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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지 않으면 거지가된다
작성자 지민아빠     게시물번호 -987 작성일 2005-01-04 18:39 조회수 1200
준비하지 않으면 거지가 된다


우리 청소년들이 체격에 비해 체력이 약하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예전의 어른들 세대에 비하여 잘 먹고 편한 여건에서 지내기 때문에 키가 크고 몸집도 커졌지만 근력과 지구력은 매우 약하다는 중평이다.

그것은 패스트후드 같은 가공식품을 먹는 데 익숙하여 자연의 상태인 젊은 몸을 인공적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자연치유력과 자연회복력을 상실한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물론 현대사회가 지닌 온갖 스트레스와 질병을 청소년이라고 해서 비켜갈 리가 없는 일이고, 또 과중한 입시위주의 학습에 지친 청소년들의 몸이 건강할 수가 없다는 말에도 수긍이 간다.

지난 4월에 서울 남부교육청에서 강남구 관내 6개 고교생들의 학원과외 실태를 조사해본 결과 44%가 3개 이상의 학원 과외를 받고 있고, 15%만이 학교교육에 충실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미루어 85%의 학생이 여전히 과외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니 청소년의 85%는 학습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요즘 어린이에서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20세 이하는 왕이나 황제처럼 대우를 받고 있다. 물론 극빈가정이나 불우가정 또는 가정이 없는 아이들의 경우를 제외한 말이다. 한 집에 한 두명의 자녀만 낳는 핵가족 상황에서 아이들은 당연히 어른들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대우를 받고있는데, 그런 대접 풍조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학원과 학습지에 시달리면서 전투적인 입시 공부를 했다면 적어도 그런 아이들의 눈빛은 그야말로 살벌할 정도로 빛이 나야 할 텐 데, 웬일인지 아이들의 눈을 보면 중고생이든 대학생이든 의욕을 상실한 지친 모습들이다. 젊은이들의 눈동자나 행색이 마치 패잔병 모습같이 느껴지는 것은 필자의 생각일까?

이것은 우리 아이들이 '강함'이라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은 탓이다. 부모의 '오냐주의' 하에서 걱정 없이 자란 탓이다. 그런 아이들이 이 거친 세파를 어찌 견뎌낼까. 앞으로 더 큰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생하고 자란 기성 세대들에게는 또 하나의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초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결혼후 생활비를 부모가 일부는 책임져야 한다(26%)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 결혼 후의 생활까지 부모에게 의탁하려는 의존심은 누가 길러줬는가. 바로 부모세대의 자업자득이다. 그런가 하면, 결혼비용은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85%), 전세금은 부모가 내야 한다(73%)고 주장하고 있다 하니, 도대체 자립 자조 자활교육과 인성 교육을 어떻게 해왔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부모 봉양은 철저히 외면하는 신세대 자녀들을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그보다 더한 악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자녀가 20세 넘어서 부모와 함께 기거하면 방값과 밥값을 치르는 것이 상식으로 돼 있는데, 우리는 결혼 후까지 책임지라는 엉뚱한 주문에 부모들 등이 휘어지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을 나약하게 기르는 것은 우선 그 아이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부모들이 너무 큰 부담을 가져 삶이 비참해진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것응 부모 세대들에게 드리는 고언(苦言)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청소년들에게도 쓴소리를 해주고 싶다. 듣기 싫다면 할 수 없지만 이제는 피해 갈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세상 살이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여, 그대들이 살아갈 미래는 부모세대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의 시대이다. 그 격랑을 헤쳐나가려면 심신 양면에서, 지덕체 삼면에서 대단한 실력이 있어야 한다. 더 큰 야망과 꿈을 가지고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꿈을 펴보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여러분의 부모는 이제 지쳤다. IMF 외환의기 시대를 겪고, 지금은 그보다 더한 불경기에 시달리면서 불투명한 앞날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밤 늦게 베란다에 나와 혼자 담배 물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짓는 아버지의 가슴을 헤아려 보기 바란다. 시장에서 오른 물가 때문에 천원 한장에 발발 떠는 어머니의 가슴을 헤아려 주기 바란다.

부모들은 이제 기력도 다하고 막막한 심정으로 속으로 울고 있다. 부모의 가슴을 찢는 것은 사랑하는 자녀들을 이 험한 세상에 두고 조만간에 이승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오매불망, 내가 겪은 가난과 고난의 세월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왔건만 겨우 먹고사는 일을 해결했을 뿐인데, 이제 또 다시 고난의 격랑이 휘몰아치고 있는 현실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청소년들이여, 이 땅의 10대 20대 초반의 자녀들이여, 이제는 그 동안 부모에게 기대며 살았던 캥거루 근성은 버려야 한다. 스스로 독립해야 한다. 지친 부모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는 데에 온 정신이 팔려 진정 미래에 소용되는 지(知)짱과 정(情)짱에는 관심을 두지않는 나약하고 허약하고 외모지상주의적인 사고와 행동은 끝없는 방황과 가벼운 바람만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청소년들이여, 경제능력이 저하된 부모를 도와 자신과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각오로 임하라. 더 이상 응석받이로 남지 말고, 좀 더 성숙한 어른으로 자리잡기 바란다. 만원짜리 한 장을 벌기 위해 5시간을 뼈빠지게 일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그나마 그런 일터조차 점점 없어져 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50세가 넘어 실직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는 이 땅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들고 부모님의 가슴에 또 다른 비수를 박지 말기 바란다.

부모세대로서 거듭 말하건대, 지금 준비하지 않는 청소년들은 30대에 실업자가 되고, 40대에는 거렁뱅이가 되고, 50대에는 퇴물이 되어 어두운 그늘을 방황하게 될 것이다.

한번 태어나 행복한 세상을 살고 싶다면 스스로가 삶의 주체가 되어 어떤 인생관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주기 바란다.

사람이 한 평생 살아봐야 3만일도 못되는데, 10대 20대에게 있어서 오늘이라는 하루의 시간은 짧게 보일 지 모르지만 대단한 가치를 지니는 생명이다. 하루 24시간은 30대에 가면 30일로 40대에 가면 3년으로 50대에 가면 30년으로 평가된다.

무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미치도록 빠져 공부와 훈련을 하여 미래사회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직업적 준비를 하고, 한 두 푼이라도 돈을 보아 자립의 기반을 갖추고, 심신을 단련하여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등한시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는 것은 착각이며, 착각은 곧 노망(老妄)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21세기에는 노인만 노망드는 것이 아니라 10대 20대 젊은이들도 노망 아니, 청망(靑妄)에 빠져 헤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둔다.

시간을 알차고 건강하게 보내는 사람에게 미래는 행복으로 보답하고, 시간을 죽이는 사람에게 미래는 불행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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