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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보리 찐빵
작성자 오재원     게시물번호 -990 작성일 2005-01-05 23:13 조회수 1319
캘거리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이곳 에드먼튼은 참 춥습니다.
9월 중순쯤 첫눈 구경을 한 이후로 눈(eye)이 짓무르도록 눈(snow) 구경을 하고 있으니까요. 제 일생에 첫눈이 반가워 보지 않기는 머릿털 나고 처음이었습니다. 한국에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
 
베란다 문은 얼음과 고드름이 잔뜩 슬어서 열리지도 않습니다. 생선구이나 청국장을 먹는 날은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에서 화생방 훈련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게 되죠.
 
그런 날은 재작년 여름에 다녀왔던 제주도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제 집이 있는 서울이나 나고 자란 고향이 아닌 아무 연관도 없는 그 푸른 바다가 몹시 보고 싶어집니다.
 
온몸이 빨려들 것 같은 그 푸른 바다를 따라가다, 도깨비 도로라는 데에 도착해서...
사 먹는 제주보리찐빵은 그야말로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습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눈 구경을 하고 있으면 멀리서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납니다. 박하향처럼 알싸하고 얼음물처럼 차갑게 달려오는 파도 소리와 그 소리에 덩달아 묻혀 오는 구수한 보리 찐빵 내음도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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