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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0342 작성일 2017-09-03 20:35 조회수 1546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 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이 흐트려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 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 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 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 속의 다섯 가지 덮개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中에서 ...



* 참고 '수타니파타'는 불경 가운데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경으로 초기 경전을 대표하는 경이다. 수타(sutta)는 팔리Pali어로 경經이란 말이고 니파타(nipata)는 모음(集)이란 뜻으로 부처의 설법을 모아놓은 것이란 뜻이다. 이 경은 ≪법구경法句經≫ 등과 같이 성립된 시기를 인도의 아소카 왕 (마우리야 왕조 3대 왕. 재위 BC 268 ~ BC 232) 이전으로 보고 있다. 모두 5품(5장)으로 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제4 의품義品 속에 들어 있는 8편의 게송揭頌과 제5 피안도품彼岸道品이 먼저 이루어진 것으로 5품의 내용이 별도로 유통되다가 어느 시기에 함께 모아져 합집된 것으로 본다. 원래, 이≪수타니파타≫는 팔리어로 된 남전南傳 장경藏經에 속한 경이다. 그러나 한역 장경 속에도 이 경의 제4품 <의품>에 해당되는 ≪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 2권이 번역 포함되어 있다. 이는 서북 인도 출신의 지겸支謙이 중국으로 와 오吳나라 때 3세기 중엽에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타니파타≫는 무엇보다도, 석가모니 부처를 역사적 인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경이다. 물론 ≪아함경阿含經≫ 등에도 부처의 역사적 행적을 찾아볼 수 있는 점이 많이 있으나 ≪아함경≫보다 이 경이 먼저 이루어진 경이므로, 부처의 육성이 제일 먼저 더 생생하게 담겨 있는 경이라 할 수 있다.



<생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은 소설가 공지영이 그녀의 소설 제목으로 배껴서 (고상하게 말하자면, 차용借用해서) 一般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된 말이지만. 원래는 불교 최초의 경전, <숫타니파타 Sutta_nipata>에 나와 있는 구절이지요. 오늘은 잡문 하나 끄적이다가, 그 '무소의 뿔'이 문득 생각이 나서...



잠시, 숨을 고르니


이 먹고 살기 바쁜 세상에 저 멀리 뜬 허공으로 잠기는 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뇌까리면서, 구부러지는 길 한 모퉁이에서 넉넉한 자태로 바람을 부르는 나무에 공허한 땀이 밴 피곤한 몸을 기대었다 회색빛의 습기찬 하늘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가지 가지마다 반발하는 푸른 숨결은 마음 속에 응어리진 갈증을 무색하게 하고, 죽은 자식을 품은 여인의 자궁 같은 황량한 삶은 어깨로 부터 손 끝에 전해지는 짜릿한 전류에 뭉쳐있던 고단한 피를 쏟는다 비릿한 가슴의 진공에도 어질하니 모처럼의 숨고름이 낯선 안식에 채워질 무렵, 반역할 수 없는 침묵으로 흘러 들어간 폐차 직전의 엔진소리는 왠지 쓸쓸하다 그 소리는 아련하게 들리는 종소리의 마지막 향기를 닮아, 물의 숨소리처럼 손 쉬운 자살을 꿈꾸게 한다 오늘도 세상이 숨쉬는 신문은 구겨져 휴지통에 쳐박혀 있지만, 끊임없는 도주의 그늘 속에 잠재운 세월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꿈에서나 좇아가던 허영과는 달리 生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모습을 말해주기에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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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ata  |  2017-09-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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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하게 무소의뿔처럼의 공지영작가는 마광수 교수의 제자였습니다.
하지만, 마광수 교수님하고는 사이가 별로 안좋으셨습니다.

너무 가식적인 그녀를 이렇게 비판하셨습니다.
결혼하지말라며, 지는 왜 3번씩 결혼을 하냐고 말이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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