의 존경심마저 잃어버려서는 결코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버지들의 분발이 필요한 요즈음인것 같다.
****************
오늘은 아버지날입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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